시시콜콜한 이야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뽕잎을 찾아 나서다 가난한 선비가 정월 초하룻날 앉아서 일년의 양식을 계산해보면, 참으로 아득하여 하루라도 굶주림을 면할 날이 없을 것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그믐날 저녁에 이르러 보면, 의연히 여덟 식구가 모두 살아 한 사람도 줄어든 이가 없다. 고개를 돌려 거슬러 생각해보아도 그러한 까닭을 알 수 없다. 너는 이러한 이치를 잘 깨달았는가? 누에가 알에서 나올 만하면 뽕나무잎이 나오고, 아이가 어머니 뱃속에서 나와 울음소리를 한 번 내면 어머니의 젖이 이미 줄줄 아래로 흘러내리니, 양식 또한 어찌 근심할 것이랴. 너는 비록 가난하다고 하나 그것을 걱정하지 말라. - 정약용, '윤종심에게 당부한다(爲尹鐘心贈言)' 중에서 "누에가 알에서 나올 만하면, 뽕나무잎이 나오고, 아이가 태어나 울면 어미 젖이 흘러내리니 가난함을 걱정하.. 더보기 - # 시간이 너무 잘 가서, 혹은 너무 느리게 가서 마음이 헛헛하다. 아침부터 파도에 휩쓸리는 조각배마냥 이리저리 떠도는 걸 보면 가을은 가을인가 보다. # 먹고 사는 문제. 삼시세끼 밥 먹는 일조차 부의 상징이었던 시대, 동치미 무를 간식으로 먹던 엄마와 옆집으로 아침마다 차비 꾸러다니는 모친이 처량해 반대를 무릅쓰고 공고에 진학했던 아빠와 달리 나는 '먹고 사는 일' 자체보다 '어떻게, 무엇을'이란 질문을 덧붙일 기회를 쥐고 있다. 그 기회를 잘 살려보려고 머리를 굴리고 애쓰느라 여기까지 왔다. 잘 버티고 있다. 계속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변화가 필요하다. 일상이든, 인생이든. 더보기 바람 부는 월요일 월요일 오전 광화문에 의외로 사람이 많다는데 놀라고, 마냥 즐거우리라 여겼던 한가함이 지루함으로 바뀌는데 놀란다. 새벽같이 일어나 김포공항으로 향하려했던 마음도 졸음과 피곤함에 쉽사리 포기가 되어 놀라는 하루다. 정신없이 출근하는 사람들 틈새에 끼어 '나는 놀러간다'며 의기양양하게 광화문에 도착했건만, 카페라떼 한 잔으로 호사부리며 시작했던 오늘이 생각보다 지겹다. 콘센트 확보를 위해 스피커 바로 밑 자리를 차지한 탓에 귀가 고역이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내내 음악이 아닌 소음이 계속 청각을 괴롭힌다. 지금도 집중하겠다며 이어폰을 꽂고 레이디 가가를 듣고 있지만, 정신사나운 연주곡과 뒤엉키고 있다. 그나마 를 다 읽은 것을 위안 삼는다. 뭘 해야 한다는 것보다 뭘 하며 시간을 보낼까 하는 게 살짝 .. 더보기 2011년 어느 여름날 오후 # 선착순 달리기하듯 연달아 게시판으로 뛰어드는 공고들. 두근두근 가슴이 울리기보다 '지겹다'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호르몬을 탓하고 싶은데, 그렇지 않다는 걸 항상 안다. 알아서 더 호르몬을 탓하고 싶다. 먹구름 끼고, 추적추적 비오는 날씨도 지겹다. 초록이 발하고, 태양 아래 모든 색이 선명한 계절이 여름이었던 것 같은데 내가 기억하는 여름은 어디로 간 걸까. 내가 기억하는 마음도 꼬깃꼬깃 접어져버린 걸까. # 김애란이 좋았다. 편의점에서 삼다수와 햇반을 사고, 어둠을 밝히는 모니터빛 아래 드라마를 다운받고, 골목마다 숨겨진 이야기처럼, 장맛비에 눅눅해진 방 한켠에 떨어져 있는 포스트잇처럼, 지하철에 구겨진 종이조각처럼 사는 나와 너의 이야기를 들려줘서였다. 이제 우리가 아닌 또 다른 우리의 이야기를.. 더보기 My friend's wedding day 싸이에 올라온 은아 결혼식 사진, 벌써 한 달 다 되어가는 구나. 부케 받아야 해서 무척 긴장했던 하루 ㅎㅎ 다행히 안 떨어트리고 잘 받았다!! -_-V 더보기 또 하루, 말할 수 없는 무기력감. 눅눅한 공기, 그 사이를 타고 느껴지는 열기가 몸을 무겁게 한다. 30분만 자고 일어나야지-했는데 눈을 뜨니 새벽 3시반. 아무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 그 시각, 평소보다 눈을 일찍 붙인 만큼 일찍 깨어버린 시각. 헛헛함을 견딜 수 없어 다시 눈을 붙였다. 미끄러운 손바닥 사이로 열쇠가 자꾸 헛돌아 쩔쩔 매던 어설픈 모습이 떠오른다. 괜시리 짜증이 난다. 저녁으로 먹은, 고소한 참기름내가 듬뿍 나던 열무국수마저 원망스럽다. 이 무기력감과 짜증, 헛헛함과 막막함이 다 참기름 때문이라 하고 싶다. 어이없고 짜증난다는 표정과 가시 돋힌 말로 보답하진 않을 테니까.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다 간신히 눈꺼풀이 잠긴다. 방을 환히 밝히는 형광등의 잔상도 희미해질 때, 다시 아침이 됐다. .. 더보기 불안과 확신, 부끄러움 사이 # 롤러코스터처럼 불안과 확신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락 내리락한다. 무엇을 탓하고 싶지만, 대상이 없다. 잘 알고 있다. 여름이 시작하던 그 때, 참 많이 설렜다. 이제는 정말 '내 것'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믿음이야 흔들리지 않지만, 한 동안 방 한 구석에 움츠리고 있던 불안감이 기지개를 폈나보다. 글 한 편에 한숨도 한 번, 원서 1번에 걱정도 1kg씩 늘어간다. 다시 힘내는 수밖에 없다. 이미 방향이 정해졌는데, 여기서 멈추거나 발길을 되돌릴 순 없지 않은가? 물론 그 방향이 잘못됐다면 언제고 멈춰 돌아설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 내가 걷는 길이 맞다고 확신한다. 그러니 계속 걷는 수밖에 없다. 끝이 해피엔딩이자 새로운 시작이라는 믿음을 안고 계속 걷는 수밖에. # 지난주에 본 코파카바.. 더보기 뭔가를 쓰다보니 뭔가를 쓸 때 소희는 거의 항상 이런 자세이다 :) 한 자 한 자 꾹꾹. 그런 너를 보면서 함께 쏟아지는 머리카락 때문에 불편하지는 않을까, 눈나빠질텐데.. 괜하지 않은 걱정과 가끔씩은 펜이 미끄러지는 저 종이위로 니 혼이 잠시 빠져나왔다 들어가는건 아닐까하는 쓸데없는 상상을 해봤다는 것을 이 사진을 빌어 살짝 알람해요. 2006년의 어느 날 경필이가 찍어 준 사진. 하루 종일 상식 정리한답시고 필기만 계속 하다보니 손가락이 얼얼하다. 손끝에 힘을 주고 필기를 하는 편이라 조금만 오래 글을 쓰면 금방 아프다. 어쩌면 시시콜콜한 필기조차 '혼이 빠져나갈 정도'로 꾹꾹 눌러 써서 그런지 모르겠다. 어쨌든 그래서 내 오른손 중지에는 영광의 굳은 살이;;;; 예전보다 좀 덜해진 것 같은데, 여전히 두껍다 -_-.. 더보기 이전 1 ··· 6 7 8 9 10 11 12 ··· 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