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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이야기

바람 부는 월요일

월요일 오전 광화문에 의외로 사람이 많다는데 놀라고, 마냥 즐거우리라 여겼던 한가함이 지루함으로 바뀌는데 놀란다. 새벽같이 일어나 김포공항으로 향하려했던 마음도 졸음과 피곤함에 쉽사리 포기가 되어 놀라는 하루다. 

정신없이 출근하는 사람들 틈새에 끼어 '나는 놀러간다'며 의기양양하게 광화문에 도착했건만, 카페라떼 한 잔으로 호사부리며 시작했던 오늘이 생각보다 지겹다. 콘센트 확보를 위해 스피커 바로 밑 자리를 차지한 탓에 귀가 고역이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내내 음악이 아닌 소음이 계속 청각을 괴롭힌다. 지금도 집중하겠다며 이어폰을 꽂고 레이디 가가를 듣고 있지만, 정신사나운 연주곡과 뒤엉키고 있다. 

그나마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를 다 읽은 것을 위안 삼는다. 뭘 해야 한다는 것보다 뭘 하며 시간을 보낼까 하는 게 살짝 어긋난 건 역시 장소의 문제일까?라는 생각을 하며. 허나 이런저런 불평을 쏟아낸다 해도, 한 잔에 최저임금을 훌쩍 넘기는 커피를 마시고 뉴요커마냥 샌드위치을 우적거리는 나는 조금 더 편한 삶을 살고 있다.

성인군자는 못 되고, 착하거나 이타적이거나 정직한 사람이어서 그런 게 아니다. 우중충한 하늘의 결대로 흘러가는 구름 사이로, 멀리 보이는 타워크레인의 도르레 끝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는 순간처럼, 늘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 중 하나다. 운이 좋다는 것, 그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다짐. "아무리 사소한 성공도 사회에 빚진 것 없다"는 말을 수없이 자소서에 쓰는 일처럼 익숙하다.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순간순간 목에 무언가 걸린 듯 불편해져버린다. 아마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그런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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