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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람

노동문제를 사회부 사건기자의 눈으로 보지 마라. 한 방송사에 신입사원 교육을 하러 갔습니다. 수백대 일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신입사원들은 모두 명문대학교 출신일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다녔던 학교에서 수석을 놓치지 않았던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그렇게 살았습니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과 경쟁해서 져 본 적이 거의 없는 수재들입니다. 보통 사람들과는 표정과 자세가 다릅니다. 그 자신만만한 표정 속에서 자신들이 곧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된다는 것을 미리 짐작하는 기색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신입사원 연수시간에 노동조합 위원장의 인사말을 듣기 전까지는 자신의 인생에 노동조합이 끼어들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짐작하지 못한 채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성장하는 수십 년 세월 동안 제도권 교육과 제도 언론을 통해 노동조합에 대한 부.. 더보기
부산 여중생은 왜 목숨을 잃었나 지금은 관심이 김길태라는 '파렴치한 악인'에게 집중되고 있지만, 결국 이 사건의 피해자는 덕포동에 살고 있던 한 여중생이었다. 일부 언론은 여중생의 죽음에 호들갑을 떨 뿐, 정작 중요한 생전의 여중생에 주목하지 않는다. 이 여중생이 어떻게 살다가 변을 당했는지 아무도 관심이 없다. 마치 미국범죄드라마처럼, 이 사건의 주인공은 김길태라는 잔인한 '사이코패스'와 이를 멋지게 요리하는 CSI와 프로파일러이다. 상상의 세계에서 펼쳐지던 것들이 실현되었다는 점에서 언론의 관객들은 어떤 가상의 드라마보다도 이번 사건에서 강렬한 박진감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스펙터클을 넘어서서 우리는 질문해야한다. 그 여중생은 왜 집에 혼자 있었고, 그 동네는 왜 그토록 빈집들이 많았는지 말이다. 결국 재개발이라는 한국 사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