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관심이 김길태라는 '파렴치한 악인'에게 집중되고 있지만, 결국 이 사건의 피해자는 덕포동에 살고 있던 한 여중생이었다. 일부 언론은 여중생의 죽음에 호들갑을 떨 뿐, 정작 중요한 생전의 여중생에 주목하지 않는다. 이 여중생이 어떻게 살다가 변을 당했는지 아무도 관심이 없다. 마치 미국범죄드라마처럼, 이 사건의 주인공은 김길태라는 잔인한 '사이코패스'와 이를 멋지게 요리하는 CSI와 프로파일러이다. 상상의 세계에서 펼쳐지던 것들이 실현되었다는 점에서 언론의 관객들은 어떤 가상의 드라마보다도 이번 사건에서 강렬한 박진감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스펙터클을 넘어서서 우리는 질문해야한다. 그 여중생은 왜 집에 혼자 있었고, 그 동네는 왜 그토록 빈집들이 많았는지 말이다. 결국 재개발이라는 한국 사회의 도시정책이 이런 사건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는 원인이 아닌지 우리는 반문해야한다. 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거주민들을 몰아내고 동네를 파괴하는 것이 누구에게 가장 극심한 피해를 주고 있는지 이번 사건은 정확하게 증명한다. 부동산 시세차익을 통한 부의 축적방식은 거주민들에게 결코 안전한 삶을 보장할 수가 없다. 어제까지 한 동네 주민이었던 이들은 하루아침에 뿔뿔이 흩어져서 각자 살 길을 찾아가야한다. 이것이 곧 198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 펼쳐졌던 신산한 삶의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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