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메모

아직 화요일 3번의 최종 탈락과 1번의 실무 낙방으로 정신없던 여름과 가을을 보내고 나니 어느덧 계절의 끝자락에 서있다. 요즘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한다. 여러가지 의미로. 마지막 시험결과가 나온 날에는 '지겨워서 더 못하겠다'고 외쳤는데, 하루 만에 '결국 어쩔 수 없다'로 결론내렸다. '배운 게 도둑질'이란 말처럼 꽤 많은 시간을 한 목표만 보고 달려온 것도 있지만, 역시 '하고 싶은 일'이어서 포기가 안 된다. 0.01%의 가능성만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점도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앞으로 어떻게 지낼래' 스스로 묻고 있다. 돈은 벌고 싶다. 실업급여는 고작 2회 남았다. 엄마아빠는 괜찮다고 한다. 하지만 '무수입'으로 지내면 내가 얼마나 스트레스 받을지도 안다. 그러니 정 꺼림칙하면 겨울방학.. 더보기
A piece of ordinary day 어제는 할머니의 첫 제사였다. 전날 밤 들이켜댄 소주와 맥주의 잔해를 집 근처 분식집 국밥으로 저멀리 밀어보내고 전철을 탔다. 출발점인 청량리역에서 1호선 천안행을 타면 열차가 텅텅 비어있다. 굳이 경쟁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원하는 위치에 앉을 수 있다. 물론 늘 그렇든 기둥이 오른쪽으로 난 출입문 근처 자리에 앉는다. 목적지까지 가는 길이 멀다. 자다깨다를 반복해도 아직 도착 전일 때가 대부분. 가끔은 낮잠은 1시간 정도밖에 못 자는 체질이 싫기도 하다. 책을 읽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 두시간 반쯤 지났을까. 드디어 평택이다. 엄마를 만나 큰집행 버스로 갈아탄다. 매번 보는 풍경인데 늘 낯설다. 쉬지 않고 나오는 '호두과자' 간판말고는. 일 좀 거들겠다고 맘먹고 일찍 도착했는데, 먼저 온 새언니와 둘째.. 더보기
바람 부는 월요일 월요일 오전 광화문에 의외로 사람이 많다는데 놀라고, 마냥 즐거우리라 여겼던 한가함이 지루함으로 바뀌는데 놀란다. 새벽같이 일어나 김포공항으로 향하려했던 마음도 졸음과 피곤함에 쉽사리 포기가 되어 놀라는 하루다. 정신없이 출근하는 사람들 틈새에 끼어 '나는 놀러간다'며 의기양양하게 광화문에 도착했건만, 카페라떼 한 잔으로 호사부리며 시작했던 오늘이 생각보다 지겹다. 콘센트 확보를 위해 스피커 바로 밑 자리를 차지한 탓에 귀가 고역이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내내 음악이 아닌 소음이 계속 청각을 괴롭힌다. 지금도 집중하겠다며 이어폰을 꽂고 레이디 가가를 듣고 있지만, 정신사나운 연주곡과 뒤엉키고 있다. 그나마 를 다 읽은 것을 위안 삼는다. 뭘 해야 한다는 것보다 뭘 하며 시간을 보낼까 하는 게 살짝 .. 더보기
2011년 어느 여름날 오후 # 선착순 달리기하듯 연달아 게시판으로 뛰어드는 공고들. 두근두근 가슴이 울리기보다 '지겹다'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호르몬을 탓하고 싶은데, 그렇지 않다는 걸 항상 안다. 알아서 더 호르몬을 탓하고 싶다. 먹구름 끼고, 추적추적 비오는 날씨도 지겹다. 초록이 발하고, 태양 아래 모든 색이 선명한 계절이 여름이었던 것 같은데 내가 기억하는 여름은 어디로 간 걸까. 내가 기억하는 마음도 꼬깃꼬깃 접어져버린 걸까. # 김애란이 좋았다. 편의점에서 삼다수와 햇반을 사고, 어둠을 밝히는 모니터빛 아래 드라마를 다운받고, 골목마다 숨겨진 이야기처럼, 장맛비에 눅눅해진 방 한켠에 떨어져 있는 포스트잇처럼, 지하철에 구겨진 종이조각처럼 사는 나와 너의 이야기를 들려줘서였다. 이제 우리가 아닌 또 다른 우리의 이야기를.. 더보기
또 하루, 말할 수 없는 무기력감. 눅눅한 공기, 그 사이를 타고 느껴지는 열기가 몸을 무겁게 한다. 30분만 자고 일어나야지-했는데 눈을 뜨니 새벽 3시반. 아무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 그 시각, 평소보다 눈을 일찍 붙인 만큼 일찍 깨어버린 시각. 헛헛함을 견딜 수 없어 다시 눈을 붙였다. 미끄러운 손바닥 사이로 열쇠가 자꾸 헛돌아 쩔쩔 매던 어설픈 모습이 떠오른다. 괜시리 짜증이 난다. 저녁으로 먹은, 고소한 참기름내가 듬뿍 나던 열무국수마저 원망스럽다. 이 무기력감과 짜증, 헛헛함과 막막함이 다 참기름 때문이라 하고 싶다. 어이없고 짜증난다는 표정과 가시 돋힌 말로 보답하진 않을 테니까.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다 간신히 눈꺼풀이 잠긴다. 방을 환히 밝히는 형광등의 잔상도 희미해질 때, 다시 아침이 됐다. .. 더보기
불안과 확신, 부끄러움 사이 # 롤러코스터처럼 불안과 확신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락 내리락한다. 무엇을 탓하고 싶지만, 대상이 없다. 잘 알고 있다. 여름이 시작하던 그 때, 참 많이 설렜다. 이제는 정말 '내 것'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믿음이야 흔들리지 않지만, 한 동안 방 한 구석에 움츠리고 있던 불안감이 기지개를 폈나보다. 글 한 편에 한숨도 한 번, 원서 1번에 걱정도 1kg씩 늘어간다. 다시 힘내는 수밖에 없다. 이미 방향이 정해졌는데, 여기서 멈추거나 발길을 되돌릴 순 없지 않은가? 물론 그 방향이 잘못됐다면 언제고 멈춰 돌아설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 내가 걷는 길이 맞다고 확신한다. 그러니 계속 걷는 수밖에 없다. 끝이 해피엔딩이자 새로운 시작이라는 믿음을 안고 계속 걷는 수밖에. # 지난주에 본 코파카바.. 더보기
뭔가를 쓰다보니 뭔가를 쓸 때 소희는 거의 항상 이런 자세이다 :) 한 자 한 자 꾹꾹. 그런 너를 보면서 함께 쏟아지는 머리카락 때문에 불편하지는 않을까, 눈나빠질텐데.. 괜하지 않은 걱정과 가끔씩은 펜이 미끄러지는 저 종이위로 니 혼이 잠시 빠져나왔다 들어가는건 아닐까하는 쓸데없는 상상을 해봤다는 것을 이 사진을 빌어 살짝 알람해요. 2006년의 어느 날 경필이가 찍어 준 사진. 하루 종일 상식 정리한답시고 필기만 계속 하다보니 손가락이 얼얼하다. 손끝에 힘을 주고 필기를 하는 편이라 조금만 오래 글을 쓰면 금방 아프다. 어쩌면 시시콜콜한 필기조차 '혼이 빠져나갈 정도'로 꾹꾹 눌러 써서 그런지 모르겠다. 어쨌든 그래서 내 오른손 중지에는 영광의 굳은 살이;;;; 예전보다 좀 덜해진 것 같은데, 여전히 두껍다 -_-.. 더보기
2011년 5월 29일 # 원인 모를 감기에 시달리고 있다. 열이 나거나, 콧물이 나오는 증상은 딱히 없는데 목쪽이 불편하다. 수시로 기침에 가래까지, 호흡이 괴로울 정도다. 그렇게 봄과 여름 사이에서 서성이고 있다. 벌써 2011년도 절반 가까이 흘렀다. 올해는 시작부터 참 쉽지 않았다. 끝까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각오했던 만큼, 나는 담담하게 가시밭길을 걸어가고 있는 걸까? 울거나 비명은 지르고 싶지 않는데,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악다구니를 쓰고 있는 건 아닐까? 긴장의 끈을 놓아버리기엔 내가 이룬 것이 적고, 아등바등 하기엔 사랑하고 자랑스러운 것들이 많다. 굴레가 되든, 버팀목이 되든 간에 다들 그렇다. 그러니 또 걷고, 걷는 수밖에. 버겁다는 생각조차 이제는 습관이 되어서 그닥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