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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메모

지금 여기, # 가로등 빛에 반짝이는 보도블록들이 마치 비에 젖은 것처럼 보인다. 귀에는 오아시스의 'Don't look back in anger'가 흐르고, 유리창 너머로 이름모를 나뭇가지가 바람을 따라 움직인다. 얼음이 녹아 살짝 밍밍해진 아이스아메리카 잔 겉에 송글송글 맺힌 물방울, 손가락 가는 대로 노래하는 키보드, 할 일은 많지만 문득 참 편안해진다. # 토이의 무슨 노래였더라.. '낯설지만 편지가 나을 것 같네요, 말은 자꾸 날아가는 느낌이 들어서요'란 구절이 있는데 나도 모르게 오랜 시간 머릿속에 박혀있었나보다. 심각한 상황에서든 아닌 상황에서든 글을 쓸 때면 툭툭 튀어나온다. 그래서일까? 물론 예전에도 세상에서 가장 심각한 척했다지만, 갈수록 글이 무거워진다. 올 초 스터디에서 "문장 하나하나가 밀도 .. 더보기
혼자가 아닌 일상들 + α # 현관 문을 열고 들어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손가락으로 TV 전원 버튼을 누르고, 발가락을 모아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누르는 일이었다. '홀로 어둠 속에 있다'고 감정적으로 느끼는 것과 현실은 달랐다. 익숙해지기 힘들었다. 어두움에 대한 공포를 달래준 건 푸르스름한 TV 브라운관의 빛, 윙-하고 돌아가는 컴퓨터 팬 소리였다. 뭘 먹어도 허기가 가시지 않았던 그때가 옛 이야기가 되어버려,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다. "음..저는"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할 때 괜시리 붉어지던 눈시울도 이제는 아무렇지 않다. 코 끝 찡할 일조차 없다. 혼자가 아닌 날들에 나는 점점 더 익숙해져간다. 삶의 한 구석이 점점 더 채워지고 있음을 느끼지만, 그건 참 감사한 일이겠지만, 가끔은 혼자이던 날이 그립다. 어젯밤처.. 더보기
일상의 메모 # 을 봤다. 삶이 현실이 아니라 꿈이라면 얼마나 슬플까. 내가 해피엔딩을 원한 이유는 단순했다. (조만간 포스팅 예정) # E 언니 말마따나 '오합지졸'식의 모임(?)을 가졌다. 그닥 친목을 도모한 편도 아니었고 어찌보면 '면피성 보고싶다, 한번 보자'는 멘트를 휙휙 날렸을 사람들이 이래저래 의기투합해 광화문 '거성(Kersung) 치킨'에서 만나 카레 치킨과 간장 치킨, 생맥주 한 잔 그리고 마무리 커피까지 장장 4시간에 걸친 수다의 향연을 펼쳤다. '오합지졸' 구성임에도 매우 훌륭한 단합력과 친화력을 보였달까? ㅎㅎ 생각도 못했던 실적 한 건을 올린 J 양은 기쁨에 겨워 눈시울이 붉어졌고, 현장의 고난함에 시달리고 있는 S 언니의 '정체 모를 경험들이 가져다 줄 우연의 기회'론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 더보기
그냥 그런 하루 5.27 안동에 다녀왔고, 한우를 먹었고 쏘맥을 열잔쯤 마셔 불콰해진 얼굴로 심야버스에 몸을 실었다. 5.28 한겨레에 다녀왔고, 도시락을 먹었고, 독하면서 닝닝한 동동주를 마셨고 진한 쏘맥을 또 열잔쯤 마셔 불콰해진 얼굴로 막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5.29 밀려 있던 영어숙제를 마무리해 교수님께 보냈다. '누구보다 성실하던' 소희는 이제 밀린 과제나 해치우는 사람이 된 건가. 5.30 심상정이 경기도지사 후보에서 사퇴했다. 우울했다. 폭력이라 느꼈다. 나는 또 하나의 과제를 해야 했지만, 완성하지 못 했다. 성당에 앉아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생각했다. 답이 없다. 5.31 하루 늦게 원고를 마쳤고, 노가다 1건을 끝냈다. 지금 남은 노가다는 하나, 둘,셋, 넷.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 더보기
두 번의 밤과 한 번의 낮 동안 # 청와대에 갔다. 53명의 중증장애인과 그들을 돕는 같은 수의 보조원들과 함께. 도토리학교 때도, 연신"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작은 종이를 내밀거나 지팡이로 앞을 확인하는 지하철의 그들을 볼 때도, 오늘 같은 날에도 마음이 늘 복잡하다. 사지 멀쩡하고, 감정과 뜻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욕망과 꿈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나를 안심해야 하는가. 무감각한 미소로, 고장난 카세트마냥 입에 붙은 멘트를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안내원들의 배려없음을 비난해야 하는가. 낯선 자의 손길을 거부하는 그들의 닫힌 마음을 안타까워해야 하는가. # 시가, 문학이 좀더 깊이 남았으면 좋겠다. # 청와대 좋더라. 어쨌든 지리적 위치나 조경이나 훌륭하다. 집이라기보다는 수풀 속에 감춰진 별채 같았다. 멀리 보이는, 다닥다닥 성냥.. 더보기
근황 # 맨날 피곤해. 아침 저녁 퉁퉁 붓고 누렇게 뜬 얼굴로 꾸벅꾸벅 졸며 집과 회사를 왔다갔다. 직장인이 자기 개발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피곤해서'라는 지인의 말에 대박 공감하는 요즘이다. # 오늘 아침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가는데 빈 '촉촉한 초코칩' 포장지에 드문드문 떨어져 있었음. 순간 에 나오는 빵조각이 생각나더라 ㅎ # 일을 하면서부터 청소하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부쩍 눈에 띈다. 우리방 청소를 담당하시는 아주머닌 새벽5시쯤 출근해서 4시까지 일하신다. 열개쯤 맡으셨으려나? 사무실마다 들려 쓰레기통 비우고 안쪽 화장실 청소하고 컵, 접시 등 간단한 설거지 + 화장실 청소까지. 지하1층에 작은 휴게실이 있는 것 같긴 하지만, 뵐 때마다 마음이 참 .. # 14일엔 블랙데이 모임 다녀왔다. 솔로.. 더보기
- 아침 6시, 익숙한 알람소리에 눈을 뜬다. 침대맡을 더듬더듬 짚고 일어나 눈을 비비며 화장실로 간다. 머리를 감고 세수하고 적당히 단장도 하고 나면 벌써 6시반. 4월인데 여전히 겨울처럼 차가운 아침 공기를 들이마시며 집을 나선다. 매일 비슷한 시각, 비슷한 장소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이 점점 익숙해진다. 더할나위 없이 조용하고 평범한 아침이다. 어느 곳에 있든 아침 풍경은 크게 다르지 않다. 눈부신 햇살도, 남은 잠을 마저 달아나게 해주는 차가운 공기도 비슷하다. 사람만 조금씩 다르다. 더보기
기록하지 않으면 일상에 매몰된다 # 첫 주치곤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잡다한 일(가령 전화받기, 손님응대, 복사 심부름 등등) 외에 실무적인 일도 도왔으니까. 대략 어떤 시스템으로 흘러가는지 알겠다. 어떤 면에선 철저히 분업화되어 있고, 교집합의 영역은 적어 보인다. 그래서일까. 개개인이 전문화된 일의 양은 상당한듯. K 비서님만 해도 정책 개발과 법안 발의, 회의 참석 및 질의 준비 등의 일을 다 맡고 있다. S 비서님은 지방 민원 처리 + 선거 관련 일로 바쁘시고. 아무튼 그럭저럭 잘 적응할 수 있을 듯 싶다. 다만 건강을 잘 챙겨야 할듯.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사무직의 특성상 소화 불량 + 허리 통증 등 소소한 질병(;;)이 생기기 쉬우니..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할텐데 시간 조절이 어떻게 될 수 있을런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