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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메모

얼굴이 하얀 고시생을 만났고, # 얼굴이 하얀 고시생과 만났다. 고동색 교복 치마가 찢어질듯 말듯하게 인조잔디 위에서 펄쩍펄쩍 뛰던 여고생들은 어느덧 '서른 즈음에'를 기다리고 있다. 한 명은 신림동 고시촌 책상 하나 붙잡고, 하얀 얼굴이 더 하얗게 될 정도로 틀어박혀서. 다른 하나는 비정규직 인생과 밥벌이의 지겨움에 떨며 그래도 꿈 하나 잡아보겠다고 애쓰면서. 우리는 그렇게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함께 앉아 술을 마시고 대화했다. 상황이 비슷한, 그래서 좀 더 공감해 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든든한 가족이나 죽고못할 애인이 있는 만큼 꽤 큰 행운이다. 게다가 정 없고, 추억 없고, 인연 없어 생애 텅 빈 페이지처럼 남은 고교시절에 대해 한두 줄 끄적거릴 수 있게 하는 고마운 친구 중 하나다. 꿀동동주가 한 잔, 두 잔 오갈 때마다.. 더보기
어쨌든간에 아무리 힘들다고 투덜투덜, 징징대도 기대를 먹고 산다는 건 분명 운좋은 일이다. 감사한 일이다. 다만 그 기대에 충족하지 못할까 두려워 늘 아슬아슬한 기분이라는 것. 그 또한 감사하며 받아들여야 하는 일인지도 모르지만.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더보기
그냥.. # 봄비가 거리를 적신다. 새로운 계절이 다가온다는 설렘을 담은 트윗들이 가득하다. 설레지도, 즐겁지도 않다. 몇 개월째 계속 되는 고민, 스트레스로 머리가 무겁다. 단순하려고 맘먹기는 쉬워도 생각과 행동을 그대로 바꾸기 쉽지 않다. 운이 부족한 걸까, 내가 부족한 걸까. 아무리 고민해봐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꿈'을 먹고 산다는 낭만적인 자기합리화도 지겹다. 그런 위로도 마찬가지다. 그냥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애초에 그렇게 낭만적이거나 정의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원하고 있을 뿐이다. 그 이유면 충분하다고 믿는데 그 외의 것들로 많이 포장해야하고 또 그러길 바라거나 그렇다고 보는 사람들의 눈동자를, 한 마디를 겪을 때면 피하고 싶다. 마음이 답답하고 말길이 .. 더보기
그냥 그런 이야기 # "저는 지금 직장이 100배는 마음에 듭니다. 일이 짜증난다고 생각한 적은..거의 없어요" 요즘 일하다보면 사소한 짜증들이 샘솟아난다.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구박받거나 욕 먹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 정신없이 바쁠 때에는 차라리 나았는데.. 역시 정신없이 사는 게 체질인가; 짜잘한 일들이 많은 건 더 싫다. 아예 일이 없어서 마냥 내 공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암튼 이래저래 매일 마감하며 사는 일상이 나한테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음.. 그럼 남편이랑 자식이 피곤하긴 할텐데; 10개월째 머리를 지배하는 이 딜레마, 올해는 꼭, 좀 빨리 벗어나자! # 상은이랑 를 봤다. 떨어진 시기가 다른 형제에 비해 이른 만큼 늘 마음에 걸렸던 나는, 짬이 날 때면 늘 함께 극장에 갔다. 어린이.. 더보기
바다는 늘 예상치보다 20% 크다 뭐니뭐니 해도 바다는 늘 예상치보다 20%는 크니까. 마음으로 어지간히 크기를 그리고 가보아도, 그보다 20%는 항상 크다. 더 크게 생각하고 가도 그 생각의 20%는 늘 크다. 철썩이는 파도로 가슴을 온통 채우고 가보아도, 좁다란 해변을 상상하고 가보아도, 역시 20% -요시모토 바나나 「암리타」 중 2011년 첫번째 밤은 부산에서 보냈다. 지난해 초 제주도 여행 이후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 떠났다. 엄마가 차곡차곡 쌓아둔 마일리지 덕분에 비싼 KTX 특실에 앉아 편하게 가고 ㅎㅎ 갈수록 예전만큼 사진을 안 찍게 되는데, 돌아와서 보면 결국 남는 건 사진 뿐이다. 사람의 기억이란 어찌나 불확실하고, 주관적인지. 그나마 할 수 있는 건 잊기 전에 조금이라도 기록해 두는 일. 사진은 태종대와 부산항 쪽. 태.. 더보기
소소한 일상 # "안녕하세요, 문학번역가 겸 작가JB예요. 으허허허허" 죠스떡볶이로 자축을 하며, 눈 내리는 거리를 울며 걸었다던 오빠는 엔돌핀과 아드레날린이 넘쳐 어쩔 줄 모른다는 듯 웃었다. 하루의 지루함과 몽롱함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웃음이었다, Literally! 어쩌다보니 글을 쓰는 두 남자와 삼겹살을 먹고 마늘당을 꾸리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계단 하나 하나를 밞아가고 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게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꿈을 지지해주는 것 못지 않게, 글이란 소재로 대화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참 큰 행운이다. 물론 지향하는 글쓰기의 성격은 다르지만, 말과 글을 업으로 하려는 사람들끼리 통하는 무언가가 있다. 어디 가서 이야기하면 화제가 되기 힘든 종류의 것이다. # 책을 중구난방식으로 읽는 습관을 고치려고 노력.. 더보기
- # 무언가 기록하고 싶지만 일상이 너무도 건조하고 투박해서 딱히 쓸 말이 없다. 학교-집과는 또 다른, 도돌이표처럼 눈 뜨고 일어나 씻고 꾸역꾸역 밥을 먹으며 허기를 채우고 반복되는 하루들. 이 단조로움을 버틸 수 있는 힘은, 그래도 아직 무언가 도전하는 일이 남아 있다는 것.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끌어가기 위해 안간힘 쓰고 있다는 것. 그래서 남을 부러워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 지적 자극이 되는 일, 나의 결핍과 허세를 채찍하는 그런 일들에 목말라하고 있다. 그토록 휴식과 여유를 원했다가도 조금만 틈이 생기면 어쩔 줄 몰라하는 성격. 이젠 그러려니 한다. # 칼 폴라니의 을 읽고 있다. 지난해 홍기빈님의 직강을 들은 탓에, 당시 들었던 핵심 내용들이 머릿속으로 휙휙 지나가고 있어 술술 읽는 .. 더보기
pause 사진 찍히길 거부하는 동생과, 남자들의 공공의 적, "가장 멋진 남자는 자기 여자를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션을 보며 짜증내는 그. 작고 반짝거리는 일상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