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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이야기

불안과 확신, 부끄러움 사이

# 롤러코스터처럼 불안과 확신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락 내리락한다. 무엇을 탓하고 싶지만, 대상이 없다. 잘 알고 있다. 여름이 시작하던 그 때, 참 많이 설렜다. 이제는 정말 '내 것'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믿음이야 흔들리지 않지만, 한 동안 방 한 구석에 움츠리고 있던 불안감이 기지개를 폈나보다. 글 한 편에 한숨도 한 번, 원서 1번에 걱정도 1kg씩 늘어간다. 다시 힘내는 수밖에 없다. 이미 방향이 정해졌는데, 여기서 멈추거나 발길을 되돌릴 순 없지 않은가? 물론 그 방향이 잘못됐다면 언제고 멈춰 돌아설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 내가 걷는 길이 맞다고 확신한다. 그러니 계속 걷는 수밖에 없다. 끝이 해피엔딩이자 새로운 시작이라는 믿음을 안고 계속 걷는 수밖에.

# 지난주에 본 코파카바나를 생각했다. 춤추는 바부의 모습을 떠올리니 갑자기 웃음이 난다. 영화 자체가 주는 울림은 적었지만, 이자벨 위페르가 연기한 바부는, 철없고 착한 그 아줌마는 매력적이었다. 삼바음악에 맞춰 살짝 고개를 들고 미소를 지으며 춤추던 모습, 아마도 인공모피일 것 같은 코트를 입고 하이힐을 신은 채 짙은 매니큐어가 칠해진 손톱으로 전단지를 건네는 모습도. 꼭 그렇게 '아가씨'처럼 입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 지금 내 모습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게 결국 자존감을 잃지 않는 '왕도'다. 사람들이 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그게 맞으니까.


# 올 초 부산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말로만 듣던 태종대는 '영도'란 곳에 있었다. 한진중공업도 거기 있었다. 휴일이어서였을까, 아니면 폭풍이 오기 전이었기 때문일까. 조선소 주변은 고요했다. 드문드문 사측을 규탄하는 내용의 현수막이나 전단이 눈에 띄긴 했지만 무심코 지나칠 수 있을 정도였다. 그곳이 지금 누군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전장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하지만 기억은 아무 힘이 없다. '맞아 거기였어'라며 나의 감각을 위안해줄 뿐.

'@JINSUK_85'라는 멘션 하나 날리지 못하고 있다. 희망버스 타고 싶지만, 아마도 그날 필기를 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RT로 지지와 공감을 표시할 수 있지만, 나는 안다. 그건 순간의 위안과 자기합리화를 안겨줄 뿐이란 것을. 아주 오랫동안 늘 그랬다. 말은 쉽다. 항상 행동이 어렵다. 황 선배가 말했던 것처럼, 감정을 이성적 행동으로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나는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회의 희망이나, 정의를 구현할 존재로 상상하지 않았다. 다만 부끄럽다. 그 부끄러움이 나를 괴롭힌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랬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순간에도 말과 글로 '연대'를 말하는 일이 부끄럽다.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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