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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이야기

또 하루,

말할 수 없는 무기력감. 눅눅한 공기, 그 사이를 타고 느껴지는 열기가 몸을 무겁게 한다. 30분만 자고 일어나야지-했는데 눈을 뜨니 새벽 3시반. 아무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 그 시각, 평소보다 눈을 일찍 붙인 만큼 일찍 깨어버린 시각. 헛헛함을 견딜 수 없어 다시 눈을 붙였다.

미끄러운 손바닥 사이로 열쇠가 자꾸 헛돌아 쩔쩔 매던 어설픈 모습이 떠오른다. 괜시리 짜증이 난다. 저녁으로 먹은, 고소한 참기름내가 듬뿍 나던 열무국수마저 원망스럽다. 이 무기력감과 짜증, 헛헛함과 막막함이 다 참기름 때문이라 하고 싶다. 어이없고 짜증난다는 표정과 가시 돋힌 말로 보답하진 않을 테니까.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다 간신히 눈꺼풀이 잠긴다. 방을 환히 밝히는 형광등의 잔상도 희미해질 때, 다시 아침이 됐다.

그냥 또 하루다. 일상의 불안, 긴장, 무기력감, 도덕, 폭력과 싸우며 보내야하는 또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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