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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이야기

- 눈이 참 많은 일요일이었다. 시험 중간에 고개를 들어 창밖을 봤을 땐 하늘이 유난히 어두컴컴하다 싶었는데, 밖에 나와보니 바람결에 날아다니는 눈송이들로 시야가 빽빽하게 채워졌다. 시간이 참 잘 간다. 서울에 온 지 10년이 됐고, 연애를 한 시간은 4년을 꽉 채웠고, 멋모르고 첫 시험을 본 이후 3년이 지나갔다. 여의도에서 보낸 날들도 4계절을 한 바퀴 돌기 직전이다. 요즘에는 마냥 즐겁고 의지에 차 있다가도 어제를, 오늘을, 그리고 내일을 생각하면 조금 쓸쓸해진다. 동사보다는, 명사나 형용사에 가까운 일상이 아닐까 하는 조바심과 어딘가 다른 곳에 머무는 마음의 시선 때문일까. '눈부신 아침햇살, 기분 좋게 만드는 커피향 등등' 엄청 멋을 부린 말들로 취향 보여주는 척했던 때가 있다. 가끔 생각해본다. .. 더보기
그냥 그런 이야기 # "저는 지금 직장이 100배는 마음에 듭니다. 일이 짜증난다고 생각한 적은..거의 없어요" 요즘 일하다보면 사소한 짜증들이 샘솟아난다.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구박받거나 욕 먹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 정신없이 바쁠 때에는 차라리 나았는데.. 역시 정신없이 사는 게 체질인가; 짜잘한 일들이 많은 건 더 싫다. 아예 일이 없어서 마냥 내 공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암튼 이래저래 매일 마감하며 사는 일상이 나한테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음.. 그럼 남편이랑 자식이 피곤하긴 할텐데; 10개월째 머리를 지배하는 이 딜레마, 올해는 꼭, 좀 빨리 벗어나자! # 상은이랑 를 봤다. 떨어진 시기가 다른 형제에 비해 이른 만큼 늘 마음에 걸렸던 나는, 짬이 날 때면 늘 함께 극장에 갔다. 어린이.. 더보기
바다는 늘 예상치보다 20% 크다 뭐니뭐니 해도 바다는 늘 예상치보다 20%는 크니까. 마음으로 어지간히 크기를 그리고 가보아도, 그보다 20%는 항상 크다. 더 크게 생각하고 가도 그 생각의 20%는 늘 크다. 철썩이는 파도로 가슴을 온통 채우고 가보아도, 좁다란 해변을 상상하고 가보아도, 역시 20% -요시모토 바나나 「암리타」 중 2011년 첫번째 밤은 부산에서 보냈다. 지난해 초 제주도 여행 이후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 떠났다. 엄마가 차곡차곡 쌓아둔 마일리지 덕분에 비싼 KTX 특실에 앉아 편하게 가고 ㅎㅎ 갈수록 예전만큼 사진을 안 찍게 되는데, 돌아와서 보면 결국 남는 건 사진 뿐이다. 사람의 기억이란 어찌나 불확실하고, 주관적인지. 그나마 할 수 있는 건 잊기 전에 조금이라도 기록해 두는 일. 사진은 태종대와 부산항 쪽. 태.. 더보기
사상 최악의 감기를 앓으며 사상 최악의 감기를 앓고 있다. 어제 머리가 지끈지끈할 정도로 열이 날 때부터 이상하다 싶었는데, 오늘은 오한까지 났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조퇴. 덜덜덜 떠는 몸을 간신히 병원까지 데려다 놨다. 콧물, 기침, 발열에 오한까지 감기 증상은 종합세트로 갖춘 내게 의사는 우선 '급성 편도염' 처방을 내리겠다고 했다. 문제는, 3일 정도 지난 후에도 차도가 없으면 독감이거나 신종플루일 수 있다는 것. 신종플루는 아직 의료보험 대상이 아니라 검사비만 10여만원 든다는데 딱 질색이다. 돈이 없으면, 아프지도 말아야 한다. 그나마 공공보험이 잘 되있는 편인 나라이지만, 같은 감기로 왔어도 다른 사람이랑 나랑 진료비는 몇 천원 차이나더라. 이 작은 차이가 더 큰 질병 앞에선 몇 십, 몇 백만원이 되겠지. 손미아.. 더보기
용의 여의주를 물었다!! 이런 거 원래 잘 안 믿지만, 그러기엔 내용이 좀 좋아서 ㅋㅋ From 아이폰 토정비결 어플 2011년 총론 목마른 용이 큰 물을 만나 뜻을 이루고자 하니 많은 사람이 그 혜택을 받고 기뻐할 형국입니다. 길성이 문을 엿보니 대문을 열어 길운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용이 여의주를 물었으니 조화도 신기하며 세상에 나서 비로소 큰 것을 이룰 수 있게 될 기운입니다. 크게 물려 받은 것 없이 자수성가의 운세이니 길운을 만나면 더욱 크게 되는 기운입니다. 대통의 기운과 월성이 함께하여 고통이 와도 문제가 되지 않으니 어려움이 생겨도 결코 실망하거나 주저해서는 안됩니다. 다만, 배우자나 식구 중에 환자가 있을 수 있으니 건강을 먼저 챙기는데 신경을 쓰시기 바랍니다. 얻고자 하는 것이 재물이면 부자가 될 것이고 권리.. 더보기
세상은 얼마나 정치적인가 이번달 모임에선 최장집 교수의 를 읽었다. '더 많은 민주화'를 위해선 정당정치가 제대로 자리잡아야 한다며 '갈등의 사회화'를 강조하는 그가 직접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축소하지 않느냐는 비판을 받긴 하지만, 이상적일뿐 아니라 굉장히 현실적인 답이란 생각을 한다. 특히 한나라당의 내년 예산안 강행처리를 보며, 현대차 비정규직의 농성을 보며. 노동계층이 정치세력화되지 못한 현실이 얼마나 다수 노동자들을 불안한 일상으로 밀어넣고 있는지, 보수적 가치만이 힘을 발휘하는 이념적 현실이 얼마나 한국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는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립은 반민주 대 민주로 보기 어렵다. 대안과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야당의 유일한 방법이 물리적 대응이라면, 그들은 대안이 되기 어렵다. 또 논의 테이블이 어떤.. 더보기
소소한 일상 # "안녕하세요, 문학번역가 겸 작가JB예요. 으허허허허" 죠스떡볶이로 자축을 하며, 눈 내리는 거리를 울며 걸었다던 오빠는 엔돌핀과 아드레날린이 넘쳐 어쩔 줄 모른다는 듯 웃었다. 하루의 지루함과 몽롱함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웃음이었다, Literally! 어쩌다보니 글을 쓰는 두 남자와 삼겹살을 먹고 마늘당을 꾸리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계단 하나 하나를 밞아가고 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게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꿈을 지지해주는 것 못지 않게, 글이란 소재로 대화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참 큰 행운이다. 물론 지향하는 글쓰기의 성격은 다르지만, 말과 글을 업으로 하려는 사람들끼리 통하는 무언가가 있다. 어디 가서 이야기하면 화제가 되기 힘든 종류의 것이다. # 책을 중구난방식으로 읽는 습관을 고치려고 노력.. 더보기
아버지, 그리고 할머니 "살아오면서 영향받은 것이 무엇인가요?" 뻔한 질문, 그래서 뻔하게 답할 수밖에 없어 피하고 싶었던 질문을 받았다. 순간 아빠가 생각났다. 고집스럽고 욱하기로는 둘째가면 서러울 사람, 99번 좋다가 단 1번 때문에 마음을 변하게 만들었던 아버지였다. 그래도 '99번'때문에 실망과 미움이 사라지던 날이 많았다. 천안 공원묘지에 할머니를 모시던 날, 그날도 어김없이 '1번의 실망과 99번의 감동'은 반복됐다. 거나하게 술에 취해 점점 더 커져가는 아버지의 목소리, 웃음이 참 싫었다. 짜증이 났다. 고개를 돌려버렸다. 불그락한 얼굴, 풀어져버린 눈동자는 신기하게도 하관절차가 시작되면서 사라졌다. 절차를 잘 모르는 탓에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인부들이 하관작업이 잘못 됐고 아버지는 크게 화를 냈다. 웃옷을 벗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