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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이야기

세상은 얼마나 정치적인가

이번달 모임에선 최장집 교수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읽었다.

'더 많은 민주화'를 위해선 정당정치가 제대로 자리잡아야 한다며 '갈등의 사회화'를 강조하는 그가 직접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축소하지 않느냐는 비판을 받긴 하지만, 이상적일뿐 아니라 굉장히 현실적인 답이란 생각을 한다. 특히 한나라당의 내년 예산안 강행처리를 보며, 현대차 비정규직의 농성을 보며. 노동계층이 정치세력화되지 못한 현실이 얼마나 다수 노동자들을 불안한 일상으로 밀어넣고 있는지, 보수적 가치만이 힘을 발휘하는 이념적 현실이 얼마나 한국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는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립은 반민주 대 민주로 보기 어렵다. 대안과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야당의 유일한 방법이 물리적 대응이라면, 그들은 대안이 되기 어렵다. 또 논의 테이블이 어떤 식으로든 정치엘리트들만의 것으로 남는다면, 현상수배자를 설명하며 '노동자풍의 외모'라 할만큼 노동을 저평가하는 사회 인식은 굳어버릴 것이다. 아니 더 많은 노동자들의 불행과 저항을 담보로 사회는 괴물이 되겠지.

갈수록 더 '세상이 얼마나 정치적인가'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하여 정치를 혐오할 것이 아니라 정치를 알고,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느낀다. 싸워 본 사람은 설령 패배하더라도 그 경험을 잊지 못한다. 우리는 제대로 싸워본 적도 없고 패배하거나 혹 승리한 경험 역시 없다. 더 많은 민주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어쩌면 세상의 모순, 불평등과 맞서는 일일텐데 그런 정치적 행위를 신경쓰지 않으며 사는 우리다. 그런 면에선 '신자유주의, 이명박'이 상징하는 것들에 감사해야 할 지 모른다. 최소한 싸움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줬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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