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한 이야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무엇이 우리를, "도시 빈민이죠." 언젠가 호빵맨을 만난 자리에서 그는 말했다. 직장이라곤 성미산 언저리에 위치한, 분필가루로 뿌옇게 채워져있던 작은 학원. 집이라곤 단 한 시간도 온 집안이 볕으로 채워지지 않는 반지하. 그런 우리가 도시 빈민과 다를 게 뭐냐며 말했다. "에이, 그래도..."라며 나는 손을 저었다. 2010년 1월이었다. 2011년 5월, 밤거리를 걷다가 문득 그 말이 생각났다. 손사래를 쳤던 그 때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아닐 이유가 없다. 를 읽어서 더 우울해졌을지 모른다. 그래도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지난 1년 동안 확인한 건 감동이 아니라 절망이었고, 환희가 아니라 분노였다. 그런 사람에게 자소서는 '지난 1년 동안 가장 큰 감동을 주었던 사람은 누구냐'고 묻는다. 한참을 끄적대다 덮었.. 더보기 2011년 5월 29일 # 원인 모를 감기에 시달리고 있다. 열이 나거나, 콧물이 나오는 증상은 딱히 없는데 목쪽이 불편하다. 수시로 기침에 가래까지, 호흡이 괴로울 정도다. 그렇게 봄과 여름 사이에서 서성이고 있다. 벌써 2011년도 절반 가까이 흘렀다. 올해는 시작부터 참 쉽지 않았다. 끝까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각오했던 만큼, 나는 담담하게 가시밭길을 걸어가고 있는 걸까? 울거나 비명은 지르고 싶지 않는데,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악다구니를 쓰고 있는 건 아닐까? 긴장의 끈을 놓아버리기엔 내가 이룬 것이 적고, 아등바등 하기엔 사랑하고 자랑스러운 것들이 많다. 굴레가 되든, 버팀목이 되든 간에 다들 그렇다. 그러니 또 걷고, 걷는 수밖에. 버겁다는 생각조차 이제는 습관이 되어서 그닥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더보기 얼굴이 하얀 고시생을 만났고, # 얼굴이 하얀 고시생과 만났다. 고동색 교복 치마가 찢어질듯 말듯하게 인조잔디 위에서 펄쩍펄쩍 뛰던 여고생들은 어느덧 '서른 즈음에'를 기다리고 있다. 한 명은 신림동 고시촌 책상 하나 붙잡고, 하얀 얼굴이 더 하얗게 될 정도로 틀어박혀서. 다른 하나는 비정규직 인생과 밥벌이의 지겨움에 떨며 그래도 꿈 하나 잡아보겠다고 애쓰면서. 우리는 그렇게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함께 앉아 술을 마시고 대화했다. 상황이 비슷한, 그래서 좀 더 공감해 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든든한 가족이나 죽고못할 애인이 있는 만큼 꽤 큰 행운이다. 게다가 정 없고, 추억 없고, 인연 없어 생애 텅 빈 페이지처럼 남은 고교시절에 대해 한두 줄 끄적거릴 수 있게 하는 고마운 친구 중 하나다. 꿀동동주가 한 잔, 두 잔 오갈 때마다.. 더보기 '뻔한 말'을 믿어요. "초심을 버리지 않고,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마르크스를 연구하다 보면 언젠가는 광맥에 닿는다. 내가 그렇다. 20년 동안 동아대학교에서 마르크스를 강의하면서 을 읽었다. 또 해설서를 펴내느라 꼼꼼히 본 것도 여러 번이다. 그런데 한 15년이 지난 2004~2005년에야 에 대한 깨달음이 오더라. '아, 이 책의 구조가 이렇구나.' 그때야 어렴풋이 감이 왔다. 내가 존경하는 학자 중에 고 김진균 선생이 있다. 그 선생이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고향마을의 느티나무는 내가 동네를 떠날 때도 그 자리에 서 있었고, 타지에서 산전수전 다 겪고서 지쳐서 찾아가도 그 자리에 서 있었고, 내가 죽을 때도 그 자리에 서 있다고. 이 느티나무처럼 한 곳에 뿌리를 내려라. 한 길로 매진하면 반드시 열매가 나타난다." .. 더보기 어쨌든간에 아무리 힘들다고 투덜투덜, 징징대도 기대를 먹고 산다는 건 분명 운좋은 일이다. 감사한 일이다. 다만 그 기대에 충족하지 못할까 두려워 늘 아슬아슬한 기분이라는 것. 그 또한 감사하며 받아들여야 하는 일인지도 모르지만.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더보기 오래 전부터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이 새기지 않고 몸이 변하지 않는 몇 가지가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고집이 센 점과 커다란 인정욕. 둘이 조화를 이룰 때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멋진 승부사로 만들어준다. 하지만 뭐든 임계점이 있기 마련, 적정수준을 넘어가면 부작용이 나타난다. 귀를 닫고 마음을 열 줄 모르는, 주목받거나 인정받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어린애로 만들어 버린다. 요즘, 아니 계속 그렇다. 깊이와 넓이를 갖고 싶다면서 정작 말과 행동은 점점 얕아지고 좁아진다. 옹졸함과 인색함은 히스테리로 변해간다. 그의 말이 맞다. 한 없이 작아지는 느낌, 안에 꽉 차 있던 자신감은 어느새 텅 비어버렸고 얄량한 자존심만 남았다. 인정해야 한다. 나는 한 없이 부족하고 어떤 종류의 통찰이나 깊이를 갖기엔 아직 담금.. 더보기 - # 착한 사람들의 착한 이야기가 고맙기보다 그냥 그런 얘기라고 느껴지는 걸 보면 점점 고슴도치가 되어가는 기분이다. 뻔한 얘기여도 고마워해야 할텐데, 그러질 못하니 이 비뚤어진 심성같으니, 하며 스스로를 책망해야 하나. 뻔한 얘기를 쉽게 하며 남 모르게 상처주는 사람들을 원망해야 하나. 후자는 어쩌면 쉬운 일이겠지만,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건 잠깐이다. 결국 모두가 나의 문제. 페이스북에 글을 남기고 생각해봤다. 점점 괴물이 되어가는 기분이다. # 차라리 지난해에 A사를 갔다면, 지금처럼 끊임없이 나를 의심하고 불평불만하고 까칠해지는 일은 덜했을까? 적어도 거기선 내가 원하는 타이틀을 달고 살았을 테니까, 괜찮았을까? 단 한 번의 아쉬움과 의심도 없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고집이 점점 세진다. 좋.. 더보기 그냥.. # 봄비가 거리를 적신다. 새로운 계절이 다가온다는 설렘을 담은 트윗들이 가득하다. 설레지도, 즐겁지도 않다. 몇 개월째 계속 되는 고민, 스트레스로 머리가 무겁다. 단순하려고 맘먹기는 쉬워도 생각과 행동을 그대로 바꾸기 쉽지 않다. 운이 부족한 걸까, 내가 부족한 걸까. 아무리 고민해봐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꿈'을 먹고 산다는 낭만적인 자기합리화도 지겹다. 그런 위로도 마찬가지다. 그냥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애초에 그렇게 낭만적이거나 정의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원하고 있을 뿐이다. 그 이유면 충분하다고 믿는데 그 외의 것들로 많이 포장해야하고 또 그러길 바라거나 그렇다고 보는 사람들의 눈동자를, 한 마디를 겪을 때면 피하고 싶다. 마음이 답답하고 말길이 .. 더보기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