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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이야기

두 번의 밤과 한 번의 낮 동안 # 청와대에 갔다. 53명의 중증장애인과 그들을 돕는 같은 수의 보조원들과 함께. 도토리학교 때도, 연신"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작은 종이를 내밀거나 지팡이로 앞을 확인하는 지하철의 그들을 볼 때도, 오늘 같은 날에도 마음이 늘 복잡하다. 사지 멀쩡하고, 감정과 뜻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욕망과 꿈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나를 안심해야 하는가. 무감각한 미소로, 고장난 카세트마냥 입에 붙은 멘트를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안내원들의 배려없음을 비난해야 하는가. 낯선 자의 손길을 거부하는 그들의 닫힌 마음을 안타까워해야 하는가. # 시가, 문학이 좀더 깊이 남았으면 좋겠다. # 청와대 좋더라. 어쨌든 지리적 위치나 조경이나 훌륭하다. 집이라기보다는 수풀 속에 감춰진 별채 같았다. 멀리 보이는, 다닥다닥 성냥.. 더보기
무덤가에 꽃이 피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한 번도 빠뜨리지 않고 '동시 암송대회'에 나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단순무식한 대회였다. 주어진 동시집이나 자료에 있는 시를 가장 많이 외우는 사람이 1위를 하는 방식이었다. 40몇편, 60몇편까지 외워봤던 것 같다. 하지만 수많은 낮과 밤을 시와 함께 살았다 할지라도, 대회 당일 머리속에 담겨졌던 시 한 편, 한 편 사라져버리면 말짱 꽝인 대회였다. 어쨌든 6년을 연거푸 반 대표로 참가하면서 비록 1등을 하진 못했지만 우수상, 장려상 골고루 받은 기억이 어렴풋 난다.(찾아보면 어딘가에 상장도 있을 듯) 스스로 꽤 기억력 좋은 아이인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기억 못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당신과 함께 한 장소, 조잘대며 웃었던 이야기들, 그날.. 더보기
기록하지 못하는 일상들 책이 많지 않던 옛날에야 무조건 책을 암송하는데 힘썼지만, 경사자집(經史子集), 참으로 책이 많아진 때에야 책을 어떻게 다 암송할 수 있겠느냐고 말하면서, 4서3경 정도야 반드시 익숙하게 읽어야 하지만, "그러나 모름지기 뜻을 강구하고 고찰하여 그 정밀한 뜻을 깨달을 때마다 곧바로 기록하는 일을 실천해야만 실제의 소득을 얻게 된다. 진실로 외곬으로 낭독하기만 한다면, 실제 소득은 없을 것이다."(然須講究考索 得其精義 隨所思卽行箚錄 方有實得 苟一向朗讀 亦無實得: 爲盤山丁修七贈言)라고 설명하여 기록의 중요함을 더욱 강조했습니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는 말도 있는데, 일한다는 핑계로 점점 기록에 소홀해지고 있다. 하긴 뭐 책을 읽더라도 출퇴근길 지하철 or 버스 안에서 꾸벅꾸벅 졸며 보는 게 대부분이라 .. 더보기
근황 # 맨날 피곤해. 아침 저녁 퉁퉁 붓고 누렇게 뜬 얼굴로 꾸벅꾸벅 졸며 집과 회사를 왔다갔다. 직장인이 자기 개발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피곤해서'라는 지인의 말에 대박 공감하는 요즘이다. # 오늘 아침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가는데 빈 '촉촉한 초코칩' 포장지에 드문드문 떨어져 있었음. 순간 에 나오는 빵조각이 생각나더라 ㅎ # 일을 하면서부터 청소하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부쩍 눈에 띈다. 우리방 청소를 담당하시는 아주머닌 새벽5시쯤 출근해서 4시까지 일하신다. 열개쯤 맡으셨으려나? 사무실마다 들려 쓰레기통 비우고 안쪽 화장실 청소하고 컵, 접시 등 간단한 설거지 + 화장실 청소까지. 지하1층에 작은 휴게실이 있는 것 같긴 하지만, 뵐 때마다 마음이 참 .. # 14일엔 블랙데이 모임 다녀왔다. 솔로.. 더보기
즐거운 하루 저널리즘 특강이 끝난 후 종로의 한 빈대떡집에서 동동주 네 동이와 함께 :D 더보기
- 아침 6시, 익숙한 알람소리에 눈을 뜬다. 침대맡을 더듬더듬 짚고 일어나 눈을 비비며 화장실로 간다. 머리를 감고 세수하고 적당히 단장도 하고 나면 벌써 6시반. 4월인데 여전히 겨울처럼 차가운 아침 공기를 들이마시며 집을 나선다. 매일 비슷한 시각, 비슷한 장소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이 점점 익숙해진다. 더할나위 없이 조용하고 평범한 아침이다. 어느 곳에 있든 아침 풍경은 크게 다르지 않다. 눈부신 햇살도, 남은 잠을 마저 달아나게 해주는 차가운 공기도 비슷하다. 사람만 조금씩 다르다. 더보기
기록하지 않으면 일상에 매몰된다 # 첫 주치곤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잡다한 일(가령 전화받기, 손님응대, 복사 심부름 등등) 외에 실무적인 일도 도왔으니까. 대략 어떤 시스템으로 흘러가는지 알겠다. 어떤 면에선 철저히 분업화되어 있고, 교집합의 영역은 적어 보인다. 그래서일까. 개개인이 전문화된 일의 양은 상당한듯. K 비서님만 해도 정책 개발과 법안 발의, 회의 참석 및 질의 준비 등의 일을 다 맡고 있다. S 비서님은 지방 민원 처리 + 선거 관련 일로 바쁘시고. 아무튼 그럭저럭 잘 적응할 수 있을 듯 싶다. 다만 건강을 잘 챙겨야 할듯.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사무직의 특성상 소화 불량 + 허리 통증 등 소소한 질병(;;)이 생기기 쉬우니..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할텐데 시간 조절이 어떻게 될 수 있을런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더보기
새로운 시작 이젠 서울이 온전한 생활무대가 됐다. 수요일, (아마도 이번 학기엔) 제천에서의 마지막 하루를 보냈다. 공지가 뜨자마자 바로 지원, 곧바로 결정이 난 덕분에 다음주부터 생애 첫 인턴 생활을 시작한다. 물론 어제 인사드리러 왔고, 오늘은 인수인계 받으러 왔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도 사무실이지만 ㅎ 설렌다. 무언가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그 일이 어떤 것이든 간에 마음을 설레게 한다. 차 심부름, 복사, 청소, 신문정리 같은 작은 일부터 사회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큰 일까지 두루두루 할 수 있다는 점은 이 일의 장점인듯. 걱정도 되지만, 아무튼 일단은 시작이다. 잘해보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