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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이야기

10월 28일의 주저리주저리 # 기교가 아니라 내용,형식이 아니라 팩트다.혼자 기획했다고 신나서 좋아라 했던 기사들의 오류가 자꾸 발견되는데다 아예 엎어버려야 할 위기에 놓인 것까지 나오니 우울... 늘 의심하고 또 확인하는 건 기자의 제1원칙인데, 내가 게을렀다. # 스토리가 있는 기사는 쓰기 어려워도 재미는 있다.근데 내용을 잘 모르는 건 일단 겁부터 날 수밖에.그래도 어쩌겠냐. 일해야지 =_= # 돌아오는 화~수요일에 급 휴가를 가게 됐다.그리고 언제 쉬게 될까? 음하하..... 더보기
R.I.P "연우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구급차" 그 순간 선배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연우에게도 묻지 못했다. 왜 구급차가 되고 싶냐고. 행여나 '아빠가 아플 때 빨리 병원에 데려다 줄 수 있으니까'란 답이 돌아온다면, 처연한 선배의 얼굴이 서글퍼질 것 같아서. 한 아이의 아버지였고, 아름다운 부인이 있었고,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가쁜 숨을 내쉬던 때조차 "취재가자"는 말에 "응"이라고 대답했던 선배가 흙으로 돌아갔다. 얼굴 한 번 뵌 적 없고, 어깨 너머 들은 이야기도 손가락에 꼽히는 분이었지만 "만약 가 좌초한다면, 그 배에서 마지막에 내리고 싶었다"던 한 마디가 참으로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던 선배였다. 같은 병으로 형제를 잃었다는 얄궂은 운명 때문에, 뼈와 척수 사이까지 스며든 암덩어리들이 더 슬퍼보.. 더보기
나는 행복해지고 싶다.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가다가 스스로에게 물었다. '너 행복하니?' 뭔가 삐걱거리고 있다. 부족하다. 헉헉댄다. 멘붕이 뭔지 알겠고, 맘처럼 일을 못해서 버겁고, 화나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억울하고, 또 그러다가 우울해지고. 시간은 가는데, 나는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다달이 월급이 꼬박 들어오는 삶이야 감사하지만 이거 뭔가 싶기도 하고. 어제는 우연히 선배와 단둘이 밥 먹으면서 "제가 가장 시급하게 고쳐야 할 부분이 뭔가요?"라고 물었다. "대학원생 같다." 선배는 '쓰면 기사'라고 했다.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물론 내용을 잘 채워야겠지만, 일단 '시기'가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근데 너는 뭘 딱 갖춘다음에야 기사를 쓰려고 한다고. 반론의 여지가 없었다. 다 맞는 말이니까. 꼬이고 또 꼬인 실타래를 .. 더보기
안녕, 멘붕의 날. 안녕, 베트맨. # 남은 시간은 5분이었다. 세 시간 정도 미아삼거리역 안에 주저 앉아 기사를 고치고 있었다. 영화 시작시각은 9시 50분(알고보니 55분이었다), 일찍 영화관에 와있던 그는 한 시간 넘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다급하게 투닥투닥 고친 기사를 본 선배는 한 마디로 '이건 아니잖아'를 말하고 있었다. 마이크폰으로 통화 중이었다. 갑자기 열차가 들어온다고 알리는 안내방송 소리가 났다. 머리 속이 하얬다. 예매 취소가 가능한 건 영화 시작 20분 전이고, 현재는 9시 25분. 더 늦기 전에 영화표를 취소하라고 해야 하나, 나는 왜 기사를 이따위로 써서 퇴근 후에도 이러고 있나, 어깨와 목은 왜 자꾸 말썽인가... "너 지금 지하철이지?" 선배의 한 마디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일단 볼 일 보고, 내일 아침.. 더보기
경제부 교육을 마치고... 버금 2개, 오름 2개, 생나무 3개. 지난 2주 동안 경제부 교육을 받으며 쓴 기사 7개의 성적표다. 가장 아픈 점수는 바로 ‘생나무 3개.’ 이유를 생각해봤다. 내용이 별로라서? 기사를 못 써서? 다 포함되겠지만, 일단 ‘시의성이 부족해서 아닐까’ 쪽으로 결론이 모아졌다. 엄마 뱃속에선 나왔지만,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기사들의 주제는 각각 OECD 양성평등보고서, 무상보육, 그리고 ‘착한가격업소’다. 기획 때만 해도 뒤의 2개는 ‘시기를 잘 만났다’고 판단했다. 마침 국회예산정책처에서 영육아 보육사업 평가 보고서가 나왔고, 행정안전부에서 착한가격업소를 선정해 발표했기 때문이다. 순전히 내 판단이었다. 하지만 궁금하다. 선배들이 어떤 까닭으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알고 싶다. 내 깜냥으로.. 더보기
잊어먹겠다 # 하루는 24시간이라지만, 군인과 민간인의 시계가 제각각 속도를 내듯 회사 밖과 안의 시곗바늘도 다르게 돌아간다. 다시 출근한 지 이틀됐을 뿐인데, 매일매일이 쏜살같다. 아니다. 시간은 쏜살이 맞다. 그 궤적을 따라가느라 헉헉 거친 숨을 몰아쉬는 이와 화살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이가 있을 뿐. 지난 월요일과 화요일, 나는 날아가버린 화살을 쫓느라 버거웠다. 정박으로 돌아오지 않는 심장을 움켜잡고, 힘이 잔뜩 들어가 뻣뻣해진 목과 어깨를 주무르며 버티는 사람이었다. 고통스럽진 않았다. 긴장감이 주는 쾌락도 있으니까. 다만 뭐랄까, 그럼에도 찾아오는 '여긴 어디? 난 누구?' 혹은 '겨우 이 정도였나' 하는 생각? 욕심은 에너지원이면서도 마음의 진원이다. 늘 그렇다. 잘 모르겠다. 현재 마음을 채우는 온.. 더보기
파스타, 그리고 돈까스덮밥 일본소설에 빠져 살던 때가 있었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일본소설 특유의 감성이 한국의 젊은 청춘을 지배하던 시절이었다. 대세는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 하지만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건 요시모토 바나나였다. 어쨌든 두 사람의 책을 꽤 열심히 읽었다. 하루키는 주로 단편을 많이 봤다. 그의 단편에는 20대 후반~30대 초반으로 짐작되는 시니컬한 남성이 자주 등장한다. 그 남자는 어김없이 두 가지 음식을 꼭 먹는다. 파스타, 그리고 맥주. 혼자 사는 이 남자는 뜨거운 물에 적당히 삶아낸 파스타를 (아마도 봉골레로 먹는 듯) 차가운 맥주와 먹는다. 미성년자였던 시절에는 '도대체 무슨 맛일까' 참 궁금했다. 이제 술은 맘 내키는 대로 언제어디서든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됐는데, 여전히 파스타 + .. 더보기
기록은 기억보다 힘이 세다 # 어제부터 정치부 출입 중. 첫 기사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논란 관련 당사 스케치였다. A선배가 1차로 검토해주셨다. 아직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는데, 내 경우 가급적 단문·능동형을 쓰려다보니 문장 자체가 딱딱하고 걸리는 느낌이 있다보다. 기사체 특유의 관행적 표현이 존재하기 때문인 것도 같은데, 배우는 입장에선 좀 더 자연스러운 면이나 회사 스타일에 맞춰야 하는 듯. 시간이 흐르면 살짝은 자유로워지고 그만큼 현재보다는 나아질 테니 말이다. # 한 선배는 "너무 자잘한 것까지 신경쓰지 말라"고 조언했다. 맞는 말이다. 근데 기본적으로 관찰력이 좋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든 하루였다. 지난번에 북한산 갔을 때도 내기에 정신 팔려(;) 주변 풍경 볼 생각을 못했다. 다음날이었던가? 에 산악로 입구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