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금 2개, 오름 2개, 생나무 3개.
지난 2주 동안 경제부 교육을 받으며 쓴 기사 7개의 성적표다. 가장 아픈 점수는 바로 ‘생나무 3개.’ 이유를 생각해봤다. 내용이 별로라서? 기사를 못 써서? 다 포함되겠지만, 일단 ‘시의성이 부족해서 아닐까’ 쪽으로 결론이 모아졌다.
엄마 뱃속에선 나왔지만,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기사들의 주제는 각각 OECD 양성평등보고서, 무상보육, 그리고 ‘착한가격업소’다. 기획 때만 해도 뒤의 2개는 ‘시기를 잘 만났다’고 판단했다. 마침 국회예산정책처에서 영육아 보육사업 평가 보고서가 나왔고, 행정안전부에서 착한가격업소를 선정해 발표했기 때문이다. 순전히 내 판단이었다.
하지만 궁금하다. 선배들이 어떤 까닭으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알고 싶다. 내 깜냥으로는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도무지 상상할 수 없기에 궁금증만 무럭무럭 커간다. 결국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4월 9일 첫 출근을 한 날부터 지금까지 참 감사하게도, 직접 취재하고 작성한 모든 기사들이 바이라인을 달고 웹 출판됐다. 기사를 쓰기는커녕 이름 세 자도 못 나가는 타 매체 수습들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러나 ‘과연 난 제대로 하고 있는가’란 의문이 늘 남아 있던 터에 생나무 신세인 새끼들을 보니 생각이 많아졌다. 또 데스킹을 거쳐 나간 기사여도 장단점은 무엇인지, 각은 제대로 잡혔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어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오마이뉴스> 경제뉴스는 도대체 무엇일까?’라는 문제도 큰 벽이었다. 사회부 발령을 받았지만, 경제 정책 쪽에 관심이 있는 편이어서 이번 교육을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아이템을 기획하고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과정 내내 ‘아... 그래도 모르겠다’였다. 다른 곳과 달리 우리는 경제뉴스도 ‘현장성’을 중시하는 편이다. 종철 선배께서 나를 포함한 수습 세 명이 낸 기획을 평가해주실 때마다 ‘참신함과 재미’를 중시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 여겼다.
그런데 ‘예산, 복지’쪽으로 접근하려 했던 무상보육 문제는 역량의 한계로 결국 사회면에 가까운 기사가 됐고, 냉면·쫄면 기사 역시 실상은 비슷했다. 겨우 ‘현장성 있는 경제뉴스’ 비스무리한 게 ‘착한가격업소’ 기사인 듯한데... 어떻게 경제현상을 보고, 또 관련 정책을 살펴야 하는 것일까? 매일 아침 성향만 다를 뿐 내용은 엇비슷한 신문기사들을 보며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우리 매체는 정책이나 통계 같은 딱딱하지만 필요한 뉴스에는 관심이 덜하지 않나 싶기도 했다.
11pt로 A4용지 1장으로 되짚어보기에는 너무 말할 거리가 많은 2주였다. 글자 크기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선배 죄송..) 늘 ‘현장’이 존재하는 사회·정치부와 달리 현장을 직접 발굴해야 하고, 보다 새로운 뉴스를 만들어내야 하는 데다 ‘경제’라는 분야 특성상 마냥 ‘어렵다’는 생각이 곧잘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어려움과 난관이 있었기 때문에 순간의 깨달음도 많았다. 피임약 기사로 난감했던 일 역시 좋은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보고를 위해 휴대폰 버튼을 누르는 일조차 부담스러웠던 시간들이 한동안 잊고 있던 긴장감을, 무뎌졌던 감각을 조금은 되살아나게 해줬다. 더 긴장하되 더 신중하고, 더 고민하되 더 발로 뛰는 일. 당연하지만 잊지 말아야지. 2주 동안 감사했습니다!
- 선배께 제출한 평가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많은데, 불쑥불쑥 머릿속에 채워졌던 생각들도 많은데 분량에 맞추다보니 이정도다(정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것도 사실;). 기억해두려면, 자꾸 눈에 띄는 곳에 둬야 할 것 같아서 블로그에도 올려 둔다.
'시시콜콜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행복해지고 싶다. (1) | 2012.09.01 |
---|---|
안녕, 멘붕의 날. 안녕, 베트맨. (0) | 2012.08.09 |
잊어먹겠다 (0) | 2012.06.05 |
파스타, 그리고 돈까스덮밥 (0) | 2012.05.26 |
기록은 기억보다 힘이 세다 (0) | 2012.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