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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이야기

나는 행복해지고 싶다.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가다가 스스로에게 물었다.


'너 행복하니?'


뭔가 삐걱거리고 있다. 부족하다. 헉헉댄다. 멘붕이 뭔지 알겠고, 맘처럼 일을 못해서 버겁고, 화나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억울하고, 또 그러다가 우울해지고. 시간은 가는데, 나는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다달이 월급이 꼬박 들어오는 삶이야 감사하지만 이거 뭔가 싶기도 하고. 어제는 우연히 선배와 단둘이 밥 먹으면서 "제가 가장 시급하게 고쳐야 할 부분이 뭔가요?"라고 물었다. 


"대학원생 같다."


선배는 '쓰면 기사'라고 했다.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물론 내용을 잘 채워야겠지만, 일단 '시기'가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근데 너는 뭘 딱 갖춘다음에야 기사를 쓰려고 한다고. 반론의 여지가 없었다. 다 맞는 말이니까. 꼬이고 또 꼬인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니까. '도대체 내가 그동안 배운 게 뭘까, 이제 겨우 두 달 됐는데'라는 항변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근데 안다. 비겁한 변명이라는 걸. 그럴수록 나는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나고 있을 뿐, 앞으로 한 치도 나아갈 수 없다는 걸. 몇몇 지인들이 '네 기질과 기자는 맞지 않아'라고 했던 말이 스쳐지나갔다. 아니라고 고개를 그렇게 저었는데, 맞았던 걸까? 행복하냐고 묻던 나는, 또 내게 물었다.


잘 모르겠다.


특종을 많이 하는 기자가 되면 좋겠지만, 애당초 맘먹은 목표는 아니었으니까. 나는 밥 같은 사람이고 싶었다. 그런 기사를 쓰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었다. 익숙해서 존재감이 없는 게 아니라, 익숙해서 빼먹으면 안 되는 그런. 근데, 물론 아직 신참이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밥이 아니라 밥만 축내는 사람이 되어가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의지를 따라오지 못하는 능력은 결국 의지를 갉아먹기 마련이다. 


숨을 구멍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그 속에 들어가버리면 편하다. 편하지만, 행복할까? 모르겠다. 어둡고 아늑한 그곳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으면 마음은 일단 편할 테지만, 아마 또 다시 불안해질테고, 나는 나를 질책할 것이다. 결국 이도저도 아닌 채로 남아버릴 확률이 높다. 


사랑의 꿀밤도 맞으면 아프다. 말로 당하는 채찍질은 그에 비할 바 못 된다. 너무 아프다. 근데 좀 더 참아봐야겠다. 게으른 사람이고 싶지 않고, 밥만 축내는 사람이고 싶지 않고, 내가 아주 미약하나마 해낼 힘이 있다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행복할 테니까. 나는 행복해지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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