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구급차"
그 순간 선배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연우에게도 묻지 못했다. 왜 구급차가 되고 싶냐고. 행여나 '아빠가 아플 때 빨리 병원에 데려다 줄 수 있으니까'란 답이 돌아온다면, 처연한 선배의 얼굴이 서글퍼질 것 같아서.
한 아이의 아버지였고, 아름다운 부인이 있었고,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가쁜 숨을 내쉬던 때조차 "취재가자"는 말에 "응"이라고 대답했던 선배가 흙으로 돌아갔다. 얼굴 한 번 뵌 적 없고, 어깨 너머 들은 이야기도 손가락에 꼽히는 분이었지만 "만약 <오마이뉴스>가 좌초한다면, 그 배에서 마지막에 내리고 싶었다"던 한 마디가 참으로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던 선배였다. 같은 병으로 형제를 잃었다는 얄궂은 운명 때문에, 뼈와 척수 사이까지 스며든 암덩어리들이 더 슬퍼보이던 분이었다. 그런 선배가 도솔천 먼 길로 떠났다. 구급차가 되고 싶다는, 천사 같은 딸아이와 끝내 눈물을 참지 못한 부인이 남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2년 11월 첫 날의 밥 (0) | 2012.11.01 |
---|---|
10월 28일의 주저리주저리 (2) | 2012.10.28 |
나는 행복해지고 싶다. (1) | 2012.09.01 |
안녕, 멘붕의 날. 안녕, 베트맨. (0) | 2012.08.09 |
경제부 교육을 마치고... (0) | 2012.06.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