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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이야기

제주의 오월 # 2013년 5월 12일 늦은 저녁, 떠나다. # 첫날밤을 보낸 게스트하우스에서. # 강정에 가다. # 용머리해안 # 모슬포 바다 # 고래를 닮은 아이, 래이가 있는 '봄꽃' # 대한민국 남쪽 끝, 가파도에서. # 불편해도 즐겁다는 허윤석씨 가족,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자연. # 빙떡, 고기국수, 빠빠라기 빙수는 빼먹지 말아야. # 다시 산방산으로. 마음만은 여행자. # 안녕, 제주. 더보기
그러니까 벌써 2329일 아이폰 5로 바꾼 후 여차저차 동기화를 못 했고, 결국 예전 휴대폰에 있던 사진을 수동으로 컴퓨터에 옮겼다. 폴더 정리를 할겸 쭉 훑어보니 추억은 방울방울. 얼마 전 싸이 앨범 정리를 할 때도 그랬다. 늘 제자리였던 것 같은데, 시간은 저만큼 가고 있었다. 이날 가을소풍에 함께 했던 영사 언니는 두릅이와 함께, 정범 오빠는 S와 함께 새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고, 우리는 '결혼'이라는 걸 준비하기 시작했다. 소꿉장난마냥 사랑하고 다투고 울고 웃으며 차곡차곡 쌓았던 시간들의 무게가 제법 나갔다. 그리고 아마 더 무거워질 것 같다. 즐겁게 견뎌보리라. 더보기
인생은 우연 제법 오랫동안 '아이패드를 살까 말까' 고민해왔다. 마음이야 있는데 1) 가격 2) 어디에 어떻게 쓸까가 문제였다. 가격이야 할부로 해결한다 해도, 업무용으로 아이패드를 쓰려면 기사입력이 가능해야 하는데 회사 내부시스템상 안 된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웬 걸? 사진 입력까지 다 가능해졌다!!! 그 소식에 마음 속 지름신도 커져갔다. '아이패드 바람'에 끝없이 흔들렸다. 다만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 그런데 지난 월요일 밤, 노트북이 이상했다. '팬 에러'란 안내문이 뜨더니 부팅이 되지 않는 것; 혹시나 해서 한두시간 뒤에 재부팅해봤다. 괜찮았다. 안심하고 화요일 출장길에 올랐다. 경남 진주는 예상보다 먼 곳이었다. 금방 KTX여행이 지루해졌다. 부시럭거기며 노트북을 꺼냈다. 새로 휴대폰을 개통하기 .. 더보기
그 아이 그 아이는 내게 유희열을 알려줬다. 학교 앞 레코드점에서 만난 토이 4집 앨범 사진을 보고 '오 멋진데'라고, 음악을 듣고 한 번 더 '오 멋진데'라고 하게 만들었다. 또 반듯하고 정갈한 느낌의 글씨체가 맘에 들어 슬금슬금 따라하게 했고, 스트라이프 티셔츠 하나도 눈 여겨보게 했다. 방과 후 집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전화기를 찾고, 시시콜콜한 수다를 떨게 했다. 참 많이 좋아했던 친구였다. 그 아이는 날 펑펑 울 수 있게 해줬다. 갑작스런 전학 결정에, 모든 게 낯설고 어려울 새로운 환경에 불안하고 막막했지만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친구들과 마지막으로 인사하던 날까지. 손 흔드는 아이들을 뒤로 하고, 교복치마 입고도 정신없이 뛰놀던 운동장 옆을 지나는데 갑자기 울음이 터져나왔다. 도살장에 끌려.. 더보기
R.I.P 배가 고팠다. 1분 전까지만 해도 괜시리 눈물이 나서 마음을 다잡았는데, 분향을 마치고 털썩 주저 앉으니 시장기가 올라왔다. 갑작스런 제자의 죽음에 눈가가 촉촉해진 J선생님의 모습에, 까닭없이 자주 사람들 사이를 파고드는 침묵에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배가 고팠다. 갑작스런 지인의 부고에 '죽음이 이토록 가까이 있구나' 싶으면서도 따뜻한 흰쌀밥에 자꾸 눈이 갔다. 황망한 죽음 앞에 그저 울음을 토해내고만 있는 어머니의 모습에 어찌할 줄 몰라한 뒤에도 기름기 흐르는 돼지고기 편육을 새우젓에 찍었다. 윤기가 흐르는 완자를 집어먹고 서걱서걱 김치를 씹었다. 허기마냥 시간도 속절없었다. 장례식장의 밥이 그렇다. '한 두번'이라고 말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그와 인연이 짧았다. 첫 만남에서 '국회 인턴 중인데, 이렇.. 더보기
우리 한때 파릇파릇했지 연애시간이 길어지다보니 사건은 기억나도 정확한 시기는 가물가물하다.이 크리스마스 이브의 기억도 생생하지만 언제였더라 했는데, 벌써 2009년 일이었네; 더보기
2012년 제18대 대선을 기록하며... 지난 주말, 두 마리에 만 오천원짜리 숭어회로 풍성한 술상 앞에서 아빠와 말다툼을 했다. 결국 정치 때문이다. 생각의 차이를 확인하는 것은, 대개 부녀간 정을 상하는 일로 끝났다. 그럼에도 대선이 가까워지니 입이 근질근질했다. 참았어야 했는데. 그날 밤도 끝내 참지 못했다. 투표를 위해 평택집을 찾았다. 선거 하루 전날, 이미 선택을 마쳤을 아빠를 설득하고 싶었지만 별 수 없었다. 누군가는 미래를 볼모삼아 읍소했다는데, 그런 낯간지러운 일은 불편했다. 어쩌지 한참을 고민했다. "아빠, 내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한 표 주시지...?" "쓰잘데기 없는 소리하지마! 세상이 그렇게 쉽게 바뀌는 줄 알어?" 순간 "세상은 바뀐다"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말대꾸는 또 다시 상처로 돌아올 게 뻔해 입을 꾹 다물.. 더보기
2012년 11월 첫 날의 밥 점심엔 회사 건물 지하 1층의 백반집을 갔다. 주메뉴는 매일 바뀌고 돈까스는 늘 나오는 곳인데, 오늘은 라볶이와 미역국이 나왔다. 라면스프류의 조미료 맛이 강한, 국물이 묽은 라볶이 맛은 그럭저럭. 미역국은 제법 깔끔했다. 리필이 된다는 장점이 있는 이곳의 돈까스는 식감이 약간 떨어진다. 수익을 맞춰야 하니 아무래도 밀가루 반죽 비중이 좀 있는 듯하다. 그래도 갓 튀겨낸 따끈한 돈까스를 먹고 또 먹을 수 있는 게 어딘가.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웠다. 오늘은 현진 선배에게 신세를 졌다. 후식은 동남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혜경 선배가 사무실에 기증한 라오스산 커피. 믹스 한 개 크기가 핫초코 미떼랑 비슷하기에 물을 넉넉히 부었다. 예상보다 싱거웠다. 한국 커피믹스보다 커피알갱이가 작아서 그런 걸까. 좀 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