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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이야기

두 개의 꿀 크리스마스의 끝자락을 붙잡고 연남동의 한 포차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딸랑 소리에 문이 열리더니 웬 할머니 한 분이 들어오셨다. 늘상 보는 껌팔이 할머니인 줄 알았다. 평소처럼 어색하게 고개를 돌리고 있었는데 할머니는 의외의 품목을 꺼내셨다. 꿀이었다. 껌이 아니면 모시송편이나 초콜릿정도겠지 싶었는데, 전혀 상상 못한 물건이었다. 할머니는 "제주미깡에서 모은 것"이라며 내게 "비바리한테 좋다, 비타민씨도 많고..."라고 말하셨다. 지난주 시부모님과 찾아뵌 일산 외할머님이 문득 스쳐지나갔다. 차마 평소처럼 어색하게 "죄송합니다"하고 꾸벅 끝내기 어렵더라. 결국 나는 택시비로 받은 공돈을 털어 꿀을 샀다, 설탕물에 가까워보이는. 예상했던 결과였다. 집에 있는 꿀과 나란히 세워두니 두 통은 확연하게 달랐.. 더보기
2014년 12월 16일 밤, 나는 조금 무기력하다 "국가의 핵심적인 결점은 대외적인 무력의 사용을 촉진하고 아무리 민주적인 제도 내에서라도 개인이 무력감을 느끼게 만든다는 것이다."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하는 사람들이라면 결코 무기력한 절망감에 안주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결심을 굳힌다면 우리는 미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를 깨닫고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 방금 책장을 덮은 러셀의 에서 옮겨뒀던 문장들을 쭉 살펴봤다. 이 두 개의 문장이 가장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내가 무력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감정의 크기는 거대하지 않지만, 마음 한 구석에 뱀처럼 또아리를 틀고 있다. 두 사람이 70미터 높이 굴뚝 위로 올라갔다. 지난 토요일 일이었으니 벌써 4일째다. 겨울치곤 포근했던 날씨도 저 천공 위에선 소.. 더보기
맥주가 맛있는 그집 제주의 여섯번째 밤, 우리는 고민했다. '과연 오늘 저녁엔 무엇을 먹을 것인가!!!!!!!' 우연히 피자와 맥주 이야기가 나왔고, 화제는 자연스레 수제맥주로 이어졌다. 그는 갑자기 분주해졌다. 제주시내에 혹시 수제맥주집이 있진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그리고 마침내 발견했다. '보리스 브루어리'를. 제주보리로 맥주를 만드는 '브루마스터' 보리스 데 메조네스는 스페인사람이다. 한국인 아내의 고향 제주에 정착한 그는 수입보리의 비싼 가격 때문에 제주보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제주보리로, 그는 세계 맥주대회에서 수차례 상을 거머쥐었다. 블로그 등에 올라온 글을 보니 가게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고 하던데, 우리는 아무래도 만날 운이 없었나보다. 직접 "정말 맛있어요!!!"라며 엄지를 척 들어서 말해주고 싶.. 더보기
가족의 탄생 지난해에 새 가족이 생겼다. 아직 '아버님, 어머님, 아가씨, 서방님'이란 호칭이 입에 낯설지만, 일년에 겨우 두세 번밖에 만나지 못하지만, 정겹고 소중한 이들이 내 인생에 더해졌다. '제주도' 프리미엄까지 있어서 명절'증후군' 대신 호사 아닌 호사를 누리고 있다. 언젠가 서로에게 조금 지치고, '애정'이란 두 글자가 한 글자만 남을지 몰라도 지금 느끼는 마음들 잊지 않기를. ​ 남편과 함께 갔던 신도2리 무인카페.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희망과 불안, 두려움 등이 곳곳에 담겨 있던 메모들. ​ 내가 쓴 것 아님 ㅋㅋ ​ 어머님이 자전거 타고 직접 바다에 나가서 공수해오신 황돔. 회로 먹어도 맛이 좋았지만 지리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ㅠㅠ ​ 일 다 마치고(ㅠㅠ) 수월봉 가는 길 ​ 수월봉 입구에서 바라본.. 더보기
몸에 집중하고 있다 다시 수영을 시작했다. 5월은 워낙 정신없기도 해서 곶감 빼먹듯 강습 못 가는 날이 많아서 6월부터는 자유수영이나 하려고 했는데 우연히 강사와 마주쳤다. "진도 많이 나갔죠?"란 물음에 "가르쳐 드릴 테니까 오세요"란 대답을 받고 재등록한 터라 무엇보다 약속을 잘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크다. 월요일도, 오늘도 전날 밤 ‘술이슬’에 젖어버렸지만 눈을 비비며 이불을 걷어찼다. 평형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접영이었다. 다른 분들은 이미 기초동작 끝내고 팔과 다리를 연결하는 연습을 시작했지만 나는 걸음마단계다. 강사는 내게 허리를 이용해 웨이브, 발동작하는 법을 알려줬다. “허리를 내렸다, 들었다… 더 내리세요, 더!” 그의 주문은 오늘도 같았다. 문제는 내 허리였다... 예전보다 많이 뻣뻣해.. 더보기
여름밤 급벙개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유쾌하다'는 말로는 부족했던 6월의 밤, 여의도에서. # 세 사람 표정이 다 제각각 ㅎㅎ # 단체 인증샷! # '소폭의 달인' 류 선생을 돕는 선 제자 # 그렇게 즐거워요? :) # 깐부치킨 순살크리스피, 맛있었음. 더보기
4월의 전주 문상 간 길에 급관광. 숙소를 잘못 잡아서 한옥마을 구경할 시간이 좀 빠듯했다. 다음엔 꼭 '가맥'하고 와야지. # 전동성당 # 한옥마을 어느 집 # 딸기찹쌀떡, 곶감찹쌀떡 # 진짜 '파'전 더보기
2014년 6월 둘째주의 끄적끄적 0610 "러시아 국민들은 아픈 곳을 찔려야만, 자기 호주머니가 털려야만 잠에서 깨어나는 듯하다. 혁명의 열정은 돈과 연결될 때에만 고조된다" 안나 폴리콥스카야 『러시안 다이어리』 체첸 전쟁 참사와 난민 문제의 심각성을 다루며 푸틴 정부와 각을 세웠던 탐사보도 기자 안나 폴릿콥스카야. 9일 러시아 법원이 2006년 10월 7일 아파트 엘레베이터에서 안나 폴릿콥스카야를 살해한 5명의 피의자에게 징역형을 선고했습니다. 이 중 2명에겐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러시아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의 피살은 드문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기자 살해 용의자에게 무거운 형이 내려진건 이례적 일입니다. 러시아 법원의 이번 판결은 주요 외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안나 폴릿콥스카야는 피살전에도 독극물 테러와 인질극 등을 포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