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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이야기

몸에 집중하고 있다

다시 수영을 시작했다. 5월은 워낙 정신없기도 해서 곶감 빼먹듯 강습 못 가는 날이 많아서 6월부터는 자유수영이나 하려고 했는데 우연히 강사와 마주쳤다. "진도 많이 나갔죠?"란 물음에 "가르쳐 드릴 테니까 오세요"란 대답을 받고 재등록한 터라 무엇보다 약속을 잘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크다. 월요일도, 오늘도 전날 밤 ‘술이슬’에 젖어버렸지만 눈을 비비며 이불을 걷어찼다.


평형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접영이었다. 다른 분들은 이미 기초동작 끝내고 팔과 다리를 연결하는 연습을 시작했지만 나는 걸음마단계다. 강사는 내게 허리를 이용해 웨이브, 발동작하는 법을 알려줬다. 


“허리를 내렸다, 들었다… 더 내리세요, 더!”


그의 주문은 오늘도 같았다. 문제는 내 허리였다... 예전보다 많이 뻣뻣해진 거야 알고는 있었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또 자꾸 허리가 아닌 무릎 아래 부분을 이용해 발차기를 하기 일쑤였다. 평형에 비해 헤엄치는 속도가 빠르다는 게 위안 아닌 위안이었을 뿐.


아무튼 수영은 좋은 운동이다. 물에 있는 순간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철저히 팔을 젓고, 발을 차서 앞으로 나가는 일에만 신경써야한다. 온전히 내 몸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일에 쫓겨 하루하루 넘기고 나면 몸은 물론 마음마저 지쳐버릴 때가 많은데 그나마 운동을 하니까 내 자신이 닳아버리는 느낌이 좀 덜하다. 머리에 들어있는 것들이 풍화하고 있다는 속상함과 자책감은 여전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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