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펜 끝을 벼리다

2014년 4월 9일의 소원 전개가 빤히 보이는 이야기, 상투적인 표현들... 벗어나기 힘들었다. 그래도 꼭 쓰고 싶었다. '과거'사(史)가 아니라 '현재'사라라는 혼잣말을 많이 하며 준비했던 기획이었다. 가슴을 울리는 그 이야기를 정리해보려니 쉽지 않았다. 털고 나니 속이 시원하면서도 아쉽다. 그리고 욕심이 든다. 예전에 '내가 겪은 OO' 시리즈를 준비할 때와 비슷한 기분이다. 유서대필사건 타임라인을 기획하던 일도 마찬가지였고... 이 기록이 누군가의 과거는 곧 현재라는 단순한 진리를 되새겨보는 자그마한 계기였으면 좋겠다. "23억 중 13억 토해내라니... 대법원은 인혁당 피해자들 두 번 죽였다" [인혁당 사법살인 39주년- 가해자에서 채권자로 돌변한 국가①] 이창복씨 인터뷰 4월 9일은 1975년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으로 .. 더보기
재판 사건번호의 숨겨진 비밀 http://joongang.joins.com/article/278/14140278.html?ref=mobile&cloc=joongang|mnews|pcversion 건국 이후 최초 사건번호 대한민국 건국 이후 선고된 최초의 사건번호는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에 선고된 ‘서울지방법원 1948민 제1308’ 대금청구 사건이다. 안성군 일죽면에 사는 최모씨가 고양군 독현도면에 사는 임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사건이다. 당시 돈 ‘1만원’을 빌려줬는데 임씨가 갚지 않자 최씨가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재판부인 서울지방법원 민사 제2부 고윤후 판사는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1만원을 1948년 4월 1일 이후 모두 갚을 때까지 2할의 이자를 합산해 갚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사건번호는 근대 사법제도.. 더보기
[서초동일기] 20140220 그는 대법원 판결을 볼 수 있을까 ‘유서대필사건’의 강기훈씨가 13일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08년 1월 31일 재심을 청구한 지 6년, 사건이 발생한 지 23년 만이다. 하지만 그는 무덤덤했다. 그토록 기다렸을 “무죄”란 두 단어가 재판장의 입에서 나왔는데 웃지도, 울지도 않았다. 오랜 세월 누명에 몸과 마음이 할퀴어진 사람으로 보기 어려울 만큼. 아직 끝난 싸움이 아니라 여겼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는 1월 16일 최후 진술에서도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재판이 끝난 것은 아니다, 대법원으로 가겠죠”라고 말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상고할 수 있는 기간이 딱 하루 남았던 19일, 검찰은 유서대필사건 상고 뜻을 밝혔다. 과거 대법원 판결에서도 유죄 증거로 인정됐던 1991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필적 감정 결과를 재심 재판부가 받.. 더보기
[서초동일기] 20140206 김용판은 소주를 좋아해 김용판은 소주를 참 좋아하는 사람 같다. 지난해 12월 19일 피고인 신문 도중 그는 "검찰이 특정인의 진술에 너무 의존해서 짜깁기 기소한 것 아니냐, 조사받을 때 제가 말한 모든 게 유죄의 근거처럼 돼 있어서 그날 밤새도록 술 먹고 울었다"고 말했다. 재판을 마친 뒤 그는 지인들에게 "소주나 한 잔 하러 가자"고 했다. 어제 무죄 판결을 받고, 지인들과 인사하며 말한 첫 마디도 "소주 한 잔 하자"였다. 공판 시작 전의 미소는 선고 이후 내내 그의 입가에서 떠나질 않았다. 이날 지인들과 소주를 마시면서도 아마 김용판은 계속 웃었으리라.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공판을 다 지켜본 것도 아니고, 법리를 잘 모르기도 하지만 사실 김용판 공판은 좀 '까리'했다. 최근 집중 취재한 내란음모사건은 '엥? 설마 롯데리.. 더보기
[서초동일기] 20140107 그의 진짜 표정이 궁금해졌다 # '이번 열차는 OO행 첫차입니다'라는 방송을 정확히 들은 건지, 아닌지 지금도 가물가물하다. 4시 50분쯤부터 눈이 떠졌고, 긴장한 탓에 단 5분도 더 잠들 수 없었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아직 세상은 밤의 품에 안겨 있었다. 공기는 예상보다 포근했다. 멀리서 보이는 붉은색 '500번' 버스 표지를 보고 부리나케 뛰어도 견딜만한 정도였다. 그렇게 오랜만에 지하철 첫차를 탔다. 불금을 보낸 다음날에도 놀랄 때 많았다. 주5일제가 시행된 지 몇 해가 흘렀는데도 여전히 토요일 새벽에 일하러 가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으니까. 하물며 화요일이야 두말할 것도 없었다. 8~9시 출근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지하철 2호선 안은 제법 꽉 찬 모양새였다. 조금 피곤한 기색의 젊은이들과 달리 50~.. 더보기
[서초동일기] 20131202 빨대가 필요한 시간 "너 빨대 있냐?" 순간 할 말을 잃었다. 하기 싫은 말을 꺼내야 했다, 그게 사실이니까. "없는데요..." "그럼 접어. 할 수도 없는 걸 왜 하려고 그래." 곧 12월 7일이 온다. 평소보다 조금 늦장을 부려도 30~40분이면 거뜬히 출근할 수 있는, 하지만 '지옥이 있다면 여기일까'를 그 시간 내내 자문하게 하는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아침마다 서초동으로 출근한 지 두 달을 채우는 날이다. 숨 막힐 듯 한 출근을 마치면, 숨 막힐 듯 한 일들이 이어지는 날이 있었다. '오늘은 뭐하지, 칼퇴나 할까'란 생각으로 그냥저냥 넘기는 날도 있었고, 기사 하나 쓰고 정보보고 하나 하고 생색내는 날 역시 제법이었다. 12월 2일은 새로운 유형을 만들었다. '오늘은 뭐하고 싶은데, 할 수가 없네'의 날. 출근길 스.. 더보기
[서초동일기] 20131112-1113 법을 다루는 사람들 페이스북에도 올린 글 ======================= 법이란 걸 공부해본 적은 없지만, 지난달부터 법조팀에서 일하며 법정에서 나오는 말이나 사실 하나가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소하다 여겼던 것들이 '나비효과'를 불러올 수 있어서다. 그래서 재판 취재가 어렵다고도 많이 느끼고, 또 법이 참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대검 감찰이나 '내란음모사건' 재판,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청구,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행정 심판 등을 보며 정부와 검찰에 날을 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 지켜봐야겠지만 어제 검찰이 이석기 재판에서 발표한 공소사실을 보면, 피고 7명이 언제 어디서 모였다는 사실관계 나열만 있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내란을 음모했는지는 보이지.. 더보기
Q: 신문(訊問)과 심문(審問)의 차이는?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5/06/2009050601938.html [그것은 이렇습니다] Q: 신문(訊問)과 심문(審問)의 차이는? 류정 사회부 법조팀 기자 A: '신문'은 따져 묻기, '심문'은 법원 결정위한 질문 기사에 '증인 신문' '피의자 신문' 등의 말을 쓸 때마다 '심문'의 오타가 아니냐고 지적하시는 독자들이 많았습니다. 먼저 사전적 의미는 두 단어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국어대사전에 '신문(訊問)'은 "알고 있는 사실을 캐어물음", '심문(審問)'은 "자세히 따져서 물음"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러나 법률용어로서 '신문'과 '심문'은 엄연히 구분됩니다. 대체로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어떤 사건의 진실을 알기 위해 캐묻는 절차를 '신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