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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 끝을 벼리다

"세월호는 가장 위험했던 배... 모두의 책임이다" 아무도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그저 손가락질했고, 비난과 저주를 퍼부었다. 그렇게 모두가 등돌린 사람들을, 말 그대로 '변호인'이라는 이유로 대변하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차라리 정치적 견해가 첨예한 사안이면 달랐을 텐데, 인간의 도리를 따져묻기도 한 법정에서 그들을 봐서 더 신기했다. 좀더 자주 보고, 의견을 듣고 싶었는데 시간과 거리 탓을 해본다. 사실 이해가지 않는 대목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전하고 싶었다. 나 역시 손가락질과 비난, 저주를 두려워했기에 그닥 적극적이거나 충실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오늘은 나름 고집을 부려봤다. 물론 그 기사는 출고 시점이 늦어진 관계로 그닥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왕이면 피고인들의 최후진술과 변호인들의 최후.. 더보기
<7번방> 실제 주인공이 바라는 마지막 선물은? 실제 주인공이 바라는 마지막 선물은? [단독] 헌재, 정원섭 목사 '국가배상금 소멸시효 부당' 헌법소원심판한다 영화 은 1972년 강원도 춘천시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파출소장의 10살 딸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1987년 출소한 정원섭(80) 목사가 그 주인공이었다. 그는 검찰 수사 때부터 무죄라고 주장했지만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 후에야 재심을 거쳐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관련 기사 : "무죄판결문 들고 아들 묘에 갈 겁니다"). 여느 과거사 사건 피해자들처럼 정 목사도 재심 판결 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금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 33부·재판장 박평균)는 2013년 7월 15일, '피고 대한민국'은.. 더보기
'이명박근혜' 너무 닮은 두 사람을 확인하다 산케이 기소, 사이버 망명 이런 열풍에 익숙해진 까닭 [取중眞담] '이명박근혜', 너무 닮은 두 사람을 확인하다 어쩐지 익숙했다. 검찰이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에 엄정 대응하겠다'며 칼을 빼든다, 전담수사팀이 꾸려지고 누군가 불려간다, 온라인상에선 '사이버 망명' 열풍이 분다… 낯설지 않다. 딱 5년 전의 재현이었다. 2009년과 2014년, 한국의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상황은 등장인물과 단어 몇 개를 빼면 크게 다르지 않다. 진행 과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발단] 국가의 책임을 묻다 시작부터 비슷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모두들 '국가의 책임'을 물었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연령 제한 기준을 낮추는 쪽으로 협상을 타결했다. PD수첩은 이 일로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더보기
<제보자> 그리고 황우석사태의 기록 기록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더라'는 식이어서는, 그 일이 절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경우, 종종 또 일어나게 된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 이렇게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발전이 있다. 원세훈 1심 판결이 나오기 전 준비한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등장인물' 슬라이드에 선배가 여는 말로 넣은 문장이다. 맞는 말이다. 기록은, 기억을 위하고 미래를 위한 기록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어제 영화 를 보고 나온 뒤 이 문장이 갑자기 떠오른 이유는 '그 일' 역시 같은 성격의 사건이어서리라. '절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경우' 말이다. 2005년 겨울, 나는 겨우 대학교 2학년이었고 전공에 치이는 하루하루가 힘겨워 쩔쩔맸다. 그러던 중 '그 일'이 터졌고, 이듬해 .. 더보기
판사 마음 움직이는 탄원서 너무 무겁지 않고, 적절히 시의성을 띠면서 흥미로운 아이템은 역시 중앙일보가 잘 찾아내는 듯. 탄원서만으로 기사 한 꼭지라.. 잘 참고해야겠다. ======================http://joongang.joins.com/article/917/15938917.html?ctg=1200&cloc=joongang|home|newslist1판사 마음 움직이는 탄원서[중앙일보] 입력 2014.09.27 01:19 / 수정 2014.09.27 01:20가족이 쓴 절절한 사연 "글쎄"… 동료·지인의 솔직한 글 "그래" “집사람은 정말 불쌍합니다. 언니는 소녀 가장이었습니다. 제가 평생 아끼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한 번만 선처해주시면 행복하게 열심히 살겠습니다.” 몇 년 전 서울의 한 법원에 근무하던 A판사는 .. 더보기
'원세훈 1심 판결' 그날의 기록 그날부터 벌써 12일이 지났는데도, 이 사건은 여전히 뜨겁다.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얘기다. 요즘 준비하고 있는 것도 있긴 하지만, 그에 앞서 기록 차원에서 9월 11일 선고 공판 당일 법정에서 열심히 자판을 두들겼던 내용들을 정리해봤다. 판결문 원문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오류도 없진 않겠지만 최대한 가감없이 정리하려고 노력했다. 이 사건을 그냥 묻어버린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많은 후회를 하며 시간을 거꾸로 달려야 할지도 모른다. ================================================= 1시쯤 이미 줄이 엘리베이터 앞 쪽까지. 30석 규모의 법정이 꽉 차서 자리가 없음. 자리가 없어서 기자들은 통로 쪽에 쪼그리고 앉아서 키보드 치는 상황. 1시 46분 원세훈 살짝.. 더보기
[서초동일기] 20140911 원세훈 1심 판결이 남긴 몇 가지 정신없는 하루였다. 새벽닭 우는 소리에 눈 비비고 일어나 첫차를 타고 제주공항에 도착, 9시 20분 서울 땅에 다시 발을 디딘 다음 부랴부랴 집에 짐을 풀고 서초동으로 향했다. 2012년 12월부터 그림자처럼 떨어지지 않던 그 사건,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의 1심 판결을 취재하기 위해. 전부 무죄 판결에, 검사가 재판장 멱살을 잡는 꿈까지 꾼 터라 괜히 뒤숭숭했다. 자리를 맡기 위해 일찌감치 법정 복도에 도착해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는데도 어찌나 초조하던지. 결국 절반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법원의 판단에 씁쓸했다. 판결문은 별지를 포함해 모두 204쪽에 달한다. 하지만 이틀에 걸쳐 다 읽고 난 뒤에도 여전히 물음표는 사라지지 않았다. 11일 페이스북에 짧게 쓰긴 했지만 공직선거법 무죄 판결의 근거는 크게.. 더보기
무능을 기록하다 그럴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몸도 마음도 쉽지않지만... 기록하는 일만큼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8150 아이들은 멋쩍은 듯 웃었다. “잘 모르겠는데….” 몇몇은 앉은 자리가 불편한지 의자를 뱅글뱅글 돌리곤 했다. 길을 가다보면 ‘고딩이구나’하고 지나쳐갈 법한 모습들이었다. 7월 28일과 29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401호 법정 증인석에 앉은 단원고 학생 22명은 그랬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에 있었다는 점만 뺀다면. 그 평범하고 천진난만한 말투로 아이들은 어른들의 ‘무능’을 증언했다. 생존학생들의 탈출경로는 대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