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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 끝을 벼리다

[서초동일기] 20150108 갈림길에 선 법치 연말에 우연히 글 한 편을 접했다. 란 제목이 흥미로웠다. 하지만 꼼꼼히 들여다보진 않았다. ‘법조인들이 지배하는 사회’란 주제 자체가 식상했을 뿐더러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이석기 등등의 단어로 다시 한 번 머리가 복잡해지긴 싫었다. 해를 넘긴 뒤에야 이 글을 정독했다. 지난 주말 메모해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명단을 살펴보는데 조금 놀랐기 때문이다. 위원장을 포함해 특별조사위원은 모두 17명이다. 이 가운데 14명이 사법시험을 합격한 ‘법조인’이다. 명단은 다음과 같다. - 가족대책위 추천 : 이석태 변호사(위원장), 장완익 변호사, 이호중 서강대 로스쿨 교수 - 대한변협 추천 : 박종운 변호사, 신현호 변호사 - 여당 추천 : 조대환 변호사, 고영주 변호사, 석동현 변호사, 차기환 변호사, 황전원 .. 더보기
오직 '말'만으로 "위험하다" 판단 내린 헌재 [정당해산 판결문 보니] '엄격한 증명' 강조한 소수의견, 내란음모 항소심과 대조적 347쪽에 달하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결정문에는 '이석기'란 단어가 230회, '내란'이 117회 등장한다. 해산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관 8명(박한철·이정미·이진성·김창종·안창호·강일원·서기석·조용호)들은 그 중에서 '이석기'를 108회, '내란'을 67회 사용했다. 또 이들은 "피청구인의 진정한 목적을 명백하게 드러낸 활동"으로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사건을 거론했다. "이석기 등 피청구인 소속 국회의원과 당원들이 내란을 선동하고 대한민국의 존립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방안들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은 그 자체로 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함이 명백하다." 헌재는 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위헌이란 결론을 내리며 크게.. 더보기
"'막걸리 보안법'의 부활, '1987년 체제'의 종말이다" 통합진보당은 끝내 헌법의 이름으로 19일 해산당했다.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8명 찬성이라는 압도적인 결과였다. 박한철 헌재 소장은 선고를 시작하며 "부디 이 결정이 우리 사회의 소모적인 이념 논쟁을 종식시키고 대한민국 미래와 희망을 국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바람대로 되지 않을 듯하다. '해산 결정'을 받아든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헌재 결정이 '다름'을 탄압하고, 진보의 입을 막을 것이라 우려했다. [헌법학계] "표현의 자유 없는 헌법은 사상누각인데..." 헌법을 다루는 학자들은 '8대1'이란 숫자에 놀란 듯했다. 오동석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와 한 통화에서 "헌법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더보기
'대형마트 영업제한 위법' 판결의 또 다른 그림자 지난 12일 서울고등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장석조)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법적으로 대형마트는 점원 도움이 없는 곳이므로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슈퍼는 대형마트가 아니다'라며 서울 성동구청과 동대문구청의 영업시간 제한처분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등은 법원이 '상생'이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취지를 손상시켰고, 사회적 책임을 스스로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판결문에는 사람들의 주목을 다소 덜 받은 문구가 있었다. '이 사건 처분 중 원고 홈플러스 주식회사, 원고 홈플러스테스코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대규모점포 등에 대한 부분은 GATS(서비스 교역에 관한 일반협정)를 위반한 것으로 위법하다. 나아가 이는 곧 GATS와 유사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한-EU FTA(자유무역협정)에도 위배.. 더보기
"전형적 혐오범죄...이건 살인미수" "테러 부추기는 종편·일베도 우려돼" 11일 와 통화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전날 전라북도 익산시 신동성당에서 벌어진 '폭발물 테러' 이야기였다. 재미교포 신은미씨와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는 10일 이곳에서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그런데 행사 중간 고교생 A씨가 갑자기 신씨에게 "북한을 지상낙원이라고 했냐"며 항의하더니, 준비해온 인화물질에 불을 붙였다. 이 일로 관객 200여 명이 긴급 대피했고 부상자도 나왔다. (관련 기사 : 신은미 강연에 고3 폭발물 투척... 목격자들 "배후에 성인남성 있다") [어떻게 봐야 하나] 혐오범죄의 신호탄... "한국사회, 심각히 퇴행" 김동춘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이제 한국에 우익테러의 시대가 왔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개탄했다. 그는 "아직 속단할 .. 더보기
큰 죄 지었지만... 세월호 선원도 '할 말' 있었다 [세월호 선원 재판 결산] 15명 형량 합해 모두 168년... 그래서 더 안전해졌는가 징역 36년, 30년, 20년, 15년... 선원 15명의 총 선고 형량을 합하면 168년이었다. 미흡하다는 평가가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이렇게 단죄됐다. 2014년 4월 16일, 이준석 선장 등 선원 15명은 누구보다도 먼저 기울어진 세월호에서 탈출했다. 적절한 조치 없이 달아난 그들 탓에,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만 믿은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생존자나 유족들은 여전히 4월 16일에 갇혀있다. 1심 재판장 임정엽 부장판사(광주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가 11일 선고공판에서 "중한 형을 선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까닭이다. 그런데 임 부장판사는 뒤이어 "이번 사고의 책임을 전적으로 피고인들에게 지울.. 더보기
통합진보당 최후의 31분 언젠가 아이에게 이런 말을 하는 날이 올까? "있잖아. 엄마가 그때 거기 있었어. 재판장 말이 너무 빨라서, 속기라면 자신 있었는데 그날은 놓친 부분도 많았지 뭐니. 다행히 녹음을 해둬서 다시 한 번 내용을 정리할 수 있었어. 판결문이 공개되긴 하지만, 법정에서 직접 재판관 입으로 듣는 것은 약간 다르거든. 아무튼 그땐 그랬단다. 이젠 그냥 옛날 일이지만." '할머니가' 라고 말할 정도 늦진 않길... ============================ 9시 59분 헌재판관 전원 착석 이정희. 담담한 표성. 다소 야윈 듯. 김선수 변호사는 살짝 긴장한 것처럼 보임. 정점식 부장도 살짝 긴장한 듯. 황교안은 안 보임. 박한철 소장, 판결문 정리 중. 부스럭 부스럭. 10시 5분 "지금부터 2014헌다1호 .. 더보기
[서초동일기] 20141113 오늘도 거리를 서성이는 아빠들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에게는 '주강'이란 아들이 있다. 따로 인사한 적은 없지만 이 실장의 SNS에서 워낙 사진을 많이 봐서 내게는 참 익숙한 얼굴이다. 아이는 사진으로만 봐도 정말 개구쟁이처럼 보였다. 살짝 까무잡잡한 피부, 통통한 볼살에, 커다란 눈망울에 가득한 호기심. 늘 심각한 모습으로 집회 현장에서 만나는 아빠와는 정말 달라보였다. 그런 주강이를 오랜만에 봤다. 어제 대법원에서 만난 아이는 사진으로만 기억하던 것보다 부쩍 커있었다. 이제 아빠와 나란히 걸을 줄도 알았고,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는 아빠의 표정을 살필 정도로 의젓해보였다. 그래도 순간, 아이는 장난스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 당연한 '철없음'이 자꾸 눈에 밟혔다. 하늘이 너무 시리도록 푸르렀다. 6년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