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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 끝을 벼리다

'김용판 무죄' 판사는 왜 권은희를 믿지 않았나 [판결 해설] 재판부 "객관적 사실·경찰들 증언과 어긋나" 시작과 끝 모두 '권은희'였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초기 수사를 지휘한 권은희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폭로로 법정까지 오게 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그의 진술 때문에 6일 무죄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이날 107쪽에 달하는 판결문 곳곳에서 "권은희를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근거는 크게 두 가지. 그의 말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고, 다른 주요 관계자들의 진술과도 모두 엇갈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주장과 다른 사실] "통화내역 없고, '깡통디스크'엔 국정원 직원 ID 담겨" 권은희 과장은 지난해 8월 30일 이 재판의 첫 번째 증인으로 출석, 2012년 12월 12일 오후 3시쯤 김 .. 더보기
[서초동일기] 20140702 우리는 얼마나 한결같나 연일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사람이 있다. 서울시의원 김아무개씨다. 며칠 전 경찰은 그가 지난 3월 서울시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빌딩에서 벌어졌던 ‘수천억대 재력가 송아무개씨 피살사건’을 주도했다고 발표했다. 사건은 ‘현역 시의원’이라는 피의자의 신분, 돈과 죽음, 탈주극이라는 같은 요소가 골고루 뒤섞인 한 편의 영화였다. 언론의 좋은 먹잇감이기도 했다는 뜻이다. 한 선배는 그래도 서울이란 도시의 기초의원에 불과한 김아무개의 이름 석자를 부산의 어머니조차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한낮의 TV쇼’를 방불케 할 정도로 채널 곳곳에서 사건을 떠들어댔기 때문이리라. 선배는 이 보도들이 무죄추정원칙을 어기고 있는 건 아니냐고 물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슷한 말을 .. 더보기
교사는 노동자인가, 아닌가 교사는 노동자인가, 아닌가 전교조에 대한 법원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분석] 25년 전 '교사 단결권' 논쟁 되살린 법외노조 통보 취소소송 1심 판결 교사는 노동자인가, 아닌가. 법원은 이 해묵은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1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반정우)는 고용노동부(장관 방하남)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김정훈)은 노조 아님' 통보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조합원 자격이 없는 해직교사가 단 1명이라도 있다면, 교사 수만 명의 단결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과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이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제한하고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또 산별노조는 해직자나 구직자가 가입할 수 있지만, 교원노조.. 더보기
민간인학살 희생자 목숨 값 깎는 대법원 민간인학살사건 피해자들의 국가배상금 액수가 너무 많다며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조희대 대법관)은 지난 5월 29일 피고 '대한민국'이 채의진(78)씨 등 문경 석달마을 민간인학살사건 피해자 4명에게 억대 배상금을 지금하도록 한 원심판결이 "위자료 산정 법리를 오해했다"며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문경학살사건은 1949년 12월 24일 경상북도 문경시 산북면 속봉리 석달마을에서 벌어진 국군의 무차별 학살극이었다. 석달마을 주민 127명 가운데 86명은 이 일로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문경학살사건이 여느 민간인 희생사건과 비교할 때 위자료액수를 높여야 할 특별한 사정이 없고, 피해자들 상호간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원심 판결에 문제가 있다며 두 번째 파기환송 .. 더보기
[서초동일기] 20140617 그럼에도... “검사님, 그래도 법조인인데….” 17일 광주지방법원 201호, 세월호 선원 15명의 2차 공판준비기일을 심리하는 재판장 임정엽 부장판사가 말했다. “과연 변호인들이 피고의 말을 그대로 전달하도록 하는 게 적절하냐”는 검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그는 “변호인들은 그래도 법률적 지식이 있으니까 (재판의) 쟁점을 말할 수 있는 거고, 그들의 얘기는 정말 필요하다”며 “진실이 무엇인지 알려면 반대 주장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변호사님들도 사명 갖고 하는 거니까 (유족분들이) 개인적으로 뭐라고 하지 마셨으면 합니다. (재판에 참여) 안 하시겠다는데 저희가 부탁한 거니까….” 재판장은 가족들에게 거듭 부탁했다. 이날 선원들은 조는 듯한 모습으로, 변호인들은 ‘우리는 책임이 없다’는 그들의 말.. 더보기
시국선언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 어딜 가나 총대를 메는 사람들이 있다. 대개 성향 또는 선택의 문제인데 ‘직책’에 따른 ‘책임’일 때도 많다. 학급 반장이 좋은 예다. 급식비를 내든, 숙제를 하든, 반장은 늘 앞장 선다. ‘같은 반’이란 조직 안에서 ‘친구들’이란 구성원들을 대표하는 위치니까. 노동조합이라는,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고 원칙을 지켜야 하는 단체에서도 마찬가지다. 언론노조의 '세월호 참사 관련 현업 언론인 시국선언'은 그런 총대 메기였다. 기레기라는 말이 언론을 비하하는 용어로 등장한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하지만 세월호 보도는 특정 기사나 기자에만 붙던 기레기 딱지를 집단 전체에 철썩 붙이는 근거가 됐다. 언론노동자라는 집단이 잘못을 저질렀고, 원칙을 훼손했으니 집행부는 어떤 식으로든 행동이 필요하고 봤을 것이다. 마침 .. 더보기
유우성 그리고 변호인들... "내 돈 써가며 변호하는데 미안하더라" 대한민국 사법제도는 3심제다. 그런데 사실관계를 다투는 1·2심과 달리 법리 판단만 하는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소송당사자들에게 변론기회를 주지 않는다. 검찰이든 피고인이든 2심 결심이 그들에겐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4월 11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이 열렸다. 검찰에게도, 변호인에게도, 피고인 유우성씨에게도 진짜 '최후변론'을 말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당사자도 그렇겠지만 지난해 1월부터 사건을 맡아온 변호인들의 감회가 남달라보였다. 자정을 넘긴 시각에, 꽤 긴 변론이 이어졌지만 단어 하나하나가 귀에 박히더라. 아깝기도 하고, 졸음을 참아가며 고생한 팔을 칭찬해주고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남들과 공유하고 싶어 올린다. 법이란 무엇인가, 국가란 무엇인가를 끝없이 묻는.. 더보기
[서초동일기] 20140411 야근은 즐겁나...? # 이번주는 목요일 빼고 죄다 야근이다. 새삼스러운 일이 아닌데 낯설다... 어느 정도 예상한 상황이었는데도. 오늘은 '서울시공무원간첩'사건 결심공판이 열리는 날이다. 6개월 전, '결심공판'이란 말을 들으면 '그게 뭐에요' 했는데 이제는 좀 덜 어색하다. 아무튼 검찰의 최종 의견진술에 변호인의 최후변론, 피고인의 최후진술이 있는 날이다. 초창기부터 챙겨오진 않았지만, 요몇개월 지켜보면서 이런저런 감정이 들던 사건이었다. 작고 평범한 꿈을 좇았던 청년은 지금 표류 중이다. 상상하거나 추적할 수 없는 방법으로 두만강을 건너 북에 밀입국했고, 5kg짜리 짐을 절반 정도 줄여서 중국으로 보내는 등 간첩혐의를 받으면서 말이다. 하나뿐인 동생도 푸른 꿈을 안고 들어왔지만 갖은 고초를 겪은 끝에 추방당했고. 그런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