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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마음에 남아

우리는 왜 소설을 읽는가 우리는 왜 소설을 읽는가? 누군가의 현란한 언어에 감탄하기 위해서? 난 아니라고 본다. 우리가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읽는 것은 우리가 '다른 형태의 사실'에 목말라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진실,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공동체에 대한 특별한 진실, 그리고 가장 특별하며 유일한 진실인 우리 자신의 이야기. 소설은 현실에 존재했던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기에 언제라도 우리 스스로의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은 천재 아이들의 이야기이며 군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미국인이 저술한 가장 탁월한 전략 교본인 더보기
빵집 - 이면우 빵집은 쉽게 빵과 집으로 나뉠 수 있다 큰 길가 유리창에 두 뼘 도화지 붙고 거기 초록 크레파스로 아저씨 아줌마 형 누나님 우리집 빵 사 가세요 아빠 엄마 웃게요, 라고 쓰여진 걸 붉은 신호등에 멈춰선 버스 속에서 읽었다 그래서 그 빵집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과 집을 걱정하는 아이가 있다는 걸 알았다 나는 자세를 반듯이 고쳐 앉았다 더보기
나, 한때 부자였다 나, 한때 부자였다. 꿈의 부자. 게으른 몽상가. 그 푸른 스무 살 시절,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이 되고 싶었던가. 내가 지나온 지난 이십 년은 그 많던 꿈들을 버려 온 시간이었다. 클랙션 대신 트럼펫을 부는, 대륙을 횡단하는 트레일러 운전사, 자전거를 타고 노을진 논길을 달려오는 시골학교 선생, 산림 감시원, 태평양을 횡단하는 요트 운송 요원, 실크로드 도보여행, 칠레 종단 열차여행, 마다카스카르 총독…. 나는 꿈을 꾸었으나, 꿈은 나를 꿈꾸어주지 않았다. 시와 영화 보기, 그리고 '단순한 삶, 깊은 생각.' 이것이 마지막 남은 나의 꿈이다. - 이문재, , '극장에 관한 짧은 이력서' 중에서 더보기
너는 한 번이라도 무모한 사람이었느냐 토스터 프로젝트 늘 '안정지향주의자'였다. 한때 집안이 망했다는 경험 때문만은 아니었다. 열여섯부터 자취를 시작한 이유가 절대적이지도 않았다. 맏이라는, 태생적 책임감 역시 전부는 아니었다. 이 모든 요소들이 어우러져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바둑판 같은' 성격도 일조했다. 우울과 몽상에 젖어 침울의 늪을 기던 때도 있었지만, 결론은 늘 '잔잔하게 살자'였다. 그 잔잔한 일상을 조금이라도 다르게 살고파서 기자를 꿈꿨을지도. 아무튼 예나 지금이나 나는 딱히 무모한 적이 없었다.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 가끔은 부럽다. 누군가의 '무모한 열정'이. 뜨겁지 않았다기보다, 무모하지 않았기에 샘나는 모습이다. 머나먼 영국땅의 한 청년이 쓴 를 읽으며 샘솟은 감정 역시 질투였다. 토머스 트웨이츠. 또 한 번 '질투는.. 더보기
<도둑 맞은 인생> 중에서 p134 끝없이 시간은 느릿느릿 흘렀다. 우리의 주된 적은 시간이었다. 우리는 시간을 보고 느꼈다. 시간은 손으로 만져졌고 괴물 같은 형상으로 우리를 위협했다. 낮시간 동안 창문 사이로 불어오는 부드러운 미풍만으로도 시간은 우리를 조롱하면서 우리가 죄수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p152 한 뚱뚱한 암컷 들쥐 뒤에는 항상 새끼 두 마리가 따라다녔다. 들쥐들 몸에 벼룩이 득실거린다는 말을 들었던 나는 그것이 사실인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나는 두 여동생의 도움을 받아서 새끼 쥐 한 마리를 벽에 밀친 다음 짧은 막대기로 꼭 붙들고 있어보았다. 순식간에 수백만마리의 빨간 벼룩이 온 감방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마룻바닥이 순식간에 벼룩으로 뒤덮였고 그 광경을 본 나는 거의 토할 뻔했다. 하지만 우리는 점차 들쥐의 .. 더보기
문학과 비문학 사이의 르포 와 관련해 하고 싶은 모든 이야기가 담겨있는 신형철님의 글 르포문학의 힘은 무엇보다도 해당 사건의 본질을 누구보다 더 깊게 알고 있는 저자의 강력한 텍스트 장악력에서 나온다. 공유된 사실에서 미답의 진실을 끌어내는 힘 말이다. 이 책에 그것이 있는가? 충분하지 않다. 이 책의 저자는 해당 사건에 대해서 이 세상 누구보다 깊게 알고 있는 이의 자신감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기에는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았을 것이다. 책에 밝힌 대로라면 저자가 쌍용차 문제에 진지하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1년 겨울 어느 날’이다. 반년 남짓한 기간 동안 취재와 집필이 모두 완료됐다. 그만큼 다급했을 것이다. 그러니 6년 동안 쓰인 트루먼 카포티의 나 인터뷰에만 1년이 걸린 무라카미 하루키의 같은 책들을 기준으로 이 책을.. 더보기
20년 전부터 동일한 진단이 나왔다 926호 '그것은 우리 사회의 죄와 벌' 중에서 대검찰청에서 펴낸 을 보면, 2010년 한 해 동안 발생한 강력범죄(살인·강도·방화·성폭행) 가운데 범행 동기가 ‘현실 불만’으로 조사된 사건은 모두 371건으로, 전체 강력범죄 2만3332건 중 1.6%를 차지했다. 현실에 불만을 품은 살인(실제 범행이 이뤄진 경우, 준비만 하거나 실패한 경우 포함)이 70건, 강도가 48건, 방화 166건, 성폭행이 87건이었다. 살인은 발생 장소가 오픈된 곳인 ‘노상’인 경우가 전체 살인사건의 22.2%를 차지했다. 살인을 저지른 이의 직업은 무직(45.4%)이 가장 많았다. 학력은 고졸 이하가 60%를 넘었다. 범죄는 한 사회가 목도하게 될 이상 징후를 사전 혹은 사후에 충격적인 방식으로 드러내기 마련이다. 4년 전.. 더보기
산다는 건 '더위'를 닮았네요 / 한지혜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8012118005&code=990399&s_code=ao037 ... 아빠가 병원에 있던 여름도 더웠다. 의식이 없는 아빠를 간호하느라 지친 엄마는 의사들과 걸핏하면 싸웠다. 아빠를 담당하던 레지던트는 엄마가 시비를 걸 때마다 회사에 있는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때문에 다른 환자를 돌볼 수가 없다고 하소연을 하기도 하고, 간병인을 바꾸시는 게 어떻겠느냐고도 했다. 회사를 옮긴 지 얼마 안돼 정신이 없던 나는 그때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제발 적당히 좀 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하루는 도저히 못 참겠어서 외근하는 척 아빠가 있는 병원으로 달려갔다. 엄마도 나도 한 치도 지지 않고 바락바락 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