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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마음에 남아/밑줄을 긋다

나, 한때 부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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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한때 부자였다. 꿈의 부자. 게으른 몽상가. 그 푸른 스무 살 시절,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이 되고 싶었던가. 내가 지나온 지난 이십 년은 그 많던 꿈들을 버려 온 시간이었다. 클랙션 대신 트럼펫을 부는, 대륙을 횡단하는 트레일러 운전사, 자전거를 타고 노을진 논길을 달려오는 시골학교 선생, 산림 감시원, 태평양을 횡단하는 요트 운송 요원, 실크로드 도보여행, 칠레 종단 열차여행, 마다카스카르 총독…. 나는 꿈을 꾸었으나, 꿈은 나를 꿈꾸어주지 않았다. 시와 영화 보기, 그리고 '단순한 삶, 깊은 생각.' 이것이 마지막 남은 나의 꿈이다.

- 이문재,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 '극장에 관한 짧은 이력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