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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마음에 남아/보고 듣고 읽고 쓰다

이것은 현실이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창비 라는 책이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 자발적으로 모집에 응한 사람 ▲ 일본군의 `동지`이자 전쟁의 `협력자`로 묘사했다는 이유 등으로 논란을 낳았던 서적이다. 올해 초 이 책을 둘러싼 소송을 다룬 기사를 썼다. 워낙 뜨거웠던 사안인지라 그 기사는 포털 메인에 올라갔다. 거기에는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차마 입에 올리기조차 꺼려질 정도로 성적인 욕설이 난무하는. 레베카 솔닛의 를 읽는 도중 그 일이 떠올랐다. ‘세상의 절반’은 쉽게 공격자가 된다. 그들이 모두 폭력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쉽게 변한다. 박유하 교수의 책은 그 자체로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지만, `그가 남자였어도 그 정도의 능욕을 당했을까?`라는.. 더보기
<소수의견>을 보고나서... 을 보고나서... 1. 총평 : 제법 잘 만든 상업영화다. 러닝타임이 126분인데 영화를 보는 내내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마냥 지루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여기저기서 펑펑 터지는 돌발변수가 많아서 산만하다는 인상도 받았다. 하지만 근래 본 법정드라마류 가운데는 손에 꼽고 싶다. 국민참여재판 담당 검사의 과한 리액션말고는 법정 공방이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아서 좋았다. 다만 워낙 사건 자체가 형사소송법의 여러 절차와 복잡하게 얽혀있다보니 "법률용어 더럽게 어렵다"는 공수경 기자(김옥빈)의 대사를 관객들이 공감할 것 같다. 나도 그 장면에선 빵 터졌지만. 2. 아쉬운 점 : 두 개의 재판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보니 다소 힘이 분산된 느낌은 아쉬웠다. 아무래도 박재호(이경영)가 '부작위 입법'.. 더보기
전쟁은 추상명사가 아니다 1968년 2월 12일 얼마 전 영화 을 우연히 봤다. 로빈 윌리엄스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지난해 여름, 많은 언론은 앞 다퉈 그의 대표작을 소개했다. 은 그 활자들 사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작품이었다. 별 관심은 가질 않았다. 그저 그런 옛날 영화 중 하나로만 다가왔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즈음 나는 ‘1968년의 세계로 들어가 있었다. 영화는 마치 과 닿아있는 작은 단서 하나를 건네주는 것 같았다. 제법 늦은 밤 시작한 121분짜리 영화였지만 끝까지 시청했다. 중간 중간 자리를 뜨거나 눈을 비비지 않기란 불가능했지만. 또 “굿바이 베트남”이란 말을 남긴 채 석양 속으로 사라지는 로빈 윌리엄스를 보며 찝찝함을 지울 수 없었다. 멜로디 사이에 흐르는 베트남의 풍경들, "당신들은 먼 길을 와서 내 동료.. 더보기
반쪽짜리 동의 제로 투 원 읽는 내내 회사, 그리고 나와 언론 생각을 많이 했다. 직장생활 만 3년을 채우고 나니, 불만이 커져간다. 그만큼 가 어떤 기업인지, 기자는 어떤 직업이고 한국의 언론판은 어떤 곳인지 알게 됐기 때문일까? 피터 틸의 이야기에 비춰 몇 가지 얘기해보겠다. 가장 먼저 무릎을 쳤던 부분은 ‘독점이윤’ 대목이었다. 1에서 n이 아닌, 0에서 1이어야만 하는 독점이윤, 우리에게 그것은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구호였다. 실제로 가 가장 주목받았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데 창간 15주년을 맞은 우리에게는 독점이윤이라고 할 만한 것이 아주, 아주 미약하게 남아있다. 기업의 위기는 안팎의 요소가 작용한다지만, 내부만 들여다봤을 때 회사가 반성해야 할 지점은 여기다. 우리는 “독점을 구축”하지 못했고 “경.. 더보기
재미없지만, 불길한 상상 ‘참 재미없는 책이네.’ 몇 년 전 히틀러의 을 읽는 내내 불편했다. ‘궤변’으로 느껴지는 말들로 가득한 책을 ‘그래도 다 읽어야 해’란 생각에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꾸역꾸역 다 읽긴 했다. 남는 내용은 없었다. 2010년대 한국 사람의 눈으로 1930년대 독일 사람들을 이해하긴 어려웠고. 의 인상도 비슷했다. 1945년 죽은 줄 알았던 히틀러가 2011년에 나타나 유튜브 스타가 된다는 발상 자체가 신선해 기대를 했지만, 예상과 달랐다. 1인칭 시점으로 알게 된 히틀러의 머릿속, 그가 변해버린 세상에 적응해나가는 모습은 흥미로웠다. 그럼에도 이 책은 돌아온 히틀러가 사람들을 어떻게 선동시키고 있느냐를 매우 불친절하게 설명했다.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나는 계속 ‘몇 페이지나 남았지’ 생각했다.. 더보기
다시, 민주주의 세상물정의 사회학 어쨌든 2014년 마지막 달의 최대 이슈는 ‘땅콩회항’이었다. 사람들은 회항이라는 사상 초유의 갑질에 분노했다. 재벌 3·4세들이 검증 받지 않은 채 무혈입성하는 한국 재벌 특유의 문화 탓에 언젠가 터질 일이었다는 반응도 많았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행동은 과연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단지 ‘오냐오냐 소리만 듣고, 온실의 화초처럼 자란 부잣집 딸’이라서? 이 설명은 누구나 쉽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지만 2% 부족하다. 조현아는 괴물이 아니다. 한진그룹이, 오너일가가 만든 안하무인이 아니다. 그를 만든 것은 사회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약자들을 외면하며 정치적 권리를 소비의 권리와 맞바꿔버리는, 결국 ‘네 고통은 네 팔자’라고 말하는 우리가 또 다른 조현아다. 사회학자 노명우 교수.. 더보기
`위대한 질문`에도 퍼즐은 완성되지 않는다 김대식의 빅퀘스천 - 김대식 지음/동아시아 그 날, 두 남자가 70m짜리 굴뚝에 올랐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김정욱과 이창근이었다. 2009년 사측이 강행한 정리해고가 무효라던 고등법원 판결이 뒤집힌 날, 이창근은 노조 기자회견 사회를 봤다. 6년 가까이 언론을 상대하고 다양한 기자회견, 집회를 진행해온 그였던 만큼 시작은 괜찮았다. 하지만 희망이 산산이 짓밟히는 광경을 목격한 그는 끝내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했다. “별의 별 것 다 싸워봤는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던 그가 마지막으로 굴뚝에 오른 날, 또 한 명의 해고자가 숨졌다. 일상을 누리는 일조차 한없이 죄스럽게 느껴지던 그 날, 나는 을 펼쳤다. ‘우리는 왜 정의를 기대하는가’란 질문이 자꾸 눈에 박혔다. 그런데 이 질문의 답은 단순히 ‘우리는.. 더보기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가 요즘 화제다. 아직 보진 못했는데 관련 글 두 편에서 비슷한 얘기가 눈에 들어왔다. - 상상컨대, 10년 뒤 내가 이 회사에 계속 다니고 있다면 무얼 할 것인가? 혹은 20년 뒤? 지금처럼 신문 1~40면을 만들고 특집을 제작하고 있을까?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그 수익 기반은 매우 초라할 것이고, 위상은 지금보다 더 떨어져 있을 것이다. 어쩌면 10년 뒤, 나는 45세일 텐데, 명예퇴직을 강요당한대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우연히 접한 어느 기자 선배의 페북). - 그 리포트를 쓴 아담 B. 엘릭(Adam B. Ellick)은 내 제자 중에 한 명이다. 나는 그에게 뭔가 흥미로운 일을 하려면 뉴욕타임스를 떠나라고 조언했다. 뉴욕타임스의 장점은 딱 하나, 브랜드다. 브랜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