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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마음에 남아/보고 듣고 읽고 쓰다

소 칼로는 소만 잡자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 김종배 지음/쌤앤파커스 대학 첫해의 봄은 ‘리포트의 시간’이었다. 생명과학이라는 전공 특성상 매주 물리학, 화학, 생물학 실험을 한 차례씩 했고, 각각 예비·결과리포트를 한 편씩 제출해야 했다. 예비리포트는 간단하다. 실험의 목적과 방법을 적절히 설명하면 된다. 문제는 결과리포트. 이론은 현실과 다르다. 여러 조건들을 통제했을 때 일반화할 수 있는 면을 깔끔하게 정리한 내용이다. 결과가 예상과 다를 때는 항상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원인을 얼마나 명징하게 파악해내느냐가 ‘좋은 결과 리포트’인지를 가늠하는 요소였다. 솔직히 말하면, 그 시절의 관심사는 ‘좋은 리포트 쓰기’보다 ‘리포트 끝내기’였다. 동기들의 오차 분석은 엇비슷했다. 대개 물리실험은 공기의 저항, 화학과 생.. 더보기
악마를 보았는가 인간이라는 야수 ‘짐승만도 못한 놈’ ‘인면수심의 범죄’…살인이나 강도 상해, 성폭력 등 잔인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사람들은 말한다. 죄를 저지른 이들은 ‘괴물’이라고, 사람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 괴물은 과연 어디서 어떻게 온 것일까? 또 그들은 진짜 ‘괴물’일까?세계적인 범죄심리학자 토마스 뮐러는 에서 ‘과연 그들은 악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수십명을 죽인 후 자른 머리들을 집 앞 뜰에 묻은 사람, 살아 있는 이의 머리를 열어 뇌에 염산을 부은 사람 등을 소개하며 그들이 어떻게 ‘야수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알아내려는 과정도 소개한다. 뮐러는 우선 “복잡다단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라고 해서 누르스름한 눈을 가지거나 카인의 징표를 이마에 새기진 않았다”며 범죄자를 판단하는 데 있어 ‘극단성’을 .. 더보기
"그냥 떠다니고 있어요(I'm drifting)" "바람이 불었고, 결심했다. 기자가 되어야겠다고." 손발이 오글거려 누군가에게 말할 수 없던 이야기를, '후기'란 걸 쓰게 되어서야 털어놓았다. 고민하고 관심갖게 했던 상황들이야 많았지만 '결정적 순간'은 정말 그랬다. 하지만 그 순간, 마음을 채웠던 열정과 의지의 생명은 길지 않다. 추억보다 짧다. 만약 열정 혹은 의지마저 없다면? 타다 만 장작개비와 물에 젖어 아예 불이 붙지 않는 나뭇조각 중 어느 쪽이 더 불행할까? 아마도 후자일 것 같다. 영화 의 주인공 벤자민(더스틴 호프먼)의 모습과 비슷하다. 갓 대학을 졸업한 그는 좋은 성적, 우수한 교내 활동 등으로 주변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텅 비어 있는 상태다.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거니, 벤?" ".. 더보기
또 한숨만 여론조작 ˝사용량이 예상을 초과해 팟캐스트 서비스를 일시중지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 출신 해직 언론인들이 의기투합해 시작한 인터넷 방송 가 첫 회에 `대박홈런`을 쳤다.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린 지 3일 만에 30만건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팟캐스트 서비스를 위해 마련한 서버는 예상을 뛰어넘은 접속자 수를 감당할 수 없었다. ˝기존 뉴스와 차원이 다르다˝, ˝정말 궁금했지만 다루지 않았던 것을 다뤄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줬다˝는 시민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접한 이 소식에 마음이 복잡했다. 사람들은 알고 있다. ‘선전모델(Propaganda model)’이라는 학술용어로 설명하지 않아도 안다. 그들의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던, 권력에 충실하고 여론 통제 힘을 보탠 뉴스들.. 더보기
괴물의 세계에서 벗어나는 길을 묻다 철학의 시대 한 아이가 죽었다. A4용지 4장 가득 채운 마지막 편지는 한참 아프고 괴로웠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시시각각 문자를 보내 다그치거나 협박하고, 목에 전선을 감아 끌고다닌데다 물고문, 불고문까지 한 친구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분노했다. 아이의 죽음이 알려진 진후 '그냥 인정하지 뭐 ㅋㅋ'하며 문자를 주고받은 모습에 ˝괴물˝이라고 손가락질했다. 그 괴물이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에 관심갖는 사람은 드물었다. ˝우리는 상처받을 가능성을 줄여주는 사회에 살고 있는가? 아니면 상처받을 가능성을 증폭시키는 사회에 살고 있는가?˝ 저자 강신주씨가 책 머리말에 남긴 질문이 떠올랐다. '그것은 괴물이었다, 괴물이 한 짓이다'라고 말하면 조금 편하다. 서로 상처주고, 이기심과 혼란을 폭력으로 누르며 타인.. 더보기
안철수 밀어서 '정치개혁' 잠금해제?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 ‘타는 목마름으로’ 새는 물을 찾고 있었다. 그때 물이 든 병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병 주둥이가 좁고 물의 양이 적어 아무리 목을 길게 빼도 뿌리가 닿지 않았다. 고민 끝에 찾은 해결책은 병 안에 돌멩이를 넣어 부피가 늘어나게 하는 것. 지혜를 발휘한 새는 마침내 목을 축일 수 있었다는 이 이야기는 2011년 대한민국에 쉽게 대입된다. 사람들은 를 읽고, SNS에서 사회문제들을 토론하며 좁은 병에 담긴 ‘변화와 희망’의 물을 마실 방법을 연구 중이었다. 타는 목마름에 지쳐갈 때쯤, ‘안철수’라는 돌멩이가 눈에 들어왔다. 희망에 찬 사람들은 ‘서울시장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만 듣고도 그에게 50%의 지지율을 보냈고, 출마 포기 선언과 동시에 그를 내년 대선주자로 띄웠다. .. 더보기
박원순 시장님께, 추천합니다! 박원순 효과…재건축·뉴타운 ㅠㅠ 무상급식 관련주 ^^(동아 10/28) 1주일 만에 5000만원 뚝…박원순에 떠는 재건축 시장(중앙 11/1) "박 시장 취임 이후 사업추진 불투명" 재건축 아파트 하락세(조선 11/7) 10·26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된 후 보수 언론은 연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을 맞은 서울 재개발 ·재건축 시장에 찬바람이 거세다(중앙)"고 보도했다. 11일에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평균 아파트값이 2년 4개월 만에 10억 밑으로 떨어졌다며 "심리적 지지선이 무너졌다(조선)"고 표현하기도 했다. 결국 '아파트'가 문제였다. 이번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이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에게 진 곳은 용산구와 강남·서초구뿐이었다. 전문가들은 '야당 후보가 당선되면 재건축·재개발이 줄어.. 더보기
고독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 당신에겐 단 한 가지 길밖에는 없습니다. 당신의 마음 깊은 곳 속으로 들어가십시오. 가서 당신에게 글을 쓰도록 명하는 그 근거를 캐보십시오. 그 근거가 당신의 심장의 가장 깊은 곳까지 뿌리를 뻗고 있는지 확인해보십시오. 글을 쓸 수 없게 되면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이것을 무엇보다 당신이 맞이하는 밤 중 가장 조용한 시간에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나는 글을 꼭 써야 하는가?" 깊은 곳에서 나오는 답을 얻으려면 당신의 가슴 깊은 곳으로 파고 들어가십시오. 만약 이에 대한 답이 긍정적으로 나오면, 즉 이 더없이 진지한 질문에 대해 당신이 "나는 써야만 해"라는 강력하고도 짤막한 말로 답할 수 있으면, 당신의 삶을 이 필연성에 의거하여 만들어 가십시오. 당신의 삶은 당신의 정..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