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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마음에 남아/보고 듣고 읽고 쓰다

흥미로운 논쟁 하나 외환위기는 한국 사회를 바꿨고, 그해 태어난 아이들의 희생은 또 다시 한국 사회를 바꿀 것이다. 세월호 사고는 분명 우리에게 큰 상처를 남겼고, 다양한 고민거리들을 던지고 있다. 여러 분야에서 크고작은 논쟁과 오류가 빚어지고 있다. 음악인들사이에 오가는 이 대화도 그 중 하나. 더보기
법의 얼굴 블루 드레스 - 알비 삭스 지음, 김신 옮김/일월서각 ‘한 사람의 인생이 휘말린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요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을 보며 종종 이런 생각을 했다. 검찰과 법원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가장 핫(HOT)한 사건이기에 피고인 유우성씨를 이래저래 접할 일이 많다. 하루아침에 간첩혐의로 체포·구속당하고, 둘도 없는 여동생마저 시달려서인지 그의 얼굴은 다소 어두워 보인다. 표정도 거의 없고 목소리에선 그늘이 느껴졌다. 언젠가 그는 자신을 “작은 꿈을 찾아온 평범한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고개를 끄덕이기엔 겪고 있는 일들이 너무나 크다. 그의 모든 것은 순식간에 뒤흔들려버렸다. 테러 피해자 역시 비슷하다. 무분별한 폭력에 피해 입은 사람의 어제와 오늘, 내일은 분명 다르다. 그래서였을까. 를.. 더보기
섬마을 그집에는 제비가 오려나 눈물은 왜 짠가 - 함민복 지음/이레 칼럼이었나 동정 기사였나. 기억은 불분명하다. 그가 결혼한다는 기억에 ‘앗’ 속으로 외마디 외쳤던 어스름한 장면만 떠오른다. 오랜만에 를 읽다 그때가 생각났다. 인터넷 검색창에 이름 석 자를 넣어보니 결혼소식도 벌써 3년 전 일이다. 시인은 여전히 강화도에서 물때 달력을 보고 있단다. 더보기
'사실'과 '개인' 사이에서 쉽게 쓰지 말아야 할, 그러면서도 쉬이 내뱉어버리는 말이 '상식, 선/악, 옳다/틀리다'다. 군사독재정권시절 총칼을 들고 앞장 섰던 사람들이 여전히 떵떵거리며 사는 모습을 볼 때면 이 단어들은 더욱 힘을 발휘한다. 그정도로 권력과 탐욕이 정의와 공익을 짓밟는 사안이 아니어도 마찬가지긴하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 이야기의 전달자들은 경계하며 써야 할 단어들이 바로 '상식, 선/악, 옳다/틀리다' 아닐까. '철저히 사람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말을 표지에 쾅 박은 을 읽는 내내 나는 기자로서 사실을 전달하는 것과 그 뒤에 '개인'을 남기는 것 사이에서 현기증을 느꼈다. 며칠 전 민감한 사안을 취재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 문제는 꽤 오랫동안 고민하고, 또 그럼에도 좀처럼 풀리지 않을 문제일 것 같다. .. 더보기
당신에게 묻는다 북극곰은 걷고 싶다 - 남종영 지음/한겨레출판'온난화 방치하면 세기말 평양이 제주도된다'4월 1일 는 기상청의 '기후변화 전망보고서'를 인용하며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지 않은 채 온난화가 지속되면, 21세기 후반 평양의 연평균 기온이 현재의 서귀포 수준으로 높아진다"고 보도했다.하루 전, 기상청은 올해 말 나오는 '국가간 기후변화협의체(IPCC)' 제5차 보고서에서 채택하고 있는 기후변화 평가 기준을 적용, 한반도의 기후변화 전망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만약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고 지금처럼 계속 배출하면 21세기말 한반도의 연평균 온도는 현재(2001~2010년 평균) 11.0도보다 5.7도 높아진, 16.7도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여름(최고 기온이 25도 이상인 날) 2개월가량 더.. 더보기
"만약 당신들과 이야기할 수 있었다면" 엔더의 게임 누군가 죽고, 짓밟히고, 무너져야만 끝나는, 패배한 자의 삶은 폐허가 되어버리는 것이 전쟁이다. 언젠가 황현산 선생님은 “전쟁은 단순한 추상명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것은 “사람들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포탄이며, 구덩이에 파묻히는 시체 더미이며, 파괴되는 보금자리이며, 생사를 모른 채 흩어지는 가족”이라고 말이다. 소설 은 그런 전쟁에 관한 이야기다. 아주 먼 미래의 지구, 그곳에 외계의 지적 생명체 ‘버거’가 침공해왔다. 두 번째 전쟁에서 전멸의 순간까지 내몰렸던 인류는 ‘메이저 래컴’이라는 위대한 장군덕택에 가까스로 승리한다. 그로부터 80년 후 버거와 세 번째로 치를 전쟁을 앞둔 인류에게는 또 다른 장군, 최고의 지휘관이 필요했다. 오늘날 국제연합(UN)의 평화유지군과 비슷한 형태의,.. 더보기
너는 한 번이라도 무모한 사람이었느냐 토스터 프로젝트 늘 '안정지향주의자'였다. 한때 집안이 망했다는 경험 때문만은 아니었다. 열여섯부터 자취를 시작한 이유가 절대적이지도 않았다. 맏이라는, 태생적 책임감 역시 전부는 아니었다. 이 모든 요소들이 어우러져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바둑판 같은' 성격도 일조했다. 우울과 몽상에 젖어 침울의 늪을 기던 때도 있었지만, 결론은 늘 '잔잔하게 살자'였다. 그 잔잔한 일상을 조금이라도 다르게 살고파서 기자를 꿈꿨을지도. 아무튼 예나 지금이나 나는 딱히 무모한 적이 없었다.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 가끔은 부럽다. 누군가의 '무모한 열정'이. 뜨겁지 않았다기보다, 무모하지 않았기에 샘나는 모습이다. 머나먼 영국땅의 한 청년이 쓴 를 읽으며 샘솟은 감정 역시 질투였다. 토머스 트웨이츠. 또 한 번 '질투는.. 더보기
언젠가는 엄마와 별을 세고 싶다. 이게 다 엄마 때문이다 엄마도 죽을 수 있다. 중3의 어느 봄날, 외할머니의 관이 아래로 더 아래로 내려갈 때마다 엄마의 통곡은 높아졌다. 외할머니의 관 위로 더 위로 흙이 쌓이고 잔디가 하나둘 꽂힐 때마다 엄마의 눈물은 메말라갔다. 마른 울음은 절규에 가까웠고, 양 어깨는 불규칙하면서도 빠르게 흔들렸다. 그제야 깨달았다. 엄마도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나도 언젠가는 엄마처럼 하얀 소복을 입고, 삼베 리본을 옆머리에 꽂고 울게 된다는 사실을. 박상규 선배가 쓴 를 읽으며, 5월치고는 몹시 태양이 뜨겁던 그 날을 떠올렸다. 아직도 엄마의 죽음을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엄마의 늙음은 갈수록 눈에 띈다. 염색기가 날아간 머리는 뿌리부터 새하얗게 변했고, 수두를 앓은 흉터가 남은 눈가에는 주름이 깊어간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