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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마음에 남아/보고 듣고 읽고 쓰다

서늘한 담담함이 그립다-<바람이 분다, 가라> 아주 오랜만에 한 권의 책을, 한 번의 호흡으로 읽었다. 어지러운 이야기의 편린들과 그 속에 담겨 있는 감정들을 따라가기란 쉽지 않았다. 누군가는 내게 그 글은 '과잉'으로 꾹꾹 덧칠되어 있다고 말했다. '어떤 영혼은 외로움으로 만들어져서, 그 외로움이 빠져나가면 무너져버린다'는 문장처럼 마음에 남는 건 없다. 한강의 는 그래서 과 같은 전작들의 냄새가 뒤엉켜있는 느낌이다. 무게가 느껴지지 않고, 서늘한 외로움만 남겨주던 그 문장들을 이젠 찾기 힘들다. 과거의 경험이, 그 어둠의 뿌리가 얼마나 삶을 오랫동안 붙들고 있는가를 말하고 싶어한다는 것. 그 한결같은 이야기가 아직 남아있다는 점이 아직 그의 글을 손에서 버리지 못하게 한다. 흉통이 느껴지듯 어지러운 글, 정리되지 못한 이야기를 토해낸 것처럼 혼란.. 더보기
말해 주세요 - 9와 숫자들 말랑말랑한 멜로디에 살랑살랑 부르는 보컬이 내 타입은 아니지만, 그냥 맘에 들어서. 더보기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 모두 절반만 기억한다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 그와 잦은 다툼이 있었던 몇 달 동안 가장 많이 생각했다. A라는 일로 싸우게 됐을 때 그 상황을 이끌어가거나 혹은 해결하는 방식이 우리는 참 달랐다. 마무리 짓고 종료된 이후에도 비슷했다. 흔히 남자는 뒤끝이 없다고 한다. 여자는, 그 이후에도 당시 분위기와 했던 말들, 단어 하나 문장 하나 곱씹어 보게 된다. 한 마디로 뒤끝이 있다. 물론 이런식의 구별짓기를 별로 좋아하진 않는 편이지만, 점점 공감대가 형성되는 걸 보면 나도 어쩔 수 없는 '그들 중 하나(One of them)'인 게 확실하다. '오! 수정(2000)'은 '그들'을 보여주는 영화다.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는 말하고 행동하는 것뿐 아니라 기억도 다르다. "소주는 다섯 병, 양주는.. 더보기
"니가 나에 대해서 뭘 알아" 저마다 가진 벽이 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그 벽은 높낮이가 그때그때 달라진다. 상황에 따라 다르고, 사람에 따라 다르다. 그럼에도 결코 허물어지진 않는다. 다만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높이를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해받고 싶어한다. '나'를 지키며 관계 맺는 방식은 늘 이랬다. 한때는 그 벽을 허물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내겐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나는 체념하고 인정하는 길을 택했다. 다만 그 높이를 조금이라도 더 유연성 있게 조절하는 힘을 갖고 싶었다. 그게 할 수 있는 전부이자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벽'은 나를 지키는 길, 내 자존심이라고 믿고 있다. 그게 남들 눈에 '방어적'이라든가 '고집'으로 보인다면 나는 할 말이 없다. 그건 사실이니까. 수긍하되 부정하지 못한다... 더보기
루시드 폴을 들으며 10. 그 이야기가 청자에게 어떤 의미였으면 좋겠나. 루시드폴: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청자를 위해 무언가를 해준다는 생각을 하고 쓰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 위로하는 곡을 써야지, 뭔가 비판하는 곡을 써야지 이런 생각을 하면 헛힘이 들어갈 거 같다. 쓰고 싶은 이야기 쓰면 되는 거지,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이상의 생각을 하진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게 맞는 거 같다. 고등학교에 대한 기억은 그닥 화사하진 않다. 학교에서 괴롭힘에 시달렸다거나 집이 쫄딱 망했다는 드라마틱한 사연 때문은 아니다. 사춘기 소녀라면 그렇듯 무얼하든 슬펐고, 아팠다. 그때엔 그랬다. 독(毒)을 품고 오기로 버티면서도 늘 외로웠다. 그 시절, 나는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을 하나 둘씩 찾아갔다. 제일 좋았던 두 가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