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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이 감지되는 비판을. "저도 소망이 감지되는 비판이 좋아요. 물론 비판이 신랄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비판할 점이 있다면, 소망하는 바와 현실 사이의 현저한 차이를 꼬집으려면,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이 통쾌하기도 하고 그리고 충격효과도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소망이 감지되지 않으면 무력감이 느껴져요. 비판하는 것 만으로는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으니까요. 소망이 없는 비판은 존재 이유가 없는 듯 하고요. 바라는 상태가 없는데 무슨 괴리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소망의 존재가 감지되지 않으면, 마치 비판하는 능력이 뛰어난 그 사람 조차도 소망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무력한 존재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비판하는 능력도 안 뛰어난 저는 더욱 무력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요. 비판하는 분이, 반드시 '대안을 제.. 더보기
'김 대 삼'의 트위터 맞짱에 관한 짧은 글 하나 # (에버랜드 무죄판결이) 우리의 미래에 많은 영향을 미치겠죠. 대법원 법리의 허구성을 잘 아는 사람이든, 잘 모르는 사람이든 이런 것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기득권의 힘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기득권 앞에는 모든 사람이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괜히 사회정의니 그런 생각 하지 말고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자’.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이런 가치관을 심어주게 될까봐 걱정이에요. # 이명박 정부의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하듯 했더라면, 삼성 비자금 의혹은 끝난 게임이에요. 우리나라는 헌법상 현직 대통령은 수사 못해요. 하지만 전임 대통령은 수사 정도가 아니라 구속시키기도 하고 자살에 이르게 하기까지 하죠. 하지만 별짓 다 해도 절대로 못 건드리는 성역이 있어요. 바로 무소불위의 자본권력이죠. # 지금.. 더보기
더딘 사랑-이정록 돌부처는 눈 한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 것이 한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말라 달은 윙크 한번 하는데 한 달이나 걸린다. 더보기
루시드 폴을 들으며 10. 그 이야기가 청자에게 어떤 의미였으면 좋겠나. 루시드폴: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청자를 위해 무언가를 해준다는 생각을 하고 쓰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 위로하는 곡을 써야지, 뭔가 비판하는 곡을 써야지 이런 생각을 하면 헛힘이 들어갈 거 같다. 쓰고 싶은 이야기 쓰면 되는 거지,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이상의 생각을 하진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게 맞는 거 같다. 고등학교에 대한 기억은 그닥 화사하진 않다. 학교에서 괴롭힘에 시달렸다거나 집이 쫄딱 망했다는 드라마틱한 사연 때문은 아니다. 사춘기 소녀라면 그렇듯 무얼하든 슬펐고, 아팠다. 그때엔 그랬다. 독(毒)을 품고 오기로 버티면서도 늘 외로웠다. 그 시절, 나는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을 하나 둘씩 찾아갔다. 제일 좋았던 두 가지.. 더보기
'낀 세대'가 읽은 <피스메이커> 사람들은 우리를 '88만원 세대'라고 하는데, 그것보다 '낀 세대'란 표현이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분명 나는 국민학교에 입학했지만, 초등학교 3학년 땐가 4학년 땐가부터는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외환위기라는 '고난의 행군기'와 한일 월드컵이라는 '환희의 순간'을, 고작 5년의 시차를 두고 경험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니 교과서가 칼라로 바뀌었다. 대학에 들어오니 어느새 '신자유주의'란 말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다. 어쨌든, 이런 저런 격동의 순간들 중에서도 제일 강력한 기억 하나가 있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쳤던 이승복 어린이를 본받아야 겠다며, 해마다 6월이면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이란 노래와 함께 '6.25 동란(혹은 남침)' 비디오를 보며 반공교육을 받았다. '자나깨나 .. 더보기
2010년 한국에 지식인으로서의 저널리스트는 없다. …간단히 생각을 정리하면, PD 또는 기자라는 수식어와 상관없이 저널리즘은 오직 진실 추구의 과정적 실천 노력으로서 리포팅과 구별된다. 진실 복무에 태만한 기사·보도와 저널리즘은 본질적으로 전혀 무관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자 저널리즘’의 반대 개념으로 ‘PD 저널리즘’을 주창하거나, ‘PD 저널리즘’의 이념적 정파성을 들어 ‘기자 저널리즘’의 균형적 객관주의를 내세우는 논리를 수긍할 수 없다. PD가 만들건 아니면 보도국에서 제작했건, 진실을 탐사하는 실천으로서 저널리즘이라는 이름 하나로 충분하다. 자발적 현실 취재 과정으로서의 저널리즘은 정보원이 제공하는 표피적 사실이나 확인조차 되지 않은 정보를 단순 릴레이하는 리포팅의 반대말로서 성립된다. 저널리즘은 주로 심층의 진실 발굴에 주목하고, 리포팅은 오.. 더보기
필요한 것은 두려워하지 않는 응시다. 조커의 미소에 놀라 굳어버리는 우리들은 어쩌면 겁에 질려 다른 가능성을 혼란과 파괴로 오해하고, 일시적인 평화를 위해 기꺼이 외부의 권위에 복종하는 최악의 선택을 저지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 최악의 선택을 막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늘어선 감시카메라에 자신의 운명을 맡기는 게 아니라 공포의 실체와 대면하는 것이다. 조커의 일그러진 미소에서 왜곡되어버린 자유와 저항의 가능성을 발견할 때, 비로소 고담시(市)는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필요한 건 배트맨 같은 어둠의 기사도 하비 덴트 같은 거짓 영웅도 아니다. 더 많은 안전과 그 안전을 위탁할 권위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두려워하지 않는 응시다. 그것만이 우리를 진정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김사과, '조커의 미소' 중에서 더보기
머리를 했다 외모가 중요한 사회에서 살아가며 신경써야 할 것 중 하나는 머리모양이다. 타인의 시선이 신경쓰여서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의 모습에 만족하기 위해서도, 이따금 미용실에 가는 일은 필요하다. 그래서 추석 즈음에 파마를 했고, 점점 풀려가는 웨이브를 재생하기 위해 미용실에 다녀왔다. "머리가 많이 상하셨네요, 헤어 제품은 쓰시죠?" "크리닉 좀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머리모양만 중요한 게 아니다. 관리를 안 하면 안 된다는 헤어 디자이너의 얘기를 듣다보면 주눅이 들기도 한다. 왜 나는 매일 헤어 에센스도 안 바르고, 트리트먼트조차 안 하는 무심한 여성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에. 이 감정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중간 중간 남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미용실에 비치된 잡지를 읽다 보면, 왜 나는 제대로 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