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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 끝을 벼리다

'김 대 삼'의 트위터 맞짱에 관한 짧은 글 하나


# (에버랜드 무죄판결이) 우리의 미래에 많은 영향을 미치겠죠. 대법원 법리의 허구성을 잘 아는 사람이든, 잘 모르는 사람이든 이런 것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기득권의 힘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기득권 앞에는 모든 사람이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괜히 사회정의니 그런 생각 하지 말고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자’.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이런 가치관을 심어주게 될까봐 걱정이에요.


# 이명박 정부의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하듯 했더라면, 삼성 비자금 의혹은 끝난 게임이에요. 우리나라는 헌법상 현직 대통령은 수사 못해요. 하지만 전임 대통령은 수사 정도가 아니라 구속시키기도 하고 자살에 이르게 하기까지 하죠. 하지만 별짓 다 해도 절대로 못 건드리는 성역이 있어요. 바로 무소불위의 자본권력이죠.

# 지금 중수부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지난 정권에서도 잘나갔던 사람들입니다. 어떤 정권에서도 훌륭한 검사로 남아요. 왜냐면, 내가 권력자라도 중수부에 강직하고 고집 피우는 사람을 세우겠어요? 말 안 해도 해주는 사람, 알아서 해주는 사람을 세우죠. 정말 용기 있는 검사는 오랫동안 사건을 추적했지만 (결과가) 아닐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선 ‘잘못한 것 같다’고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이죠. 죽도록 수사하더라도 못 밝히면 언제든지 되돌아가는 검사가 바로 유능한 검사예요.…사법부와 검찰은 헌법으로부터 신분을 보장받잖아요. 그건 부당한 압력에 맞설 수 있게 하기 위해서죠. 자기들 잘 먹고 잘 살라고 그렇게 해준 게 아니에요.

# 공무원은 국민이 밥을 제공하는 사람인데 밥 주는 사람 위에 군림하면 되나요. 민주 정부는 정부와 국민이 동일체가 돼야 하지 않나요. 정부의 이익이 국민의 이익이 돼야 한다고 봐요. 물론 선거가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시민적 지지가 유지돼야 그 정부의 정통성이 서는 게 아닌가요. 그래서 권력자는 항상 여론과 지지를 유지하는 것에 신경쓰고 있잖아요. 그런데 기업하는 분이 대통령이 되면서 나라 흐름이 영 이상해요.

내가 있어봐서 아는데, 기업은 완벽한 독재예요. 영업현장은 전쟁터죠. 효율이 최고예요. 건설현장에서 몇 명 죽어도 당연한 거예요. 건설의 목적은 빌딩만 올리면 되는 것이거든요. 하지만 정치에서는 사람의 가치가 경제적 이익과 비교될 수 없어요. 용산이 그래서 문제 아닙니까. 큰 범죄인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 삼성에 관해서도 내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할 일을 다 했다고 봐요. 그런데 사람들은 나한테 더 많은 것을 요구해요. ‘왜 가만히 있느냐’며. 나머지 사람들과 국가, 사회는 어디에 있나요? 이번 일을 겪으면서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같은 분들이 정말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을 위해 자신이 배운 걸 제대로 써먹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출처 :
“있는 놈, 잘난 놈에게는 법도 굴복한다는 것”


트위터를 시작한 이래 한 가지 내용으로 수많은 RT(리트윗)을 받은 건 오늘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그건 바로 '김용철 변호사 저서 광고 탄압 사건'이다.

경영권 불법 승계를 위해 삼성이 정치권과 법조계 다방면으로 로비를 벌이고,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며 2007년 10월 '삼성'이라는 막강한 헤비급 챔피언과 링 위에서 맞짱을 떴다. 그의 폭로 덕분에 십여년 간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던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발행 사건은 비자금 문제와 함께 특검 수사 대상이 된다. 물론 결과는, 정의가 아닌 '돈'의 승리였다.

대법원까지 갔던 삼성의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은, 그 핵심이었던 '에버랜드 문제'는 무죄 판결이 났다. 삼성 SDS의 인수부사채건은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이건희 전 회장은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라는 재벌 종량제의 혜택을 봤고, 지난 연말엔 '단독 특별사면'이라는 유례없는 특혜를 받으며 자유의 몸이 됐다.

출처 <한겨레 21>

그리고 김용철 변호사는 빵집 아저씨가 됐다. 하지만 '삼성 문제를 해결해야 대한민국이 바로 선다'는 신념은 여전했나 보다. 그래서 책을 냈다.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며칠 전 한겨레에 실린 그의 인터뷰를 봤는데, 같은 날 경향이 그의 책 관련 기사를 인터넷판에서 내렸다는 소식이 트위터에 확산됐다.

그리고 오늘, 여러 일간지에서 <삼성을 생각한다>의 지면 광고를 거부한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그와 함께 김용철 변호사의 책을 자발적으로 '광고'하는 RT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의 표현대로 '김용철과 삼성이 트위터에서 한판 뜬 것'이다. 1차 방어전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여유를 즐기고 있었던 삼성은, 이걸 어떻게 봤을까?

삼성 특검과 대법원 판결, 그리고 이건희 전 회장의 특별사면에 이르기까지 .. 삼성은 더 이상 '대한민국 대표기업'이자 '한국인의 자랑스러움'이 아닌 게 분명해지고 있다. 사람 위에, 법 위에 '돈'이 존재한다는 명제만 증명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분노들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이번 '김 대 삼'의 트위터 맞짱은 그 분노들의 표출이 아닐까? 삼성은 알아야 한다. 점점 그들을 '또 하나의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을, 존경은커녕 '분노와 비난'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어쨌든 김용철 변호사의 이번 책, 잘 됐으면 좋겠다. 문득 "검찰할 때는 아이들이 날 존경했지만 지금은 안 한다"며 "그곳(삼성)을 거치며 나는 양심을 잃었다"던 그의 말이 생각난다. 다시 양심을 찾으려 모든 힘과 용기를 쥐어 짜내고 있는 한 아저씨의 노력이 꼭 희망을 꽃 피웠으면.

덧.
이번 지방선거, 그리고 앞으로의 정치판에서 트위터의 폭발력은 어떻게 나타날까. 정말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