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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 끝을 벼리다

보수는 잘 뭉치는데..


# 미국인들은 폭스 뉴스를 가장 신뢰한다고 한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PPP(Public Policy Pollin)이 최근 미국의 주요 뉴스 채널에 대한 수용자들의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49%가 폭스 뉴스를 신뢰한다고 했고 그 다음으로는 CNN(39%)을 꼽았다. 재밌는 건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폭스 뉴스가 37%로 가정 적었다는 것. 반면 CNN은 불신도가 신뢰도보다 2% 높게 나왔다. ABC나 CBS, NBC 같은 다른 언론사들도 마찬가지다.


그림 출처 및 관련 기사 : 피디저널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신뢰하는 뉴스가 제각각이었다는 것. 이 조사에서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를 지지한 사람들은 그 가운데 27%만 폭스 뉴스를 믿는다고 했지만, 맥케인에게 투표한 사람들은 70%이상이 폭스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이데올로기적 성향에 따라 조사를 했더니, 그 결과 역시 비슷했다. 자기가 진보라고 응답한 사람 중 26%만 폭스 뉴스를 신뢰한다고 했고, 스스로를 보수라고 한 사람의 75%가 폭스 뉴스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정당 지지 성향에 따른 결과도 비슷했다.

그럼 스스로를 '진보'라고 생각하거나 지난 미 대선에서 오바마를 뽑은 사람들, 그리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신뢰하는 언론은 어딜까? 보수층은 폭스 뉴스에 대한 (거의) 절대적인 믿음을 보이고 있다는 게 이번 조사가 증명하는 바다. 기사를 읽으면서 든 생각은 역시 '보수는 잘 뭉친다'는 것.

지난달에 <미디어오늘>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 회원 1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조선일보>는 신뢰도가 6.8%로 나왔다. 하지만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9%가 조선일보를 꼽았다.(1위는 KBS) 충분히 알고 있었고, 예상가능한 결과였지만 왠지 씁쓸하다. 아무리 '조선일보는 못 믿겠다'고 말해도 그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란.... 결국 폭스 뉴스처럼 조선도 보수층의 막강한 지지를 업고 있는 게 이런 현상을 설명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다못해 신문 구독만 해도 그렇다. 이유를 막론하고, 젊은 사람들은 신문을 잘 보지 않는다. 구독률과 열독률이 높은 층은 40대 이상이다. 그리고 그들이 선택하는 신문은 주로 조중동이다. 한겨레나 경향이 아무리 진보진영의 지지를 받고, 20대가 가장 신뢰하는 언론으로 뽑혀도 경제력이나 영향력 면에서 조중동을 따라 잡을 수 없는 이유는, 정작 그 지지자들이 신문을 잘 보지 않는 까닭도 크지 않을까?

# '보수는 잘 뭉친다'는 명제를 떠올리면 동시에 드는 생각은 늘 '진보는 잘 분열한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나, 보수는 부패해서 망하고 진보는 분열해서 망한다는.  하지만 이 편견을 뒤집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보려는 시도가 다시금 나오고 있는데, 그게 올 6월 지방선거 '5+4 연대'론인 것 같다. 

사실 난 '반MB'란 구호로 뭉친다는 데 부정적이었다. '반MB'는 공감을 살 수는 있지만, 대안은 안 되겠다 싶어서다. 지금 당장의 적은 '이명박'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하나의 상징에 불과하지 않을까? 우리는 이명박이 아니라 이명박이 상징하는 토건주의, 경쟁지상주의, 권위주의 등 구시대적 가치와 맞써야 한다. MB는 진짜 적이 아니니까. 여튼 그래서 '반MB'란 구호는 뭔가 2%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지난주 월요일 저녁, 식사 도중 아빠가 그랬다. "MB는 아닌 것 같다"고. 물론 아빠가 MB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신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걸 '지방선거'라는 현실정치와 연관지어 드러내신 건 처음이었다. 내 예상보다 '반MB'는 꽤 '잘 먹힐 수 있는' 구호였다.

문제는, 그 먹힐 수 있는 '반MB'란 구호로 뭉치는 일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 어떤 절차와 방법이냐 등 복잡한 내용은 나도 잘 모르겠으니 생략.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야권연대는 꼭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있다. 지금의 정당정치 구도로는 절대 한나라당의 독주를 제어할 수 없다. 여-여 갈등이 된 세종시는 특수한 경우일 뿐이다. 미디어법도 그렇고, 4대강도 그렇고 쪽수로는 한나라당을 이길 수 없다. 야당들끼리 뭉치는 데서 그칠 게 아니라 시민사회와도 함께 연대해야 견제 가능하다. 그런데 진행 속도가 너무 느리다.

그 느림의 주범으로 민주당이 꼽히고 있는데, 여튼 이 대목에서도 여러 얘기가 오고가는 듯. 그걸 지켜보고 있노라면 또 다시 '진보는 분열해서 망한다'는 명제가 스멀스멀 올라와 머릿 속에 가득해진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