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재미있는 것은 PD수첩 광우병 편이 독보적인 내용이 아니라는 겁니다. 당시 여기 저기서 비슷한 문제를 제기하는 시사 프로그램을 만들었었습니다. 또한 그때 뉴스들을 살펴보면 다우너 소 영상을 내보내는 리포트도 있는데, 이것은 왜 검찰이 문제제기를 안 했을까요? 이것도 다우너=광우병으로 연상하게 만드는 선전선동인데? 선전선동 부분을 더 보죠. 혹시 성체줄기세포와 배아줄기세포의 차이를 아십니까? 물론 아시겠죠. 지금은 기자 일반 상식이니까. 황우석 사태 당시에는 기자들도 이 차이를 몰랐습니다. 제 말뜻의 요지는 일반인이 PD수첩을 볼 때, 과연 PD수첩이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의 자막을 아주 정확히 사용했다한들 사회자의 말실수도 없다 한들 그걸 보는 사람들은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의 차이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을 거라는 겁니다. 방송이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가 이렇다 이렇다 상세히 설명해준다하더라도 뒤돌아서면 그냥 일반인에게는 줄기세포죠. '황우석이 줄기세포를 속였다' 만 머리에 남고 '근데 그게 옳으냐 그르냐?' 라는 가치판단의 단계로 넘어갑니다. 이것은 전문적 영역이 일반적 영역으로 들어오는 데 시간이 걸리며 그만큼 확산이 더디다는 말입니다.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은 여전히 많은 분들이 '아직도' 혼동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게 PD수첩 탓인지 전문영역이 일반영역으로 전환되는 시간차인지 생각해볼 필요 있습니다.
#2. 판결 내용을 보도한 기사만 잘 읽어보셔도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제가 된 PD수첩의 방송은 보기에 따라 선정적이거나 또는 편향된 것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 목적이 민심을 동요시키거나 정권에 타격을 입히려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이 잘 알고 있지 못하는 사안에 대하여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정부에 의해 섣부르게 일이 진행될 경우에 생기게 될 위험성을 공론화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게 사법부의 판결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언론으로서 당연한 역할이라는 이야기지요. 대법원은 "보도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모욕적인 표현이 일부 들어 있더라도, 악의적이거나 뚜렷이 드러날 정도로 상당성을 잃지 않았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보도된 내용이 허위일지라도 허위사실이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하는 내용이 아니라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례도 있다. 기사를 인용해봤습니다. 제 생각입니다만, 편향되고 아니고는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또한 보도 내용이 편향되었다고 해도 그것이 결코 검찰로부터 기소를 당하고 법정에서 죄를 묻는 상황이 발생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더더욱 정부나 권력의 정책에 관한 것이라면 일단 공익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는지 따져보는 것이 언론으로서 의무일 겁니다. 이번 재판은 유무죄 여부를 떠나서 모든 언론을 향한 현 정권의 위협이라고 보아야 옳을 겁니다. 요지는 함부로 개기지 마라? 여기까지...쩝
#3. 피디수첩 제작진은 범죄명이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피디수첩의 내용이 일부 사실과 다르다거나 주관적 관점이 반영되어 있는것은 도덕적 혹은 자체적으로 인사처벌을 받을 사안이지 장관을 명예훼손 하려고 한것이 아님이 분명합니다. 만약 이사건이 유죄로 판결난다면 유사한 정책비판 보도에 명예훼손죄가 적용되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피디수첩의 보도가 과한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하나 상식적으로 따져보더라도 무죄판결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정리하자면, 이 문제의 쟁점은 첫째, pd수첩 보도의 정확성과 공정성 문제 둘째, pd수첩 보도에 '실제적 악의(Actual malice)'가 있었는지와 셋째, 정운천과 민동석 두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하는지 넷째,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에 대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는지다.
물론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역시 포함된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라고 단순화시켜선 안 될듯. 미국산 쇠고기 협상에 대한 문제 제기, 즉 정부 비판이라는 언론 본연의 임무라고 알려진 것을 얼마나 허용할 수 있을까(이 정부는 아예 용납을 안 하려는 것 같지만 -_-;;;;;;;;;;;;;;;)라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여튼 pd수첩 보도 내용과 그 영향에 관한 논란 역시 중요한 쟁점들이다.
결국 이 쟁점들은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란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어떤 것을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실'에 입각해 '진실'을 말한다는 추상적 명제로는 부족하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가슴에 와닿지 않는달까..-_-; 결국 현장에 가야 알 수 있을까...
cf. 세계일보 김태훈 기자 - 잊혀진 '무죄추정' 원칙
덧. 좀더 쟁점을 좁혀 보면,
1. pd 수첩의 문제 제기가 잘못 됐나
2. pd 수첩 보도의 정확성, 공정성이 잘못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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