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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마음에 남아

필요한 것은 두려워하지 않는 응시다.


조커의 미소에 놀라 굳어버리는 우리들은 어쩌면 겁에 질려 다른 가능성을 혼란과 파괴로 오해하고, 일시적인 평화를 위해 기꺼이 외부의 권위에 복종하는 최악의 선택을 저지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 최악의 선택을 막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늘어선 감시카메라에 자신의 운명을 맡기는 게 아니라 공포의 실체와 대면하는 것이다. 조커의 일그러진 미소에서 왜곡되어버린 자유와 저항의 가능성을 발견할 때, 비로소 고담시(市)는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필요한 건 배트맨 같은 어둠의 기사도 하비 덴트 같은 거짓 영웅도 아니다. 더 많은 안전과 그 안전을 위탁할 권위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두려워하지 않는 응시다. 그것만이 우리를 진정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김사과, '조커의 미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