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리고 남은 몇 가지/조금만 더

언제까지 신문은 나꼼수의 ‘특종’ 행진을 지켜만 볼 것인가 낯 뜨거운 고백이지만,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한 것은 여당 국회의원의 비서였다는 경찰의 충격적 발표를 접하고 우선 떠오른 건 ‘나꼼수’였다. 10·26 재·보선 당일 아침 선관위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신문은 내막을 파고들지 않았다. 막연히 북한의 소행 가능성을 언급했을 뿐이다. 반면 나꼼수는 ‘합리적 의심’을 근거로 투표율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계획적 범행 가능성을 물고늘어졌다. 결국 경찰 수사로 나꼼수가 제기한 ‘음모론’이 일정 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이명박(MB)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의혹을 처음 터뜨린 것도 나꼼수였다. 사람들이 신문을 외면하고, ‘나꼼수 4인방’에 열광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프랑스의 소통과학 전문가인 도미니크 볼통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더보기
노동문제를 사회부 사건기자의 눈으로 보지 마라. 한 방송사에 신입사원 교육을 하러 갔습니다. 수백대 일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신입사원들은 모두 명문대학교 출신일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다녔던 학교에서 수석을 놓치지 않았던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그렇게 살았습니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과 경쟁해서 져 본 적이 거의 없는 수재들입니다. 보통 사람들과는 표정과 자세가 다릅니다. 그 자신만만한 표정 속에서 자신들이 곧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된다는 것을 미리 짐작하는 기색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신입사원 연수시간에 노동조합 위원장의 인사말을 듣기 전까지는 자신의 인생에 노동조합이 끼어들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짐작하지 못한 채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성장하는 수십 년 세월 동안 제도권 교육과 제도 언론을 통해 노동조합에 대한 부.. 더보기
기자의 칼은 먼저 스스로를 겨누어야 한다 기자의 칼은 먼저 스스로를 겨누어야 한다.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를 ‘멀리도 가까이도 해서는 안 될 사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하고 만나면 알고 있는 걸 주고 받아야 하는 직업이니 그렇다. 미국 관료들과의 문제가 불거졌으니 미국 언론의 윤리 규정들에서 살펴보자. 에서 발췌한 내용들이다. ▶언론은 그 종사자들에게 근면과 지식뿐만 아니라 언론인의 독특한 의무에 상응하는 높은 수준의 성실성을 추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뉴스와 의견을 수집.전파하는 일차적인 목적은 국민에게 그 때 그 때의 쟁점들을 알려 이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함으로써 공공복리에 기여하는데 있다. = 그 때 그 때 국민에게 알리는 게 아니라 방송 전에 상대국 정보 담당자에게 알려 상대국의 외교 .. 더보기
"앞으로는 '공감'에 주목해야 한다" 독자가 원하는 것은 자신을 이입하여 공감할 수 있는 어떤 타자다. 그 공감은 때로 분노, 때로 웃음, 때로 울음이다. 공감은 아무 때나 아무렇게나 이뤄지는 게 아니다. 공감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가 있다. 독자는 기자에게 “타자, 이웃, 세계와 공감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정돈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기자들은 지금까지 ‘정보’에 방점을 뒀다. 앞으로는 ‘공감’에 주목해야 한다. 공감을 위한 정보, 정보를 통한 공감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모든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정답은 없다. 다만 나는 몰입하려 애썼다. 프레임을 고민할 때, 취재할 때, 기사를 쓸 때, 최대한 몰입했다. 나중에 돌아보면, 몰입한 만큼 독자들이 공감했다. - 안수찬 기자, '기자가 몰입한 만큼 독자가 공감한다' 중에서 더보기
"우리는 여전히 이야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제가 던지고 싶은 질문은, 과연 이 모바일 시대에 1만 3천 단어의 긴 기사가 읽힐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잡지를 제외하고 말이죠. 저를 기분 좋게 만들었던 것은 많은 독자들이 웹에서도 기사를 읽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을 띄울 수 있는 것이 웹이든 휴대전화 스크린이든 간에 1만 3천 단어의 기사를 읽을 수 있다면 그것이 이상적인 장치인가 하는 질문이 나옵니다. 물론 저는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다. 기사가 흥미롭다면 사람들은 인터넷에서도 읽을 것입니다. 어쩌면 출력할 수도 있구요. 이런 현상은 심층보도와 이야기식 저널리즘이 살아 남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줍니다. 또한 아이패드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에도 희망이 있습니다. 요즘 관심거리인 아이패드는 긴 기.. 더보기
부산 여중생은 왜 목숨을 잃었나 지금은 관심이 김길태라는 '파렴치한 악인'에게 집중되고 있지만, 결국 이 사건의 피해자는 덕포동에 살고 있던 한 여중생이었다. 일부 언론은 여중생의 죽음에 호들갑을 떨 뿐, 정작 중요한 생전의 여중생에 주목하지 않는다. 이 여중생이 어떻게 살다가 변을 당했는지 아무도 관심이 없다. 마치 미국범죄드라마처럼, 이 사건의 주인공은 김길태라는 잔인한 '사이코패스'와 이를 멋지게 요리하는 CSI와 프로파일러이다. 상상의 세계에서 펼쳐지던 것들이 실현되었다는 점에서 언론의 관객들은 어떤 가상의 드라마보다도 이번 사건에서 강렬한 박진감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스펙터클을 넘어서서 우리는 질문해야한다. 그 여중생은 왜 집에 혼자 있었고, 그 동네는 왜 그토록 빈집들이 많았는지 말이다. 결국 재개발이라는 한국 사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