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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 끝을 벼리다/박기자의 하루

[서초동 일기] 20150807 때론 기자도 지겹다

어제(6일) 민일영 대법관 후임 임명제청이 있었다. 4일 대법관 후보자 추천위가 꼽은 세 명이 모두 '서울대·50대·남성·법관'이라는 공식에 딱 들어맞는 인물들이라 사실 별 기대 없었다(관련 기사 : '서울대·50대·남성' 또다시 맞아떨어진 대법관 공식)


이기택 후보자로 정해졌다는 소식에도 '그럼 그렇지' 했다. 당연히 비판해야 할 사안이라도 늘 같은 관점으로 같은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면 기자들도 지겹다.


ⓒ 권우성



이미 몇 달 전 신영철 대법관 후임을 정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던 비판들은 여전히 유효했다. 


후보자 추천위가 열리기 전, 박상옥 후보자의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관련 의혹으로 청문회 일정이 잡히지 않아 양승태 원장이 국회에 친서까지 보냈을 때 기사를 썼다. 모두 1)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2) 후보자 선정과정을 더욱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박 후보자의 전력이 워낙 논란을 일으켜선지 대법원은 이번에 처음으로 후보자 추천위 심사대상 명단을 공개했다. 투명성이 +1점 됐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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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취임 후 후보자 임명 제청을 한 것은 이번이 10번째다. 앞선 9명의 선정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절차를 두고 언론이 비판해야 할 대목은 10번째 임명제청에도 마찬가지였다. 대법원은 제자리고, 기자들은 지겹다. 그래서였을까? 이기택 후보자 임명제청 소식을 전하는 뉴스는 대부분 단순 스트레이트기사였다.


그래도 중앙일보한겨레 칼럼이 나오긴 했다. 하지만 이 글을 쓴 선배들도 지겨웠으리라. 대법원은 아니었을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