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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이야기

2014년 책읽기 결산

어제 페이스북에 올린 글. 내년에는 더 분발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사진 속 책들은 대부분 읽어야할 책들;;



아직 12월 27일이지만, 나도 한 해 읽은 책 결산이나 해볼까.


몇 년 전부터 틈틈이 읽은 책 목록을 기록해뒀더니 제법 요긴하다. 한 해 동안 얼마나 게을렀는지, 또는 얼마나 애썼는지 눈에 띈다.


올해는 그래도 좀 애쓴 해라 다행이다. 끝까지 다 덮은 책은 26권이다. 지난해보다 8권 늘었다. 그런데 리뷰는 정작 세 권밖에 쓰지 못했다. <아직 살아 있는 자, 전두환>과 <눈물은 왜 짠가>, <블루드레스>. 그나마 좀 생각하며 쓴 글은 <블루드레스> 리뷰(http://sost.tistory.com/448)다. 국정원 증거조작사건 항소심 기간에 읽은 책이라 이래저래 기억에 많이 남았던 것 같다. 하지만 아쉽게도 알라딘 '이 달의 리뷰'에 못 뽑혔다. 내 알사탕(ㅠㅠ)


가장 강렬했던 책은 <인 콜드 블러드>였다. 시공사에서 낸 트루먼 카포티 시리즈는 초판 디자인이 훨씬 멋진데 이 책은 개정판으로 구입해서 표지는 아쉬웠다. 그래도 책은, 읽으면서 그냥 '이야...'란 감탄사만 연발했던 것 같다. 카포티의 책을 좀 더 찾아봐야지 다짐하기도 했는데, 예상대로 실패했다^^ 내년에는 분발 좀...


공부가 많이 됐던 책은 <현장 증언 1975년 4월 9일>. 인혁당 사건에 관심이 있는 편이었지만 그 내막을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어 큰 도움을 얻었다. 이 책을 읽고 부랴부랴 인혁당 사건 기획도 했고. 명색이 '법조팀' 소속이다 보니 <검사님의 속사정>이나 <판사유감> 같은 책을 들춰보며 검찰과 법원을 아주 조금씩은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얼마 전에 읽은 <헌법재판소, 한국 현대사를 말하다>도 그랬고.


한강은 <바람이 분다, 가라>에 몹시 실망해서 한동안 읽어보지 않았는데 <소년이 온다>는 달랐다. 이 책은 리뷰는 못 썼지만, 기억에 남는 부분들은 열심히 발췌해뒀다(http://sost.tistory.com/481). <보안사>도 재밌었다. 얼마 전에 보안사 관련 판결문을 하나 찾아낸 것도 이 책을 읽은 덕분이었다. 그나저나 과거사는 앞으로도 어떻게 다뤄야 할지... 혼자 생각만 하고 있다.


덮고 나서 고민해봐야 할 책들은 <사회를 바꾸려면>과 <뉴스의 시대>, 그리고 <진실, 그것을 믿었다>였다. 솔직히 말하면 세 책 모두 너무 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문제는 그 빤한 지적과 이야기들이 굉장히 중요하고, 결국 아무도 답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 여기까지 왔다는 것. 근데 고민을 못 했, 아니 안 했다... (먼산) 아쉬웠던 책은 두 권 더 있다.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 원폭 2세 환우 김형률 평전>과 <왜 사람들은 싸우는가>. 두 책 역시 주제는 좋은데, 내용이 밋밋했다.


한동안은 책 읽으면서 골치 아프기 싫어서 문학류를 집중 공략했는데 그닥 만족스럽지 못했다. 물론 <소년이 온다>는 제외. <밤의 여행자들>과 <해피패밀리>는 별로였다. 고종석씨 책은 처음이라 나름 기대했는데, 설정말고는 강렬한 느낌이 없었다. <가나>는 정용준이란 작가를 궁금하게 만들었고, 그 책에 실린 단편이 떠올라 <염전>이란 책을 샀는데, 별로였다. 11월 터키여행을 꿈꾸며 구입한 <언젠가는 터키>도 마찬가지. 역시 여행기는 사지 말아야하나 싶기도 했다. <영원한 귓속말>을 읽고 시인 몇 사람의 이름을 메모해뒀는데, 아직 찾아 읽지 못했다.


<눈먼 자들의 국가>는 70%정도 만족했던 것 같다. 소설가들의 글이 좋았다. 김연수는 너무 장황하게 딴 얘기를 하는 것 같았지만 "과연 역사가 흐른다는 이유만으로 진보하는가?"란 질문이 마음에 박혔다. 어쨌든 삶에 기반한 이야기꾼들의 감정이 느껴져서 소설가들의 글 한 편 한 편이 인상적이었다. 같은 이유로 평론가들의 글은 많이 아쉬웠다. 세월호 선원들의 선고날 광주에서 구입한 <그의 슬픔과 기쁨>을 읽은 다음 쌍용차 대법원 판결이 나와 속상했고. 어쨌든 두 책은 계속 고민해야 할 주제들이다. 세월호, 쌍용차...


전체적으로 보면 한동안 '외면'하려다 '직시'하는 책읽기로 돌아왔던 한 해였다. 어렵고 복잡한 책보다는 한 권 한 권으로 남는 것들이 많았고. 내년에는 일단 사둔 책부터 다 뽀개기로...


아직 살아 있는 자, 전두환 / 고나무

눈물은 왜 짠가 / 함민복

검사님의 속사정 / 이순혁

이중섭 1916-1956 편지와 그림들 / 이중섭, 박재삼 역

블루드레스 / 알비 삭스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 원폭 2세 환우 김형률 평전 / 전진성

현장 증언 1975년 4월 9일 / 시노트 신부, 김건옥·이우경 역

밤의 여행자들 / 윤고은

해피패밀리 / 고종석

언젠가는 터키 / 장은정

사회를 바꾸려면 / 오구마 에이지

소년이 온다 / 한강

인 콜드 블러드 / 트루먼 카포티

판사유감 / 문유석

보안사 / 김병진

진실, 그것을 믿었다 / 한학수

영원한 귓속말 / 문학동네 시선집

뉴스의 시대 / 알랭 드 보통

염전 / 유종인

가나 / 정용준

눈먼 자들의 국가/ 김애란, 김행숙, 김연수, 박민규, 진은영, 황정은, 배명훈, 황종연, 김홍중, 전규찬, 김서영, 홍철기

그의 슬픔과 기쁨 / 정혜윤

2014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헌법재판소, 한국 현대사를 말하다 / 이범준

왜 사람들은 싸우는가 / 버트란트 러셀

빅 퀘스천 / 김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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