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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은 몇 가지/휩쓸리기보다는

들풀님 글 중에서

# 우리는 습관처럼 잘못된 정책을 이야기하고 부조리한 정치를 이야기하고 나라를 좀먹는 정치인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 속에는 사람의 피와 살이 빠져 있다. 잘못된 정책, 부조리한 정치, 무능한 정치인이 어떻게 살아 숨 쉬는 사람의 목을 조이고 벼랑 끝으로 내모는지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잘못된 정책, 부조리한 정치, 무능한 정치인이란, 실제로는 처절하고 참담한 일인데도, 농담처럼 비판하고 농담처럼 비난한다.


신문 사회면의 자잘한 기사들이 바로 그에 대한 해답을 준다. 기사 속에서 살인하고 살해당하고 자살하는 보통 사람들은 이 세상의 부조리가 드리우는 검은 그림자를 생생하게 꺼내어 펼쳐 보여준다. 사회 구성원 대다수를 옥죄는 구조적 문제는 우리의 삶 구석구석에 숨어 있다가, 실패, 좌절, 곤궁, 분노, 낙심, 개인 간의 갈등이라는 모습을 하고 독을 품은 채 나타나는 것이다.


- '그 날 36명이 더 죽었다' 중에서


# 2005년 황우석 사태를 초래한 근본적 원인 중 하나가 언론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당시에 나온 반성과 비판의 언어들을 보면 '황우석 신화 만들기' '검증 없는 중계 보도' '치어리더 저널리즘' 같은 것들이 있었다. 


황우석은 교수직에서 파면되고 재판을 하여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황우석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언론과 언론인에게는 물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황우석 인터뷰, 그리고 닷새 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