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저 자리에 있어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을 거다. 나 역시 그랬다. '어떡하지'란 말을 계속 하면서도, 속으로만 되뇌이며 실종자 가족들에게 다가갔다. 경계하는 아이들에게 위협아닌 위협을 당하기도 했다. 차분하면서도 차가운 말 속에 칼이 숨어 있었다. 결국, 우리가 먼저 상처냈던 칼날이 되돌아온 셈일테지.
많은 것들이 무너졌다. 그 중 회복이 가장 어려워보이는 건 '신뢰'다. 정부가 재난상황에서 철저하고 빠른 대응으로 국민을 보호하리라는, 언론이 빠르고 정확한 보도로 현장 상황 등 각종 정보들을 전달해주리라는, 어른들이 아이를 구하리라는 믿음. 과연 다시 세울 수 있을까... 어디서부터, 어떻게...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84277
<대한민국의 직업병에 걸린 기자분들께>
제가 이렇게 기자분들에게 편지를 쓰게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제가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말들과 제가 직접 보고 들으며 느낀 점에 대해 몇 글자 간략히 적어보려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올해 들어서 장래희망이 바뀌었습니다. 원래 장래희망이 바로 여러분들과 같은 일을 직업 삼는 기자였거든요.
저의 꿈이 바뀌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러분이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양심과 신념을 뒤로 한 채, 가만히 있어도 죽을 만큼 힘든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 그리고 애타게 기다리는 전 국민들을 대상으로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었기 때문입니다.
기자는 가장 먼저 특보를 입수해내고 국민에게 알려주는 게 의무입니다. 하지만 그저 업적을 쌓아 공적을 올리기 위해서만 앞 뒤 물불 가리지 않고 일에만 집중하는 여러분의 모습을 보며 정말 부끄럽고 경멸스럽고 마지막으로 안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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