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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이야기

어느 토요일의 과메기

과메기. 꽁치나 청어 등을 추운 겨울 밖에 두어 얼린다. 공기는 차가워도 열기만은 여름 못지 않은 여름 햇살에 다시 녹인다. 이 과정을 3~10일 동안 반복하면 푸른빛이 감돌던 생선의 몸은 갈색 젤리처럼 변한다. 특유의 비린내가 있지만, 고소한 풍미가 있어 그 맛을 알고나면 제법 중독된다. 과메기의 어원은 ‘눈을 꿰어 만들었다’는 관목(貫目)이란 말인데, 목(目)이 포항 사투리로는 메기여서 ‘관메기→과메기’가 됐다고 한다. 이름이 변하는 동안 주 재료 역시 청어에서 꽁치가 됐다.




지난 주말 회사 동기들과 모처럼 모였다. 결혼식날 짙은 화장을 한 채 후다닥 얼굴을 보긴 했지만, 다 같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술잔을 부딪치는 자리는 올 들어 처음이었다. ㅈ오빠의 협찬으로 식탁도 풍성했다. 기름기 번들번들한 껍질이 벗겨지자 반질반질하고 매끄한 과메기의 속살이 드러났다. 소금기가 덜 헹궈진 생다시마 탓에 날김을 두세 장 싸서 먹으면 간이 꼭 맞았다.



시간이 갈수록 '밥 한 번 먹자'는 말의 무게가 가벼워진다. 이 한 마디가 곧 '안녕'과 다름없는 세상에 적응하다보니, 동시에 그 '밥상'에서 수많은 공사다망한 역사들이 이뤄지다보니 점점 텅 비어 있는 인삿말로 던진다. '밥 한 번 먹어요'라고. 그래도 이따금 정말 '밥 한 번 먹고픈' 사람들이 곁에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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