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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이야기

나는 평범하니까

# 환한 불빛보다 더 환하게 웃는다. 손뼉을 치며 좋아하는 표정이 꼭 어린아이같다. 어젯밤 찍은 사진 속 부모님 모습이다.

 

 

생각해보니 제법 오랜만에 다섯 식구가 모였다. '식구(食口)'란 말 그대로, 함께 밥을 먹었다. 사람도 늘었다. 엄마는 흐뭇한 표정으로 "사위가 사줘서 그런지 더 맛있네"라며 웃었다. 수선화가 그려진 봉투에 나와 그의 성의를 담아 건네는 모습을 지켜보던 아빠는 "부럽다"고 말했다. 돌이켜보니 가슴이 저릿할 정도로 사랑스러운 순간이었다.

 

부모님은 언제나 그 자리에 계신데, 요즘은 표정 하나 몸짓 하나에 먹먹해진다. 나 역시 별 수 없는 사람이다. 강한 척, 다른 척해도 이제 우리집이 '친정'으로 바뀌고 명절은 다른 곳에서 보내야 한다니 기분이 묘하다. '시댁 먼저, 남편 먼저'를 자연스레 강조하는 엄마의 말에 마음이 조금 무거워진다. 그래, 넌 지극히도 평범하다니까.

 

'남다르지 않음'은 계속 드러나고 있다. 결혼 준비하며 싸운다는 것 또한 남들 얘기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사람이니까 다툰다. 2~3주 간격으로 몇 번 언성이 높아졌다. 또 식식거리며 울었고, 입술을 몇 번이나 깨물었다. 소리 지르고, 마구 화를 내면 속시원하기라도 할 텐데 늘 그렇듯 화만 삭여도 별 수 없었다. 사랑이라 화해했다. 연인이란 각자 마음에 품은 불덩이들을 조금이라도 꺼뜨리게 만드는 관계일지도 모른다.

 

# 휴가 일수는 4일이었는데 앞뒤로 주말이 있고 공휴일까지 더해져서일까. 제법 긴 날들을 일, 회사, 뉴스와 떨어져지낸 기분이다. 오랜만에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는 느낌이 낯설다. 당직 근무를 위해 서둘러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계단을 내려가는 중에 '아 기사 제대로 쓸 수 있을까?'란 엉뚱한 걱정도 했다. 단 1초만에 '설마, 난 기계잖아'란 안도로 바뀌었지만.

 

머리를 비우고, 생각은 정리하고 싶었는데 100% 달성하진 못했다. 아 비우긴 비웠다. 휴대폰을 수시로 만지작거리며 트위터와 페북, 포털, 사내 게시판 등을 확인했지만 마치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버리듯 날려버렸으니까. 그 덕분인지 당장 내일부터 해야 할 일들을 정리했다. 1번부터 무려 6번까지. 재충전인지 방전인지 모르겠으나 '일시정지'는 필요했다. 휴가는 힘이 있다. 얼음이 녹는 소리마저 귀에 걸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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