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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이야기

슬럼프라고 말하면 쉽다

먹고 남은 맥주를 비운 뒤 찌그러뜨린 캔을 비닐봉지에 담고 후다닥 현관문을 열었다. '입추'가 무색할 정도로 덥고 폭우가 예상되는 날씨 탓에 우산도 포기 못한 채 터벅터벅 계단을 내려갔다. 8월의 첫 번째 수요일, 아무 발제거리가 생각나지 않은 지 며칠째인 아침이었다.

 

감정은 좀 잦아졌다. 그저 무위만 남아있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번득이거나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란 점이야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계절의 문턱에 설 때마다 한없이 처지는 마음은 지인들도 알아챈 지 오래다. 그런데 요즘은 그 무기력증이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아침마다 머릿 속은 하얗고, 아무리 스마트폰 자판을 투닥여봐도 눈에 들어오고 마음에 남는 것은 없다. 초기 단계라 할 수 있는 '주변 사람과 불화'는 일단 통과했다. 그러니 더더욱 텅 빈 상태만 이어질 뿐이리라. 아침 먹고 땡, 점심 먹고 땡, 창문을 열어보니 비는 오고 지렁이는 보이지 않는 날들도 계속 되고.

 

늘 이럴 때마다 이유를 찾지 못 했고, 굳이 찾으려하지도, 돌파구를 모색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답답하다. 한숨을 쉬는 일조차 쉽지 않다.

 

출처는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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