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보고 이대 캠퍼스에서 한낮에 맥주 한 캔 마셨던 생각나네." 축하와 함께 형진오빠가 남긴 말. 벌써 몇 년 전이냐, 조선일보 시험 본 날일 거다. 그날로부터 시간이 참 많이 흘렀다. 기대 이상, 아니 상상 이상으로.
무난한 인생이어서, 물 흐르듯 살아왔다. 합격하지 못했을 뿐, 준비 기간 동안 어쨌든 좋은 평가를 받은 날들도 많았고 운도 따라줬다. 그래도, 쉽지 않았다. '나의 실패'를 인정해야 했고, 그래야만 한 번 넘어져도 또 일어날 수 있었으니까. 겪고 또 겪어도 참 적응 안 되더라. 지금도 조금 얼떨떨하다. '새옹지마'라는 말이 그대로 내 상황이어서. 속상해서 울기도 했고, 술도 들이마셨다. 오늘 아침, 첫 날숨에서 역한 술냄새가 날 정도였다. 머리도 띵했다. 근데 분명한 건, 내 '잘못'은 아니라는 점이다. '딱' 들어맞지 않은 부분이 있겠지만, 잘못하진 않았다. 부족한 것과 틀린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홀가분해졌다.
현장이 늘 그리웠다. 현장이 많은데 못 가고, 아니 안 가고 있다는 생각에 자책도 많이 했다. 부끄러웠다. 일단 그 상황에서 벗어난다는 데 만족감이 크다. 다른 시험이 어떻든, 여러 상황이 어떻든 일단 속시원하다고 느낀 가장 큰 이유다.
억울하기도 했다. 어쨌든 좋은 일인데, 나는 왜 이걸 즐기지 못하고 있는 거지? 바보 같이 왜 바닥을 치고 있지? 꽁꽁 숨기고 있지? 이유는 없었다. 그냥 내가 문제였다.
멈출 때가 아니라 계속 움직여야 한다. 결국 중요한 건 '어디서'가 아니라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인가'이기에. 집중해야 할 일도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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