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리 없는데요? 다 확인했는데요?"
며칠 전 취재원에서 정정요청이 들어왔다. 혼자 속으로 피식 웃었다. 대꾸하며 내용을 살펴봤다. 아뿔싸, 내가 틀렸더라. 그것도 아주 중요한 부분을. 수정 사실을 전하며 사과했다. 잘 넘어갔다.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아찔했다. '만약 더 큰 문제로 번질 수 있었다면? 더 큰 회사였다면?' 둘 중 하나였을테다. 소송을 당하거나 처음부터 정중히 사과하거나.
문정현 신부님이 '인간, 그게 뭔데?' 했는데, 난 '기자, 그게 뭔데?' 싶었다. 며칠이나 됐다고, 미친 건가 싶었다. 두고두고 부끄러울 일이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오늘 만난 분에게 친한 척할 셈으로 "날씨가 이런데, 어떠세요?"라고 물었다. 대뜸 "그런 뻔한 질문할 거면 묻지 마라"는 '칼'이 날아왔다. "왜 그렇게 두루뭉술하게 묻냐"고, "핵심이 뭐냐"고 묻는 '표창'이 날아왔다. "공부 좀 하고 다니라"는 한 방이 결정타였다. 무너졌다. 내 인생에서 가장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겸손한 기자'가 되겠다고 자신있게 말해왔는데, '부끄러움을 아는 기자'가 되겠다고 광고해댔는데, 아니었다. 그건 역시 허언이었다. 빈 말하는 사람이라고 자평한 적 없었는데, 나 역시 결국 허풍선이었다.
문장 하나, 아니 단어 하나가 무섭다. 섣불리 꺼낸 말들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까 두렵다. 요며칠은 그 모든 불안과 공포가 현실이었다. 부끄럽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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