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기차 안이다. 아침을 챙겨 먹었는데도 허기지다. 요즘엔 머리를 많이 써서 탄수화물이 금방금방 포도당으로 바뀌어 소비되는지 밥때면 힘들 정도로 배고프다. 지금도.
내일이면 2주 간의 사회부 교육이 끝난다. 생각보다 정신없었고, 성과가 있어 부뜻했고, 몸이 힘들었다. 그래도 '현장에 있다'는 만족감이 가장 컸다. 입사 준비할 때 하도 '현장 가고 싶다'는 노래를 해서 그런가보다.
한편으론 '현장 이상'의 무언가를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건사고가 터지지 않는 이상 아이템을 잡아야하는데, 꽤 곤혹스러웠다. 뻔하지 않는,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거나 알아야 할 이야기를 찾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모르던 점도 아닌데 막상 실전을 경험하니 느낌이 다르다. 하루하루 뭔가를 토해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머리를 굴리고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 세워야 한다. 기자회견이나 유명인들 따라다니며 조금 편하게 갈 수도 있지만, 원하지 않으니 제 무덤 안 되도록 하는 수밖에.
가장 뜻깊은 일은쌍용차 문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직접 보고 있다는 것. 2009년 여름, 공장 벽에 검은 페인트로 쓰였던 '해고는 살인이다' 그리고 '함께 살자'는 말이 아직도 또렷이 기억난다. 결국 22명이 죽었고, 누군가 지금도 생명의 불빛이 꺼지고 있다.
하지만 점점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는 듯싶어 다행이다. 스물 두 개의 목숨이 스러진 후에야 상황이 변하고 있다는 게 슬프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조금씩이나마 움직이고 있음이 중요하다. '그럼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는 걸까'란 질문의 무게가 더 커졌다. 현장에 따라다니며 소식을 전하거나 어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일도 의미있지만, 기자는 분명 한계가 있다. 플레이어는 아니다. 그리고 난 이 기자관을 따르는 만큼, 제한된 공간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고민이다. 정말 어렵다. 그럴 깜냥도 부족하고.
"도대체 쌍용차 문제가 해결됐다는 건 뭘까? 사람들의 복직? 그만 죽는 거?"
며칠 전 술자리에서 선배가 말했다. 자신은 정말 모르겠다며, 꼭 그 답을 알아내고 싶다고 했다. 나도 모르겠다. 알고 싶다. 그래서 일단 기차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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