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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이야기

2011년 10월의 쉽지 않은 날

수영을 시작하길 잘한 것 같다. 마음이 소금밭 같은 하루하루를 물 속에서나마 잊는다. 흐름에 맞춰 팔을 휘젓고 들숨과 날숨을 내뱉다보면 잡념은 사라진다.

하지만 물밖으로 나오는 순간, 다시 현실을 깨닫는다. 맞다. 나 백수지, 또 떨어졌지, 통장 잔고는 줄어들고 있지 하는, 마음을 콕콕 찌르는 생각들. 

다산의 글을 읽는다.

"요컨대 아침에 햇볕을 빤하게 받는 위치는 저녁 때 그늘이 빨리 오고 일찍 피는 꽃은 그 시들음도 빨리 오는 것이어서 바람이 거세게 불면 한 시각도 멈추어 있지 않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한때의 재해를 당했다 하여 청운(靑雲)의 뜻을 꺾어서는 안된다."

도덕경의 한 구절을 떠올린다.

"구부러지면 온전해지고, 휘면 바르게 되고, 파이면 차고, 낡으면 새로워지고, 적으면 얻게 되고, 많으면 미혹된다."

평상심을 가졌을 때 마음을 울리던 말들은, 정작 그 말들이 필요한 순간 힘이 없다. 카페에 흐르는 몽롱하고 우울한 음악이 오히려 가슴을 툭툭 친다. 아무도 원망할 수 없는데, 누구든 탓하고 싶고 아무에게나 묻고 싶은데 누구에게든 말할 수 없는 그런 기분.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믿음보다, 당분간 계속 붙잡을 수밖에 없는 감정임을 알아서 오늘은 어렵다. 몇 번을 반복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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