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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 끝을 벼리다

꼰대에 관한 짧은 글

'꼰대'를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다음 지식에 따르면 두 가지 의미다. '대장, 우두머리, 선생님'을 일컫는 은어면서 '지배자'를 뜻하는 전라도 사투리. 좀 더 정확하게, 국립국어원 홈페이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검색해봤다. 은어로 '늙은이' 또는 '선생님'을 가리키는 말이란다.

갑자기 왜 꼰대냐 하면, 요즘 들어 부쩍 쓰게 된 단어다. 예전에는 비슷한 의미를 전달하려고 해도 이 단어를 쓰진 않았던 것 같은데, 이젠 입에 슬슬 붙고 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내가 먼저 '꼰대'란 단어를 꺼내기보다는, 그 말이 나온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계속 하기 위해서, 그 맥락을 유지하기 위해서 '꼰대'란 단어를 쓴 경우가 많다.

구글 검색에서 찾은 사진, 출처는 모르겠다;;



또 그 상황은 대개 '꼰대'라는 말을 꺼낸 사람이, "나는 꼰대가 아니다"라는 의견을 피력할 때였다.

그럼 도대체 어떤 사람은 꼰대고, 어떤 사람은 아닐까? 이 또한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하지만 학이 아기를 물어다준 게 아니라 무언가 생명의 신비를 만드는 원리가 있다는 걸 우리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꼰대라는 말이 쓰이는 상황 역시 그렇다. 아무도 "지금이야"라고 외치지 않지만 우리는 안다. 이때야말로 "꼰대"란 표현이 적절히 필요하다는 것을.

어쨌든 다시 하려던 이야기로 되돌아가려 한다.

꼰대란 말은 그닥 좋은 맥락에서 쓰이지 않는다. 고집스럽고, 구세대틱하고, 낡으면서도 옹졸한데다 약간의 편협함, 그리고 꽉 막힘의 아우라를 풍기는 사람을 만났을 때 절로 튀어나오는 단어다. 그래서 사람들은, 특히 30대 이상에 속한 이들은 '꼰대'라 불릴 위험도가 높은 만큼 그 말을 싫어한다.

문제는, 그 말을 싫어하는 사람들 중에 몇몇은 '꼰대' 기질을 보이면서 "나는 꼰대가 아니야/아니지?"라고 한다는 것이다(정범오빠는 제외).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말해 주고 싶다. 나이를 의식하는 척 하진 않지만 툭툭 튀어나오는 반말, '너'라는 호칭을 쓰기도 하는 등 은연중에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수직적으로 만드는 사람들. '그래도 아직은 어리다고 할 수 있는 성인여자'의 입장이고, 점점 세상 속에서 만나는 사람이 하나둘씩 늘어가는 요즘, 꼰대를 거부하지만 꼰대기질이 엿보이는 사람들을 하나둘 보게 된다. 부당한 일을 겪은 적은 없지만 앞으로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그래도 아직은 어리다고 할 수 있는 성인여자'이다 보니, 그런 사람들의 쿨한 척이 참 불편하다. 차라리 오늘 내게 "크레인이면 아버지 돈 많이 벌겠네"라며 여과없이 말을 내뱉던 '꼰대' 면접관이 더 나아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