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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은 몇 가지/휩쓸리기보다는

"그런 기사는 아무도 불편해하지 않아요"

http://diversity.co.kr/8173/


"미디어오늘 기자들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어떻게 보면 노동 기사가 가장 쉬울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집회 현장 가서 그 사람들 이야기, 그러니까 부당 해고당했다는 억울한 이야기 들어주고 기사를 쓰는 건 어떻게 보면 아무도 다치지 않는 행동이에요. 그리고 아무도 불편해하지 않아요. 그런 기사는 기업에서 아파하지도 않거든요.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니까. 물론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죠. 우리가 가서 그들을 찾아 주고, 그 사람들 목소리를 들어 주고, 사람들에게 읽히게 하고, 널리 알리는 게 중요하긴 한데… 그런 걸로 세상이 바뀔 수 있었으면 진작 바뀌었겠죠. 그런 걸 넘어서야 해요.


노동자들은 말을 잘 해줘요. 그렇지만 기업은 그렇지 않거든요. 기자실에 앉아있으면 만날 수 있는 자들은 홍보팀 직원들뿐이고, 위쪽의 누군가를 만나려고 해도 홍보팀을 통해서 필터링이 되잖아요. 그러니까 전혀 취재가 안 되는 거죠. 그 넘어서까지의 뭔가를 취재할 수 없을뿐더러 취재할 의지도 없고, 비즈니스 모델적으로도(광고수주) 한계가 있으니 갇혀 있어요. 물론 한겨레나 경향이나 뉴스타파와 같은 매체에서 열심히 싸우는 의욕 있는 기자들이 많아요. 그렇지만 정말 본질적인 문제들은 건드리지 못한다는 그런 무력감을 느낀 건 굉장히 오래되었어요. 예를 들면 미디어오늘에서도 경제저널리즘 비평같은 걸 좀 강화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단순히 A 신문은 이렇게 말했는데 B 신문은 저렇게 말했다 정도의 비교를 넘어서 정말 핵심을 건드리고 싶어요. 그러려면 뭔가 구체적인 자료를 비교하면서 본질에 접근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 답답해요.


이를 위해서는 의욕이나 이념을 떠나서 탐사저널리즘을 한다거나 내부고발자가 필요하다거나 경제저널리즘 전반이 많이 바뀌거나 해야 할 텐데 그런 시스템 변화가 쉽진 않죠. 뉴스타파 같은 대안언론들은 현장에 아주 가깝게 가지 못하니까 거대담론으로 흐르는 면이 있고요. 결국 경제 현장 최전선에는 일반 기득권의 주요 언론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버즈피드를 배우라거나 뉴욕타임스의 혁신이 어떻다거나 하는 말들은 정말 공허한 거 같아요. 그런 혁신을 아무리 한다고 해도 개별기자들의 콘텐츠 역량이나 문제의식이 키워지지 않거든요. 근본적으로는 독자들은 아예 신문을 읽지 않은지 오래됐어요. 사실, 뉴스가 파편화되면서 독자들은 신문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게 된 구조적 문제가 심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