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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은 몇 가지/휩쓸리기보다는

"전쟁이 인간을 그렇게 피폐하게 해요"

'좋은 인터뷰이'는 좋은 인터뷰의 대전제이지만, 그에게서 얼마나 '좋은 이야기'를 끌어내는가는 전적으로 인터뷰어의 능력이다. 한겨레 토요판에 연재 중인 '이진순의 열림'을 볼 때마다 많이 드는 생각이다.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 인터뷰도 그렇고, 김민기씨 인터뷰도 그렇고. 이진순씨는 좋은 인터뷰이에게서 좋은 이야기를 끌어내는 비법이 있는 건가 궁금하기도 하다 ㅎㅎ 탈북자 강룡씨 인터뷰 같은 걸 보면 인물 선정에도 남다른 감각이 있는 듯. 아무튼 한 번 만나서 인터뷰 비법 좀 들어보고 싶은 분이다.


아래 발췌한 내용은 지난주(8월 15일)에 실린 김영미 분쟁전문 저널리스트의 인터뷰다. 페북에서 보니 언론인의 자세랄까 정신 관련 내용을 담은 부분이 많이 공유되고 있던데 사실 나는 세상에 찌든 속물이 되어버렸는지 그냥 무덤덤했다. 어쩌면 '저 사람은 나와 달라, 난 그냥 평범한 개인이니까'라고 선을 그은지 너무 오래된 건지도.



- 전쟁터를 다니다 보면 인간에 대한 회의가 들 때 없어요?

“왜 없겠어요? 사람들은 내가 아랍을 너무 사랑해서 자꾸 가는 줄 아는데… (과장스런 표현으로) 저요, 사랑 안 해요!”


- 하하하, 진짜요?

“극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 목숨 지키려고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에요. 사기 치고 거짓말하는 게 일상이라고. 하루만 있어도 징글징글해. 그런 사람을 수십 명 만나면서 몇달씩 있는다는 건 정말 인내심 테스트예요. 고토 겐지(일본인 저널리스트)가 참수당했는데 그 친구를 시리아로 데리고 간 게, 걔 코디네이터였다고요. 나도 아는 사람인데 만오천달러에 고토 겐지를 넘긴 거예요. 이게 다 전쟁 때문이라고. 전쟁 나기 전 시리아 사람들은 얼마나 순박했는지 아세요? 내가 이라크(전쟁) 취재하다가 시리아 넘어가서 일주일씩 쉬다 오곤 했다니까요. ‘악마의 소굴에서 천사의 나라로 간다’고 하면서. 전쟁이 인간을 그렇게 피폐하게 만들어요.”